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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초점] 연극 '킬롤로지', 자극과 충격..폭력의 불편한 진실

  • 입력 2018.05.06 11:28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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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연극 ‘킬롤로지‘가 모방범죄를 소재로 사회적 문제의식과 근본책임을 환기한다.

연극 ‘킬롤로지’는 개인을 둘러싼 사회 시스템에 대한 문제의식과 그것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묵직한 질문으로 현재 영국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작가 ‘게리 오웬’(Gary Owen)의 최신작이다. 시의성 강한 소재와 독특한 형식을 가진 연극 ‘킬롤로지’는 관객과 평단의 극찬을 이끌어내며 ‘웨일스 시어터 어워드’ 극작상과 최고 남자배우상, 2018 ‘더 스테이지 어워드’ 올해의 지역극장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드’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됐다. 영국 초연 1년 만에 대학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킬롤로지’는 사회적인 안전장치 없이, 오로지 부모의 양육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서적으로 부모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들이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성장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폭력의 원인과 그 책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게임의 한 장면처럼 처참한 희생자가 되어버린 소년 ‘데이비’, 더 이상 아들과 같은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고 싶은 ‘알란’, 게임은 게임일 뿐, 게임과 현실은 명확히 구분되어 있다 주장하는 ‘폴’. 연극 ‘킬롤로지’는 이 세 인물의 독백을 통해 전막이 진행되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2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아트원씨어터2관에서 연극 '킬롤로지(Killology)'의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박선희 연출을 비롯해 ‘알란’역의 배우 김수현, 이석준, ‘폴’역의 김승대, 이율, ‘데이비’역의 장율, 이주승이 참석해 전막 시연에 이어 작품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박선희 연출은 연극 ‘킬롤로지’에 대해 "작품을 준비하면서 현재 우리들의 자화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의 작품이지만 한국에서도 다를 바 없는 교육, 사회, 시스템, 인간의 문제를 다룬다."며 "작품을 만들면서 어린 시절을 많이 생각했다. 많은 부모들이 한번쯤 자신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게 하고, 자식과 부모의 관계를 돌아보게 하는, 또 미래의 아이들에게 좀 더 괜찮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배우들은 세 명의 독백으로 이루어진 대본이 굉장히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대본을 처음 본 느낌을 묻는 질문에 먼저 장율은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정말 어려웠다. 세 명의 독백으로 이루어진 대본이 처음에는 잘 안 읽혔다. 두 번, 세 번 읽으니까 이야기의 흐름이나 세 인물의 관계성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더라. 그 이후로는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며 “‘데이비’가 장문의 독백이 굉장히 많다. 해서 이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흐름을 잘 따라올 수 있게 연기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데이비라’는 인물로 어떻게 보여질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서로 대사를 끝내고 받고 하는데 앞에서 달궈졌으면 그것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같이 얘기를 많이 나눴다. 여러 방법으로 해보고, 지금은 이야기를 시작하는 상태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고 연기를 해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율은 “저 역시 처음엔 어렵게 느껴졌는데 새로운 형식의 작품이어서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김수현은 “작품은 굉장히 좋지만 ‘이걸 왜 하는 거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시작했는데(웃음), 결국 작품이 좋다고 생각하니까 해야 되는 일이구나 했다.”고 덧붙였다.

이석준은 "아마 대본을 처음 받은 사람 중 한 사람일 것 같은데, 대본이 주는 메시지는 굉장히 간결하고 직접적인데 풀어내는 방식이 특이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게 진짜 연극적이라고 생각했고, 이 작품은 저에게도 특별했던 것 같다. 연극적이고 시의성도 굉장히 명확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어서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며 ”처음 읽는 과정은 굉장히 어려웠다. 독백하는 과정에서 나의 이야기만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같이 전달해야 되는 입장이 대본의 텍스트로 읽기에는 굉장히 힘들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시지가 주는 무게감이 워낙 커서 이 정도면 무대 위에서 도전해볼만하다는 생각에 선택하게 됐다.“고 전했다.

김승대는 “제 어린 시절 기억도 많이 났다. 극중 대사들이 많이 극화돼있긴 하지만 와 닿는 대사들이 많다. 관객들도 그런 걸 많이 느끼실 것 같다. 텍스트가 굉장히 매력적이다. 서로 다른 이야기들,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데, 다른 배우가 독백을 할 때에 거기서 가져올 수 있는 연결고리라든지 이야기들이 디테일하게 잘 엉켜있다. 특이한 형식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잘 엉켜있는 작품이어서 자신 있게 도전해보겠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이주승은 8년 만에 연극무대로 돌아왔다. 이에 "8년 만에 돌아왔는데 이런 작품을 만나서 마음이 아팠다.“고 너스레를 떨며 ”심적으로 너무 힘들 것 같아서 사실 못하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연출님과 선배님들을 믿고 하려고 했으나 다들 힘들어하시더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이어 "보통 주고받는 식의 대본도 겁이 났을 것 같은데, 이번은 선배님들도 ‘이게 뭐지?’ 했으니까. 무엇보다 제가 말하는 게 진짜처럼 해야 되고 관객들이 상상하게 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밝혔다.

작품 속 배우들은 등장 이후 퇴장이 없다. 이석준은 특히 배우들이 이 부분을 가장 힘들어한다고 토로했다. 이석준은 “저희의 난제 중에 하나였다. 왜 나를 퇴장시켜주지 않는가(웃음). 첫 대사 이후에 30분 동안 그냥 앉아있어야 된다. 해서 끊임없이 먹을 걸 달라고, 배라도 채우겠다고 했는데 그냥 있기를 바라시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사실 그 안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작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고 그렇게 가만히 있는 시간이 인물이 가져야 하는 시간과 동일하더라. 저의 머릿속 안에 아들에 관한 상상과 이들이 여기까지 걸어오는데 부딪히는 물리적인 시간이 비슷하기 때문에 (관객들은) 멍하니 자는 게 아닌가? 하시겠지만(웃음) 그들의 이야기를 열심히 머리로, 상상으로 따라가고 있는 중”이라고 항변하기도.

이에 박선희 연출은 “사실 이 극은 세 명의 남자가 각자의 고백이나 증언을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작품인데, 세 명의 각자의 이야기면서 결국 하나가 된다. 해서 배우들은 한 시간 반 동안 머물러 있게 되고 그 안에서 심지어 죽은 아들의 이야기를 듣고, 죽은 아들이 살아있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아주 미세하게나마 그들에게도 움직임이 있다.”고 전했다.

극은 잔혹한 장면을 상상하게 하거나 거친 욕설이 등장한다. 또한 배우들의 위치에 거울이 배치되어 있는데 이는 ‘미러링’ 효과를 노린 장치라는 설명이다. 박선희 연출은 “원래 원작에서는 훨씬 추상적이고 초현실적인 공간을 썼는데 저희는 어딘지 모를, 단조롭고 모던해보이지만 충분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 이 자체가 이들의 머릿속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울은, 작품을 준비하는 동안 ‘미러링’이라는 얘기를 가장 많이 했다. 해서 직접 거울을 두면 어떨까, 거울을 상상하면 어떨까. 거울이 ‘메타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거울을 가장 많이 쓰는 사람은 폴이고, 거울에 자신을 비추는 사람은 ‘데이비’다. ‘알란’은 거울을 보지 않고 끊임없이 환상 속으로 들어가는 인물이다. ‘폴’과 ‘데이비’는 거울을 통해 자신을 반추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데이비’의 욕설이 직접적으로 많이 등장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빈민가에서 자란 아이들이어서 그런지 실제로 원작에서 욕이 엄청 많다. 다소 줄이긴 했지만 이 아이의 불행을 따라가게 하기 위해서라면 욕은 어느 정도 따라가야겠구나 싶었다. 이후 2막에서는 당연히 조금 걷어냈다. 다만 그의 정서를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 언어라서 일정 부분 가져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극 ‘킬롤로지’는 여타의 흔한 기승전결을 벗어난 독특한 구조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를 연기하는 배우들조차 어렵다고 말할 정도인데, 웬만히 집중해서도 보더라도 단번에 작품 전체를 꿰뚫어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이에 박선희 연출은 “사실 이 작품을 보면서 관객들은 영화를 생각할 거라고 생각한다. 영화적 장면이 상당히 많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플래시백 기법을 사용해서 앞의 장면과 뒤의 장면이 붙는데, 영화를 볼 때 관객들은 추리하고 상상하고 맞춰가지 않나. 그렇게 영화를 볼 때의 관대한 감각으로 이 작품을 보시면, 어렵기는 해도 짜맞춰가는 즐거움이 분명 있을 것”이라며 “사실 저희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었다. 하나는, ‘머리를 많이 쓰세요, 맞으셨어요. 즐거우셨죠? 한 번 더 오실래요?’ 그러한 의도가 있었고, 또 하나는 ‘어때요, 마음이 울리지 않으셨나요? 배우들의 사이사이 감정선이 따라가지지 않나요? 그렇다면 우셔도 좋습니다. 혹은 안 우셔도 좋습니다만 아빠 생각나죠? 아이 생각나죠?’ 그런 질문을 하고 싶었던 거다. 그러니까, 관객들이 스스로 재미를 찾을 수 있는, 그래서 궁금하게 되는, 또 실제로 포지션은 같아도 역할의 색깔이 정말 다르다. 그 조합이 이뤄내는 재미는 더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작품을 관통하는 한 문장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에는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정리했다.

박 연출의 말대로 연극 ‘킬롤로지’는 굉장히 자극적이고 충격적이다. 보다 더 잔혹한 방법으로 사람을 죽이면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게임 속 방식 그대로 살해당한 피해자, 피해자의 죽음의 방식을 눈앞에서 영상으로 보여주며 “이제 네가 저렇게 죽을 것”이라고 설명하는 남자, 게임은 게임일 뿐이라고 반박하지만 그와 똑같은 자신의 죽음을 미리 목격하는 남자의 이야기 속에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그 잔혹함을 머릿속으로 그리게 된다. 

그러나 그러한 자극과 충격을 뒤로하면 실제 우리 시대의 문제와 맞닿은 사회적 민낯으로 다가간다. 폭력의 원인을 사회와 사회 구성원들에게 묻는 것이다. 모방범죄부터 유해 콘텐츠가 창궐하고 있는 요즘, ‘연극이지’, ‘작품이지’, 가벼이 외면하기도 어렵다. 혹시 나는 그에 일말 동조하고 있진 않은가? 상당히 불편하지만 그래서 더욱 한번쯤 볼만한 문제작임에 분명한듯하다.

한편. 연극 '킬롤로지'는 오는 7월 22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2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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