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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신소율, '흑기사' 영미 캐릭터 축소 "아쉽지만 이해해요"

  • 입력 2018.04.08 07:43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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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최근 종영한 KBS 미니시리즈 ‘흑기사’에서 김영미 역할을 맡아 남다른 존재감을 뽐낸 배우 신소율이 연예투데이뉴스와의 인터뷰에 나섰다.

‘흑기사’는 한 남자와 두 여자의 200여년에 걸친 사랑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로, 김래원, 신세경, 서지혜, 장미희가 얽히고설킨 악연과 사랑을 그리는 사이 신소율은 신세경과 관련한 현생에서 벌어진 사건의 키를 쥔 인물로 등장했다. 박곤(박성훈 분)과 결혼을 앞둔 사이지만 박곤이 정해라(신세경 분)에게 마음을 두고 있음을 알면서도 끝까지 그를 사랑하는 인물이었다.

‘흑기사’는 애초 ‘태양의 여자’, ‘적도의 남자’, ‘남자가 사랑할 때’, ‘착하지 않은 여자들’을 집필한 김인영 작가와 ‘적도의 남자’, ‘내일도 칸타빌레’ 등을 연출한 한상우 연출이 의기투합하고 김래원, 신세경, 서지혜, 장미희 등이 출연진에 이름을 올리면서 지난해 KBS 하반기 드라마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혔다. 이국적 풍경과 판타지 소재가 결합되면서 ‘푸른 바다의 전설’,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와 비교되기도 했다. 그러나 큰 호기심을 자극한 초반부에 비해 중, 후반부 비슷한 에피소드가 계속되면서 아쉬움을 남겼는데, 그동안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없던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들은 제 몫을 다했다는 호평도 따랐다.

지난 21일 서울 종로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신소율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보자.

일단 20부작 ‘흑기사’를 마친 소감이 어떨까. “미니시리즈는 거의 1년 만에 한 거였는데, 짧은 호흡의 드라마를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 끝나고 나니까 ‘이게 뭐지?’ 이제 막 정 붙이고 할 만하니까 끝나버렸네?‘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웃음). 평소 작품을 할 때 시청자로도 많이 보는 편인데 반응들이 호불호가 나뉘는 걸 보면서 아쉽기도 했는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드라마에 출연했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인 것 같아요.”

처음 만난 화려한 캐릭터 김영미를 보여주기 위해 외모에서부터 많은 변화를 주었다고 한다. “일단은 전작들에서 항상 단발머리에 철부지, 밝은 캐릭터로 나오다보니까 모든 캐릭터가 다 비슷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긴 머리도 했었고, 패션샾을 운영하는 친구여서 다양한 변신을 보여줄 수 있겠다 생각도 했어요. 의상도 가장 화려하게 입었던 것 같고요. 전에는 마냥 철이 없는 역할이었다면 이번에는 철이 없는듯한데 뭔가 그 안에 뼈가 있는 연기를 해야 되는 거였어요. 그 부분을 가장 크게 생각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렇게 외모에서도 연기적인 면에서도 큰 변신을 꾀했던 작품이었건만, 극중 박곤과의 관계가 정해라와 얽힌 초반의 쫄깃함이 너무 빨리 와해된 느낌이었다. 또 정해라의 전 남자친구 최지훈(김현준 분)과도 썸이 진행되는 듯했는데 어느새 흐지부지 사라졌다. 이후 과거 화재사건의 비밀을 알고 있는 인물정도로 축소된 인상이 강한데 아쉽진 않을까.

“그랬죠. 캐릭터 소개란에 나오는 얘기이기도 한데, 곤이가 해라를 좋아한다는 것에 지쳐서 다른 남자를 만난다는 내용이 있더라고요. 처음에 그런 설명을 듣기는 했는데, 20부작밖에 안 되는데 그 와중에 너무 많은 얘기를 집어넣기는 어렵지 않을까. 뭔가를 할 것 같다가 흐지부지 되었다는 건 좀 아쉽지만 또 그랬다면 이야기가 많이 분산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비중도 줄고 이후에 너무 곤이만 좋아하는 인물이 돼서 그게 좀 아쉽긴 했는데(웃음), 어쨌든 내가 할 수 있는 것 안에서 최선을 다하자 했어요.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촬영이 진행되면서 김영미 캐릭터의 축소를 스스로도 느꼈을 터인데 어느 대목이었을까. “영미가 해라 아버지 사망의 목격자라는 건 나중에 알았어요. 해라네 집안이 무너질 때 일조한 게 우리 부모님이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고 또 곤이와의 관계가 있어서 그런 복합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건 알고는 있었는데, 해라와 연기하는 신이 많이 없어졌을 때 달라지고 있구나 느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연기하려면 그것에 빨리 적응을 해야 되는 거 같아요. 상황이 언제든 어떻게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서운했지만 크게 당황하진 않았어요. 어쨌든 목격자로서 사건 해결의 키를 쥔 인물로는 보여주시려고 한 것 같았고, 그런데 사랑 때문에 불의를 참아버린 인물이 되더라고요(폭소). 그래도 나쁘진 않았어요.”

그렇게 연기하는 인물의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자신만의 요령이라도 있을까. “가장 전형적으로 할 수 있는 느낌에 대해서 한 번 보고요. 얄미운 역할이면 다른 건 다 빼고 얄밉게 갈 수 있는 라인만 딱 먼저 보고, 이후에 무엇을 더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요. 또 작가님들마다 대사의 어순이나 그런 게 다 다른데, 그게 다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최대한 맞추려고 하고요. 겉으로 보이는 스타일의 경우는 제 고집을 많이 부리지 않아요. 스타일리스트라든가 가급적 전문가들과 상의를 해서 많이 수용하는 편이죠. 다만 포인트가 있으면 좋겠다는 면에서는 의견을 내서 상의를 많이 하고요. 감정적인 부분에서는 상대방의 연기에 따라 신의 분위기가 확 바뀌기도 하기 때문에 현장에서의 느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혹시 연극이나 영화를 먼저 했다면 방법이 다를 수 있을 것 같은데 드라마에서는 급박하게 순발력을 발휘해야 하는 순간들이 많거든요. 일단 거기에 적응이 돼야 하고요.”

그러한 현장 적응력을 갖게 된 데에는 단역에서부터 출발한 경험이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처음부처 제 배역을 맡고 들어갔으면 달랐을 텐데, 저는 완전 보조출연부터 시작을 했기 때문에 현장 상황에 엄청 빨리 적응을 해야 됐어요. 보조출연은 대기 중에도 이리 와서 이거 한 번 해봐라 그런 식이니까요. 엄청 힘들었지만 덕분에 눈치가 굉장히 빨라지더라고요(웃음).”

최근 활동 중인 또래배우들 중에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이력이긴 하다. 보조출연에서부터 현재의 신소율까지, 어떤 이야기들이 있을까. “회사도 없이 오디션을 보는데 경험은 없고, 그래도 연기를 해보고 싶어서 보조출연을 시작했어요. 그러다 제가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워낙 좋아하고 홍진호 선수를 좋아해서 준결승을 보러갔는데 자리가 없어서 밖에 있었는데 한 분이 오셔서 뭐하느냐, 어디 다니느냐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러다가 게임 방송을 하게 되면서 활동으로 이어지게 됐죠. 한번은 매니저한테 사기도 당했고요(웃음), 그 때 한 쇼핑몰 모델을 하다가 인텔 바이럴 광고를 찍으면서 당시 소속사에 들어가게 됐고, 이후에 신소율이 된 기간이 있었어요. 본명이 김정민이어서 이름이 흔하다고 소속사가 바뀔 때마다 이름을 바꾸게 됐는데, 신소율이라고 이름을 바꾼 지는 8년 정도 됐어요. 소율이라는 이름은 엄마가 태몽에서, 조그만 밤송이를 치마로 뜨는 꿈을 꾸셨다고, 그 밤송이가 정말 세상 제일 예뻤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만들어진 이름인데 김소율은 또 뭔가 임팩트가 없다고(폭소). 정말 세상에 있는 온갖 성 씨를 다 붙여본 것 같아요. ‘네가 여리고 그런 이미지가 아니니 세게 가자’ 해서 제갈, 황보 뭐 성이 두 이름인 건 다 붙여보고, 이후에 신소율이 제일 좋다고 결정이 났죠.”

참 쉽지 않은 길을 걸어온 듯한데, 그럼에도 왜 그렇게 연기가 하고 싶었던 걸까. “제가 원래는 포기가 되게 빠른 편이에요. ‘안 되면 되게 하라?’ 그건 말이 안 되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하늘의 별을 따줘? 안 되는 거잖아요(웃음). 처음엔 부모님도 많이 반대하셨고, 검정고시를 보고 대학을 4년제를 못 갈 줄 알았는데 국민대 연극영화과를 봤는데 붙었더라고요. 이후에는 부모님도 그냥 이게 네 길인가보다 해보라고 하셨어요. 보조출연 나가면 잘 한다 칭찬받기도 하고, 중간에 소송할 때는 정말 포기할 만도 했는데 그 5년이 너무 아깝고, 학비도 아깝고. ‘나는 훌륭한 연기자가 될 거야’ 그런 큰 포부로 시작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왕 시작한 거 내 이름이 있는 역할까지는 한 번 해보고 그만둬도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부모님한테도 친구들한테도 시작의 끝을 흐지부지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거든요.”

신소율은 21살에 한 매니지먼트와 계약했다가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약파기 소송을 벌였으나 계약은 유효해 5년간 법정다툼을 벌인 바 있다. 신소율은 한 방송에서 당시 어머니가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위약금을 마련해준 일화를 전하며 눈물을 쏟기도 했다. 그런 우여곡절을 겪은 만큼 더욱 쉽사리 포기할 수 없었던 계기이자 스스로의 다짐이었다.

※ 드라마 '훅기사' 종영으로 만난 배우 신소율의 인터뷰,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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