상단영역

본문영역

인물들의 심리를 날카롭게 꿰뚫는 이창동 감독의 탁월한 연출! 영화 <버닝>

  • 입력 2018.05.17 10:33
  • 기자명 남궁선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예투데이뉴스=남궁선정 기자]

이창동 감독의 여섯 번째 연출작인 <버닝>(BURNING)은 그간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물었던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인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헛간을 태우다(Barn Burning)>를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 <버닝>은 각기 다른 내면을 지닌 3인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그들의 묘연한 관계를 치밀하게 담는다.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는 배달을 갔다가 어릴 적 같은 동네에서 살았던 해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서 아프리카 여행을 간 동안 자기가 키우는 고양이를 돌봐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여행에서 돌아온 해미는 아프리카에서 만난 벤(스티븐 연)이라는 정체불명의 남자를 종수에게 소개한다. 어느 날 벤은 해미와 함께 종수의 집으로 찾아와 자신의 비밀스러운 취미에 대해 고백한다. 그때부터 종수는 무서운 예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오아시스>, <박하사탕>, <밀양>, <시> 등을 통해 탄탄하고 밀도 높은 스토리텔링과 캐릭터들의 다채로운 변주 및 그만의 섬세한 연출력을 유감없이 선보인 이창동 감독은 영화 <버닝>을 통해 삼각구도를 형성하는 세 인물을 통해 아슬아슬한 심리적 긴장감을 형성한다.

모든 것을 향유하는 권태로운 자와 미래가 정해지지 않은 채 현실에서 발버둥치는 자, 그리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현실에 저항하지 않고 유유히 흐르는 자. 하지만 현실에 불안을 가지고, 이루지 못한 꿈을 가진 채 초조함으로 불만을 가장한 자는 몸 속 깊은 곳에 '의심'과 '분노'라는 씨앗을 심는다.

인간의 마음 속에서 자라는 의심의 씨앗은 분노라는 가지를 뻗어 내고, 또 다른 분노를 품은 씨앗이 담긴 과실을 탐스럽게 뱉어낸다. 한가하게 현실을 향유하는 상대방을 향해 키워왔던 의심과 분노가 스멀스멀 뻗어 나가고 부러움의 대상에게 분노의 뿌리를 내릴 때 발산되는 그 폭발력은 관객들에 모두 숨기고 싶어했던 추악함을 직접적으로 꼬집는다.

이창동 감독은 번뇌의 소용돌이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헤어나오지 못하는 인간심리의 불안정성을 치밀하게 꼬집고, 마치 종수, 해미, 벤 사이에 추악한 사건이 숨겨져 있는 것처럼 팽팽하게 조여드는 긴장감으로 심리적 스릴러를 완성하기도 한다.

원작의 제목 헛간을 태운다는 의미는 봉인시켜서 떨어뜨려놓은 자신의 의심과 분노를 모두 태워서 없애버린다는 중의적 의미를 갖고, 다 태워서 흔적조차 잊게 만드려는 또 다른 메타포(은유)를 관객들에게 던진다.

종수가 지닌 수수께끼 같은 심리는 제3자에게 분노를 투사하고, 오히려 호감을 가지고 있던 상대방은 어처구니없는 본노의 투사 대상이 되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상을 끝내 사건으로 귀결시키고 만다.

영화 <버닝>이 더욱 놀라운 점은 이창동 감독이 배우들에게서 끌어내는 놀라운 연기력이다. 그 동안 익숙하게 봐왔던 배우들의 연기가 아니라 각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과거를 송두리채 뒤집을 정도로 종수를 연기하는 유아인의 연기는 마치 새로운 지평을 열어 또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는 듯한 절정의 연기력을 선사한다.

인물의 심리변화를 포착하는 이창동 감독의 탁월한 서사적 연출은 고요하고 차분하게 인간의 마음 속에서 자라난 의심과 분노의 씨앗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서스펜스마저 담아낸다. 인물들의 심리를 꿰뚫는 이창동 감독의 탁월한 연출과 배우 유아인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영화 <버닝>은 5월 17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된다.


 

저작권자 © 연예투데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