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today초점] '전지적 참견 시점' 사태, "부주의 결론" 속 여전한 의문

  • 입력 2018.05.17 05:41
  • 기자명 이은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전지적 참견 시점’ 지난 5일 방송, 세월호 참사 희화화 논란에 대해 MBC 자체 진상조사 결과 "부주의"라는 결론을 내렸다.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상암MBC M라운지에서 MBC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의 세월호 참사 희화화 논란 관련 조사위원회의 활동 종결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기자회견은 당일에야 각 언론에 소식을 전했을 정도여서 MBC는 이번 사태를 시급하고 중차대한 사안으로 취급하고 있음을 짐작케 했다. 이날 현장에는 조사위원장 조능희 기획편성본부장과 조사위원 오세범 변호사(민변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특위 위원), 고정주 경영지원국 부국장, 전진수 예능본부 부국장, 이종혁 편성국 콘텐츠R&D부장, 오동운 홍보심의국 TV심의부장이 참석했다.

이번 조사위원회는 지난 5월 5일(토), ‘전지적 참견시점’에서 방송된 내용 중 ‘세월호 뉴스 화면 및 ‘어묵’ 자막 사용‘과 관련하여 제기된 제작, 방송경위 및 각종 의혹 등을 조사하여 진상을 규명하고자 구성되었다. 방송 내용 중 이영자가 어묵을 먹는 모습에 ‘속보 이영자 어묵 먹다 말고 충격 고백’이라는 자막과 함께 4년 전 세월호 참사가 보도된 뉴스 화면을 블러 처리해 편집한 장면이 전파를 타면서 ‘MBC 일베 논란’을 다시금 불러왔다. 특히 세월호 참사 보도 화면과 ‘어묵’이라는 단어가 자막과 겹치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어묵’이라는 단어는 ‘일베(일간베스트)’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특정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최승호 사장 취임과 파업 종료 후 MBC가 대대적 쇄신을 감행하고 있던 차에 이번 논란은 다시 한 번 MBC의 안정화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에 MBC는 지난 9일부터 조사위원회를 꾸리고 해당 방송의 제작경위 파악과 예능본부 직원 및 관계자들의 면담을 실시했다. 또한 프로그램 제작과정을 따라 현장조사 및 면담조사를 진행하였고, 이후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및 노동조합 양측이 참여한 가운데 조사결과 검토 및 의견을 청취했다. 여기서 제시된 의견을 바탕으로 추가 확인조사를 진행하였으며 다시금 관계자 면담조사 등을 진행하고 조사활동을 마무리했다. 조사는 편집실, CG실, 더빙실 등 실제 제작 현장에서 진행되었고, 본인 동의하에 제작진 6인의 휴대전화, 메신저 내용, SNS 관련 활동현황을 조사하고, 작업 지시가 이루어진 단체 대화방 자료 등을 분석했다. 이제 몇 가지 쟁점을 통해 조사결과를 살펴보자. 조사단의 공동성명이므로 화자는 생략한다.

쟁점1. 고의성.

하필 4년 전 세월호 참사 보도화면이 사용되고, 하필 ‘어묵’이라는 단어를 자막으로 동시에 사용하였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은 고의성을 강하게 거론하고 있다.

조사위원회 역시 고의성을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보고 조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조사위원회는 먼저 “조사결과, 편집을 담당했던 조연출로부터 모든 일들이 일어났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그 설명을 풀어보자면 당시 조연출은 이영자가 매니저와 어묵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 예능적 욕심을 부려 흡사 뉴스 속보처럼 편집할 계획을 세우고 ‘방금 들어온 속보입니다’, ‘반가운 소식입니다’, ‘현장 분위기 알아보겠습니다’라는 멘트를 먼저 생각해 놓은 다음 이를 FD에게 알려 앵커가 이 멘트를 하고 있는, 바스트(앵커 정면 상체 앵글) 화면을 요청했고, FD는 해당 조건이 맞는 자료화면 10개를 조연출에게 전달했는데 그 중 2개의 화면이 세월호 관련 화면이었고 다른 1개가 중간에 포함돼 문제가 된 장면이 완성됐다고 한다. 이때 조연출은 2개의 세월호 관련 자료 중 세 번째 화면이 세월호 관련 보도라는 것을 미리 알았고, 화면 배경을 흐림 처리하면 세월호 사건 자체에 대한 언급이 없기 때문에 사용이 가능하지 않을까 판단해 그래픽을 의뢰해 사용했다고 한다. 결코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을 우롱할 목적은 없었다는 것. 다만, 혹여 문제가 된다면 최종 시사회에서 지적될 것으로 보고 장면을 완성했다고 한다.

또한, 같이 문제가 된 첫 번째 화면은 아예 세월호 보도 화면이라는 것을 몰랐다고 진술했다고 하는데, 사실 이 영상은 이진 아나운서의 멘트 바로 직후 세월호 관련 자막이 등장한다. 몰랐다는 것이 가능할까.

조사위원회 역시 이 부분도 조사했다고 하는데 그에 따르면 “이진 아나운서의 앵커 멘트 ‘방금 들어온 속보입니다’ 이후에 세월호 자막이 뜨는 것이 사실이다. FD가 제공한 영상에도 그것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편집의 스타일이겠지만 조연출은 딱 해당 영상까지만 편집을 한 것이다. 해당 영상의 시작에 인점을 잡아놓고 오디오가 끝나는 점에 아웃점을 잡으면 필요한 부분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해서 이렇게 만들어진 것을 보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히며 “조연출은 해당 화면에서 앵커의 멘트 ‘속보입니다’가 중요해서 딱 거기까지만 썼다고 한다. 멘트가 끝날 때 순간 정지하면 자막이 등장하기 직전에 멈추는 것을 확인했다. FD는 알고 보내줬지만 조연출은 딱 필요한 순간까지만 잘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애초 FD는 왜 세월호 보도 자료를 조연출에게 넘긴 걸까. 이때, FD는 본인이 보낸 10개의 자료화면이 ‘속보 이영자 어묵 먹다 말고 충격 고백’이라는 장면에 입혀 사용될 것을 모르는 상태에서 조연출이 제시한 조건에 맞는 자료화면을 찾아 전달했다고 한다. 또한 이것은 화면을 블러 처리한 그래픽 담당자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FD와 그래픽 담당자는 최종 완성될 화면을 알지 못한 단순 작업이었다는 것이다.

20명이 모인 최종 시사에서는 왜 이 장면을 문제 삼지 않았을까. 조사위원회는 이에 대해 “해당 화면은 5초 정도, 가장 문제가 된 세 번째 화면은 1.6초로 굉장히 짧고, 화면 오른쪽 상단에 이영자 씨의 사진이, 하단에 자막까지 배치되어 있어 해당 화면이 세월호 보도 화면이었음을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다.”는 해명이다.

그러나 이 부분은 명쾌하지 않다. 이 장면에 사용된 최대현 아나운서의 세월호 보도 영상은 당시의 MBC의 세월호 보도 참사를 언급할 때마다 사용된 내용이고, MBC 파업 과정에서도 수십 차례 언급되며 사용된 자료다. 그런데 조연출은 물론이고 하물며 파업에 참가했던 제작진 중 누구도 이 장면을 두고 세월호를 떠올리지 못했다는 것은 실상 납득이 안 되는 일이다.

또한, ‘일베 논란’을 촉발한 가장 큰 문제였던 ‘어묵’이라는 단어를 두고 조연출은 그 숨은 뜻을 알지 못했다고 증언했다고 한다. 조사위원회는 이를 조사하기 위해 조연출의 동의를 얻어 개인 SNS와 단체 대화방 등을 들여다보았는데 평소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없었고 주변 평판을 고려했을 때에도 정치적 편향은 없다는 것을 이유로 ‘고의성 없음’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이는 ‘수사’가 아닌 ‘조사’에서의 결론이라는 점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쟁점2. 10개의 자료화면 중 세월호 관련 자료는 단 2개. 왜 조연출은 이 2개를 선택했나.

MBC 뉴스 보도에서 ‘방금 들어온 속보입니다’, ‘현장 분위기 알아보겠습니다’ 라는 앵커 멘트가 들어있는 자료화면이 그렇게 없어서 하필 세월호 보도 화면이었단 말인가. FD도 이 부분 관련 10개의 자료화면을 조연출에게 건넸고 그 중 2개가 세월호 관련 자료라고 했다. 조연출이 FD에게 멘트와 바스트샷을 조건으로 자료를 요청한 만큼 분명 다른 자료에서도 이 조건을 충족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조연출은 하필 그 2개의 세월호 화면을 사용했는가. 앞서 언급했듯 첫 번째 영상은 세월호 관련 자료임을 몰랐다고 백번 양보하더라도 세 번째 영상은 알고도 사용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들이 밝힌 대로 “흐림 처리를 하고 세월호 언급을 하지 않았으니”라는 것을 자신은 미리 염두에 두었다면 다른 자료를 사용하면 될 일 아닌가.

이 부분에서도 조사위원회에게 제대로 된 답변은 듣지 못했다. 그들이 이 부분에 대해 언급한 내용은 “뉴스 중에 그런 멘트를 하는 장면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 이 조건에 맞는 자료는 많지 않다. MBC의 뉴스 보도여야 했고, 바스트샷에 ‘속보입니다’ 멘트 등 한정된 기준 내에 자료를 찾아야했다.”고 설명한 것이 전부였다.

쟁점3. 국가적 참사 관련 자료를 단순한 웃음을 위해 사용하여도 되는가.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이 부분이다. 고의든 부주의든 결과는 국민적 비판을 받고 있다. 방송은 중립적 태도를 유지하여야 하고 사회적 파장을 고려하여야 한다. 그것은 기본 방송윤리다. 오세범 변호사는 “방송이라는 것이 여러 시스템을 거쳐 나오기 때문에 여러 사람의 명시적, 묵시적 합의가 있었을 것이다 생각했는데 조사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하나하나가 부주의가 있기는 했지만 의도적으로 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의 부주의, 부주의, 부주의가 모여 나온 결과다. 사실상 미필적 고의도 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며 “건물 위에서 돌이 떨어져 사람이 죽었다면, 일부러 던졌다면 당연히 살인이 되지만 옥상에서 누군가 공사 중 실수로 떨어뜨렸다면 과실치사가 된다. 그런데 만약 아이가 장난하다 던진 돌이라면 아무런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사람이 죽었다는 사건의 충격은 크지만 죄를 물을 수 없다. 다만 부모에게 책임을 물어 배상을 하게 된다.”는 예를 들어 이번 사태를 설명하며 각자의 방송인으로서의 책임감 부족을 꼬집었고 조사위원회는 “조연출이 조롱하거나 희화화하는 고의성으로 어묵 자막을 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조연출의 단순한 과실로 볼 수 없다. 웃음을 전하는 프로그램에서 사회적 참사를 사용했다는 것은 방송 윤리를 심각하게 훼손한 행위”라며 스스로를 비판했다.

이에 조사위원회는 고의는 없으나 방송인으로서 방송윤리 책임을 훼손한 것에 대해 조연출, 연출, 부장, 총괄 책임자인 본부장까지 징계 처리를 요구했다. 또한 프로그램 존폐에 관한 부분은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며 현재 ‘올 스톱’ 상태여서 이번 조사결과 발표 후 이영자를 포함해 출연진들과 논의하여 정리된 입장을 다시 밝히겠다고 한다.

한편, 조사위원장인 조능희 기획편성본부장은 “고의적 행위는 아니지만 해당 방송이 세월호 유가족을 비롯해 출연자, 시청자에게 끼친 상처는 너무 컸다. 무엇보다 조사위원회는 이번 사건이 해당 조연출 개인의 과실로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MBC 직원들은 한 개인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한 단순 사고나 시스템의 실패로만 규정돼서는 안 된다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지적을 가슴 깊이 새기며 반성하기를 바란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 뜻하지 않게 피해를 본 출연진에게도 사과한다.”며 “조사과정에서 촉박한 제작환경, 수많은 자료 활용에 대한 게이트키핑 부실, 지시대로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 파편화된 제작과정, 꼼꼼하지 못한 관리감독 등 제작 전반의 시스템 실패를 확인했다. 하나하나 꼼꼼한 개선책이 필요하다."며 재발방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조사위원회는 무려 2시간 동안 간담회를 진행했다. 그만큼 기자들의 질문이 많았고 비슷한 질문들도 지속적으로 꼬리를 물었다. 그 이유는 듣고 또 들어도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의문인 것은 이영자가 어묵을 먹으며 매니저와 대화를 나누는 지극히 평범한 장면에, FD가 건넨 10개의 자료영상 중 굳이 2개의 세월호 관련 영상을, 그것도 둘 다 사용했는가다. 어묵을 먹으니 어묵을 먹는다는 자막 자체야 무엇이 문제인가. 거기에 세월호 관련 영상이 붙으면서 어묵이 어묵이 아닌 게 되어버리니 문제가 이닌가. 조연출이 어묵의 함의를 몰랐다 해도, 둘 중 하나는 세월호 관련 영상인 줄 몰랐다 해도, 왜 하필 열 중에 둘이 세월호인가. 블러 처리까지 해가면서 사용했어야 할 이유가 정녕 기막힌 우연일까? 세상에 이런 일이다. [사진제공=MBC]

저작권자 © 연예투데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