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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현장] 추정화 연출, '스모크' 재연.."초의 화해로 엔딩에 힘 실려"

  • 입력 2018.05.08 04:52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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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비운의 천재시인 이상의 시를 모티브로 한 뮤지컬 ‘스모크(연출 추정화)’가 많은 변화와 함께 재연으로 돌아왔다.

뮤지컬 ‘스모크’는 이상의 연작 시 '오감도(烏瞰圖) 제15호'를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바다를 꿈을 꾸는 '해(海)', 세상을 떠나려는 '초(超)', 그들에게 납치된 여인 '홍(紅)', 세 사람이 폐업한 한 카페에 머무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특히 세 인물의 관계에 숨은 반전과 거울을 상징하는 연출은 뮤지컬 ‘스모크’의 백미라 할 수 있다.

뮤지컬 '스모크'는 지난 2016년 현대카드언더스테이지에서 트라이아웃 공연을 선보인 후 지난해 3월, 대대적인 수정과 함께 대학로에서 정식 초연을 올린 바 있다. 이번 재연 역시 또 한 번 탈바꿈을 시도했다. 허름한 창고와 같던 세트가 돔의 형태를 가진 스크린으로 대체되면서 조명과 그래픽 효과가 한층 부각됐다. 수평선에 내린 석양을 떠올리게 하는 “빨간 끝 파란 시작, 파란 시작 빨간 끝”과 같은 대사에서는 세트 전체를 덮는 조명이 이를 직관적으로 표현하면서 몽환적이고도 신비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3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대명문화공장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재연으로 돌아온 뮤지컬 ‘스모크’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추정화 연출을 비롯해 ‘초’ 역의 김재범, 임병근 김경수, 김종구, ‘해’ 역의 박한근, 황찬성, 강은일, ‘홍’ 역의 김소향, 정연, 유주혜가 참석해 하이라이트 시연에 이어 작품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트라이아웃부터 ‘해’ 역을 함께하고 있는 윤소호는 이날 개인 스케줄로 참석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재연의 ‘스모크’는 시각적인 변화가 크다. 이에 추정화 연출은 “작품은 트라이아웃 때부터 단 하나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이 조금 더 구체화되고, 현실적으로 시각화되는 것이 저의 생각과 보다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트라이아웃 때부터 거울을 어떻게 형상화 할 것인가가 관건이었는데, 그 때는 플로어 바닥이 거울이었는데 사실 아무도 몰랐다(웃음). 저희만 알았다. 초연 때는 데칼코마니를 표현했고 그 때도 물론 훌륭하게 구현해주셨지만, 이번에는 조명감독, 무대감독님이 이 무대 전체를 거울로 표현할 수 없을까 고민했다. 무대 중간에 현란한 거울이 등장하는 외에도, 홀로 떠돌고 외로운, 갇혀 있는 홍의 영역, 그러한 거울을 좀 더 구체적으로 시각화돼서 다가갈 수 있었던 부분은 좀 더 발전적이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스모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캐릭터 ‘홍’이다. 이상의 절망과 고통을 품은 ‘홍’은 초연에서는 ‘초’와 ‘해’를 끌어안고 보듬는 인상이 인상이 강했다면 이번 재연에서는 매우 독립적이고 날카로운 인상을 준다. 특히 ‘홍’과 ‘초’와의 강렬한 대립은 오로지 죽고자 했던 ‘초’의 심적 변화에 개연을 부여하면서 이후 그들의 해피엔딩에 보다 큰 힘을 싣는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초연에서 삭제됐던 홍의 넘버 '생' 리프라이즈가 돌아오는 등 '스모크'의 전체적인 완성도에 ‘홍’의 변화가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이에 추정화 연출은 “사실 홍의 캐릭터를 바꿨다기보다 초의 화해를 놓고 굉장히 많이 고민했다. ‘왜 갑자기 해피엔딩이냐’ 사실 저희 안에는 뭔가가 가득가득 있었고, 마지막 장면으로 갈 수 있게끔 길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잘 못한 것 같다. 그것은 저의 불찰”이라며 “여태까지 죽자하고 달려들었던 초가 어떻게 마음을 돌릴 수 있느냐를 놓고 굉장히 많이 고심했다. 그러다 배우들과 여러 방안을 두고 고민 끝에, 트라이아웃 때 있었던 사라진 넘버가 들어오면서 홍의 캐릭터가 확 살아난 것도 사실이고, 홍이 확 살아나니까 초 배우들이 ‘이렇게 에너지를 준다면 화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듣고 정말 실낱같은 희망이 생겼다. 너무너무 신이 나서 미칠 것 같더라.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저의 핵무기라고 표현하는 홍의 세 분과 함께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노력을 많이 했고, 그러다보니 초가 안아줄 수 있게 됐다. 초가 안아주는 순간 모든 것들이 해결이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3년 만에 ‘날개’를 부를 수 있는 힘을 찾게 된 것 같다. 그것은 배우 분들이 적극적으로 해잡을 찾아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상의 시를 모티브로 한 만큼 평소 시인 이상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는 물음도 있었다. 이에 추정화 연출은 “이상 시인은 까도, 까도 새롭고, 공부를 해도, 해도 모르겠더라. 아마 이 시대에 사셨다면 지구 최고의 래퍼가 아닐까. 저는 그를 감히 용사라고 부르고 싶다. 13인의 아해가 뛴다는 글에서 무한대로 확장하는 어떤 힘을 느꼈다. 12라는 숫자. 1년은 12월이면 끝이고 시계는 12시간인데, 12라는 한계점을 뛰어넘은 '13인의 아해가 도로를 질주한다'는 글을 봤을 때 가슴이 빨리 뛰었다. 말로, 글로, 힘없는 지식인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거기서 더 나아가는, 시대를 뛰어넘고자 하는 지식인. 한계가 있음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뛰어넘으려했던 게 아닌가. 해서 그를 용사라 부르고 싶다. 그래서 '스모크'를 쓰고 싶었던 거 같다."고 전하기도.

그렇게 재연으로 돌아온 '스모크'는 무대, 조명, 넘버, 캐릭터까지 많은 변화를 주었고, 그 시도는 꽤 성공적이다. 디테일한 부분에서의 의문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들의 엔딩에 '갑작스러움'이 삭제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진일보라 할 수 있을 듯하다.

한편, 뮤지컬 '스모크'는 오는 7월 15일까지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대명문화공장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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