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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8회 LDP정기공연' 안무가 시리즈3편 - '거울 앞 인간' 이정민

  • 입력 2018.03.25 22:51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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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지난 23일부터 오는 25일까지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아르코예술극당 대극장에서는 제 18회 LDP무용단(대표 김동규, Laboratory Dance Project/이하 ‘LDP’) 정기공연이 공연 중이다.

이번 시즌에서는 임샛별의 작품 ‘소녀’, 김성현의 작품 ‘이념의 무게’, 이정민의 작품 ‘거울 앞 인간’이 올해의 ‘LDP’를 대표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특히 이번 18회 정기공연에서는 해외 안무가의 작품 없이 'LDP' 정단원 3인의 작품으로만 구성됐다.

하여 연예투데이뉴스는 ‘LDP’ 세대교체를 이끌며 현대무용계 신진 다크호스로 주목받고 있는 임샛별, 김성현, 이정민의 이야기를 릴레이 인터뷰로 전해보고자 한다. 지난 23일, 프레스 리허설을 마친 후, 이들 안무가 3인이 연예투데이뉴스와 만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정민은 ‘거울 앞 인간’을 선보인다. ‘거울 앞에 서면 누구나 거울에 비친 우리의 겉모습에 주목하기 때문에 숨겨진 우리 안의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서 모티브를 받은 작품이다. 평소 우리가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닌지, 그 안의 진실을 들여다봐야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을 움직임으로 표현한다. 그런데 이 작품에 진짜 숨은 모티브는 지난 2014년의 세월호 사건이라고 한다.

이정민은 먼저 애초 이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에서부터 이를 설명했다. “이번 작품의 모티브이자 전체 주제가 된 것이 사실 세월호에 관한 이야기다. 처음 영감을 받은 것은 자신들이 세상을 달리할 줄 모르고 찍은 셀카 영상을 이후에 보게 됐는데, 그걸 보면서 내가 알고 있는 세월호란 무엇이었을까를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대부분 세월호를 연상했을 때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대한 뉴스와 이야기들만 너무나 많은 상황이었고, 한편으로 그 뒤에 있는 본질을 다시 보고자 작품을 만들게 됐다. 그럼에도 세월호를 (홍보관련 자료나 프로그램북에) 적지 않은 것은 혹시 이슈를 위한 것이냐는 오해나, 관객들에게 특정 고정관념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며 “세월호와 거울 앞 인간이라는 것이 매치가 잘 안 될 수 있는데, 보통 거울 앞에 서면 내 자신의 겉모습만 볼 수 있는, 내 안에 진짜 내면은 보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었고. 그렇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채로 거울 앞에서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닐까 하는 질문에서 ‘거울 앞 인간’이라는 작품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정 주제를 몸으로 표현하는 무용작품의 설명을 말로 전해 듣는 것은 자칫 어려울 수 있으나 직접 작품을 관람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여러 생각을 야기한다. 특히 현대무용을 두고 대중이 ‘난해하다’고 말하는 대목은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지만 사실 이것이 또 현대무용의 특징이기도 하다. 미술의 경우 한 화가의 그림을 두고 수 세기에 걸쳐 여러 해석과 토론이 이어지는데, 그 자체로 작품의 관람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효과를 내는 것처럼 무용작품도 창작자의 애초 의도는 하나였겠으나 보는 이의 가치관, 사회적 지위, 문화적 배경 등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하고 이를 두고 자신의 관람을 함께 나누는 것이 현대무용이라는 장르의 특색이다.

이정민은 이번 ‘거울 앞 인간’을 통해 이러한 특색을 십분 가미하면서도 관객들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주제의식을 명확히 하려 했다고 한다.

이정민은 “현대 예술이라는 것이 어떤 답이 정해져 있지 않고 관객들에게 생각할 여지를 주는 것이라는 점에 많이 동의하는 편인데 사실 그동안 관객들에게 던져놓기만 하는 작품들이 많았던 거 같아서, 이번 작품은 다섯 신이 나오는데 신이 거듭될수록 주제의식을 조금씩 더 많이 드러내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정민은 쉽지 않았던 제작과정을 전하기도 했다. “작품 중 첫 신을 준비할 때, 8명의 무용수들이 모여 있는 가운데 한 명씩 아무도 모르는 영상을 보고 와서 아무 말 없이 즉흥을 해보도록 했다. 두 번째 사람은 ‘저 사람이 왜 저런 움직임을 하고 있지?’ 그런 상태에서 영상을 보러 갔고 나와서 그 사람 역시 즉흥을 하고, 그렇게 모두가 진행된 상태에서 만들어진 하나의 큰 움직임이 굉장히 좋았다. 그런데 그 움직임을 가지고 전체 조합을 하는 작업은 순탄치 않았다. 해서 무용수들에게 그 움직임을 다시 해볼 수 있겠느냐고 했을 때, 워낙 좋은 무용수들이어서 이런 저런 요구에도 정말 찰떡같이 알아듣고 거의 처음 그대로를 다시 해주더라. 해서 그것을 가지고 다듬고, 다듬고 하면서 첫 신이 완성됐다”며 “이 첫 신에서는 누군가를 구할 수 있는데 구하지 못하는 상황을 담고 있는데, 무용수들의 드라마적인 움직임과 수학적인 음악을 통해서 이중적인 의미로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보고자 했다. 이후 신이 거듭되면서는 주제가 더욱 확실하게 보일 수 있도록 접근했다.”고 밝혔다.

관객들에게 관람 팁을 한 가지 말해준다면 어떤 부분을 꼽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이정민은 “이 질문이 사실 가장 어려운 것 같다.”며 “아마 관객들이 가져가는 신이 대부분 마지막 신일 것 같다. ‘Amazing Grace(어메이징 그레이스)‘ 음악이 함께 나오는데, 이 음악을 쓴 이유는 2015년인가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이 한 총기사건이 났을 때 추모연설을 하다가 갑자기 이 노래를 부르는 걸 봤다. 세월호 사건이 2014년이었는데, 우리는 왜 달랐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딱 이거다 싶었다. 원래 무용 작품에 가사가 있는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 작품의 마지막 신은 주제의식이 확실해야 될 것 같아서 그냥 그대로 쓰자고 확고하게 마음을 먹게 됐다. 이 마지막 신을 그대로 가져가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제 18회 LDP 정기공연은 오는 25일까지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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