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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초점] '엘렉트라'의 또 한번의 변주..여성성 아닌 '정의'

  • 입력 2018.04.20 08:02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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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그리스 소포클레스의 고전 '엘렉트라'가 한태숙 연출에 의해 '정의'에 관한 질문을 담고 돌아온다.

‘엘렉트라’는 ‘오이디푸스(2011년)'와 '안티고네(2013년)'를 선보인 한태숙 연출의 ‘소포클레스 3부작’의 완결판이다. 그리스를 배경으로 한 원작과 달리 현대의 게릴라군이 된 엘렉트라가 아버지 아가멤논을 죽인 원수이자 친모인 클리탐네스트라와 그의 정부를 살해하는 비극적인 이야기를 담는다.

정신분석학 용어로 익숙한 ‘엘렉트라 콤플렉스’는 여자아이가 아버지에게 애정을 품으면서 어머니를 경쟁자로 인식하고 질투하거나 적대시하는 경향을 말하는데, ‘엘렉트라’는 이후 소포클레스와 동시대를 살았던 아이스킬로스나 에우리피데스뿐 아니라 유진 오닐과 같은 현대 극작가들에 의해 끊임없이 다시 쓰였고, 영화와 오페라로 변주되어온 고전 중의 고전이다.

이번 ‘엘렉트라’의 큰 줄기는, 총을 든 여전사가 된 엘렉트라가 어머니 클리탐네스트스를 인질로 잡아 벙커에 가두고 자신의 복수의 정당함을 주장하지만 클리탐네스트스는 이를 반박한다. 여기에 엘렉트라의 남동생 오레스테스가 등장하면 갈등은 점점 깊어진다. 그들의 치열하면서도 처절한 자기 논리를 통해 한태숙 연출은 ‘과연 복수는 정당한가?’, ‘개인의 정의가 전체의 정의가 될 수 있는가?’와 같은 복수와 정의, 용서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시 예장동에 위치한 남산창작센터에서 ‘엘렉트라’의 연습공개와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한태숙 연출, 고연옥 작가, 이태섭 디자이너를 비롯해 배우 장영남, 서이숙, 박완규, 백성철, 박수진, 예수정, 이남희, 박종태, 민경은, 류용수, 김원종 등이 참석했다. 작품은 총 7장으로 구성되었고 이날 시연에서는 1장, 3장, 5장, 7장을 시연했다.

장영남이 ‘엘렉트라’를, 서이숙이 ‘클리탐네스트라’를, 백성철이 엘렉트라의 남동생 ‘오레스토스’를, 박완규가 클리탐네스트라의 정부 ‘아이기스토스’를, 박수진이 엘렉트라의 여동생 ‘크리소테메스’ 역을 맡았다.

이번 ‘엘렉트라’는 무엇보다 한태숙 연출의 소포클레스 3부작의 완결판이라는 점과 장영남, 서이숙의 압도적인 연기와 케미를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에 한태숙 연출은 "저와 고연옥 작가, 서이숙, 장영남 배우까지 여자 4명의 센 사람이 들어왔다. 그렇다고 강렬한 드라마를 만들고자 했다기보다 그 주변사람들을 어떻게 현실감 있게 그려낼 수 있을까에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을 고민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태숙 연출은 "고연옥 작가가 용단을 내려서 현재의 시점에서 '엘렉트라'를 생각해보자는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올해 이 작품으로 색다른 관객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했는데 그런 것이 성취가 될까 기대된다. 늘 제가 되풀이되는 작업이라는 평가보다 더 그로테스크하게, 선명하게, 우리 사회를 바라보자는 의도로 다가가고 싶었다."고 전했다.

또한 작품을 각색한 고연옥 작가는 고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면서 포커스를 둔 지점을 묻는 질문에 "작품이 동시대적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는지 고민했다.“며 ”한태숙 선생님은 고전을 늘 의심하신다. 클래식한 가치들이지만 의심하는 것부터 시작을 하시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더욱 복합해진 현대인들에게 정답을 강요하기보다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에 한태숙 연출은 "의심한다기보다는 고전, 원작에 제가 빠져들까 경계한다고 할까, 원작이 가진 단단함에서 한 치 나아가지 못하면 어떡할까 그것을 의식한다기보다.“라며 ”특히 이 작품은 그리스 내전을 떠올리며 작업했다. 독재로 후퇴하고 반란군과 정부군의 싸움이 있고 전쟁을 통해 이익을 취하는 무리들. 그런 것들이 묻어나오기 바랐고, 극중 엘렉트라는 다른 힘에 의해서 허무하게 죽게 되는데 그 결말을 가지고 과정을 더욱 고심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고연옥 작가는 작품을 통해 시대적 여성성에 대한 고민을 투영했다고 밝혔다. 고연옥 작가는 "여배우들이 중심에 선 작품을 하게 돼 기뻤다. 시작부터 엘렉트라 안에 있는 여성성을 탐구하고 현대적으로 보여주려는 것이 목표가 됐다. 기존의 '엘렉트라'에서는 엘렉트라가 클리탐네스트라 집의 하녀처럼 사는 약한 존재였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엘렉트라가 클리탐네스트라를 가둔 강한 존재로 나온다. 단 그 강하다는 것이 남정을 제압하는 것인지, 정의라는 이름으로 존재가 강력해질 수 있는 것인지 모호하게 출발하면서 여성성이란 과연 무엇인가 끊임없이 질문이 나오게 된다. 또한 원작에서는 엘렉트라가 처음엔 약했다가 점점 강해지는 존재로 갔다면 이번 극에서는 반대로 강하지만 점차 약해져가는 기조가 있다. 나아가 인간에게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가장 큰 목표는 개인의 정의가 모두의 정의가 될 수 있을까. 거기에 여성성이 어떻게 대입되고 있는지를 염두에 두고 썼다.“고 밝혔다.

그와 반대로 서이숙은 여성성보다 정의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원작 ‘엑렉트라’가 가진 애초 의미가 아닌 ‘정의’를 논하는 새로운 이야기에 보다 초점이 맞춰지길 바란다는 의도였다. 서이숙은 "사실 이 작품에서는 여성성을 강조한 것은 없다. 정의에 대한 이야기다. 정의가 무엇이고 누가 누구를 심판할 수 있는가. 사실 모두가 피해자다. 그 원죄를 따져 보면 아이기스토스까지도 원한이 있다. 인물들은 그 심판이 옳은 것인지 처절하게 얘기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연출님과 작가도 여성이지만 여성성을 강조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오로지 시대적 정의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해서 모녀 관계의 사적인 이야기는 많이 배제한 편이다. 보다 큰 의미로 봐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장영남은 “이번 엘렉트라는 새롭게 게릴라 여전사로 태어났다. 크게는 정의 실현이라고 하지만 엘렉트라에게는 개인적인 복수다. 엄마가 아버지를 죽인 것도 있지만 여러서 엄마의 정부인 아이기스토스에게 많은 학대를 당했고 남자로 느끼는 순간이 있는 아이였다고 나와 있다. 그게 충분히 잘 전달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얼마나 많은 학대와 결국 애정결핍인데, 그것이 정말 엄청나게 큰 결말이어서 많이 비틀어진 인간이다. 해서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내 안에서 얼마나 큰 물결이 칠까 고민이 많았다. 사실 지금 하면서도 어렵다. 지금도 찾아가고 있는 과정인 것 같고, 저에게는 큰 과제인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끝으로 고연옥 작가는 "여성성에 대한 것이 전면에 드러나진 않지만 우리가 여성성이라고 인정하는 것과 거부하는 것, 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사회는 여성들을 가두려고 하는 것 같다. 여성들은 그것을 벗어나려고 하거나 이용하려고 하거나 투쟁하기도 하는 많은 측면이 있는데, 그 다양한 면에 여성은 존재하고 정의의 가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개인의 정의가 모두의 정의로 나아가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인데 어떤 부조리함, 비극을 당했을 때 나의 문제가 아니고 전체의 문제라고 인식할 때 사회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개인의 정의가 전체의 정의가 되는 것은 굉장히 어렵지만 얼마나 간절한가에 따라 개인의 정의를 다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개인의 비극, 또는 개인의 정의가 결국 모두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라며 작품의 성원을 당부했다.

한편, 연극 '엘렉트라'는 4월 26일부터 5월 5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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