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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초점] '윤식당2' 영업 종료..'힐링과 현실 사이'

  • 입력 2018.03.17 08:29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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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윤식당2’가 스페인 가라치코 마을에 오픈한 윤식당 2호점의 영업을 종료했다. 윤식당은 현지인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이벤트가 되어주었고, 윤식당은 어느새 그들의 이웃이 되어 있었다.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도 잔잔한 힐링이 되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어쩐지 여유가 넘치는 스페인의 작은 섬 마을 사람들을 지켜보는 우리의 자괴감은 어쩔 수 없다.

지난 16일 방송된 tvN ‘윤식당2’에서는 윤식당의 마지막 영업이 공개됐다. 지역 신문에 이들의 이야기가 소개되면서 최고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많은 손님들이 찾았지만 주문과 요리 순서를 재배치하는 요령을 터득한 탄에 윤여정과 정유미는 손님들의 주문을 척척 해결했다. 전무 이서진과 알바생 박서준은 가라치코 인기남으로 등극했을 정도로 유명세를 치렀고, 이들의 친절한 서비스는 손님들에게도 기분 좋은 미소를 자아냈다.

무엇보다 윤식당은 가라치코 마을에 좀처럼 기회가 없던 한식의 매력을 알렸다. 중국 음식과도 다른 한국 음식만의 담백함은 현지인은 물론 관광객들에게도 어필했고, 현지의 취향을 고려해 매운맛을 뺀 간장 비빔밥, 김치전 등이 큰 인기를 끌었다. 설탕에 계피를 섞어 만든 호떡에 아이스크림을 올린 후식은 모두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특히 후라이드 치킨에 새콤달콤한 소스를 입힌 닭장정은 현지 식당의 셰프들에게도 인기 만점이었다.

그렇게,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우리 음식을 먹으며 ‘맛있다’를 연발하는 외국인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도 큰 힐링이 되어주었다. 그들은 윤식당이 마을에 새로운 활기를 주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윤식당이 영업을 종료한 뒤에 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애틋한 감사를 전하며 윤식당과의 이별을 아쉬워했다.

그런데, 어쩐지 윤식당 마지막 영업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식당을 찾은 한 가족은 “한국이 일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인가?”, “한국이 1등”, “완전 끔찍하다”라며 입을 모았고, “한국의 젊은이들은 대기업에 들어가 죽어라 일을 한다. 대기업을 위해 그렇게 일을 한다니.. 대기업에 들어가서 하루에 12시간 이상씩 일을 한다. 그것도 평생 동안. 그런데도 다들 대기업에 들어가고 싶어 한다. 의아했다.”며 한국의 근로 환경을 꼬집었다. 이어 한 여성은 “나는 조금 일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기를 원한다. 하루에 10-15시간을 대기업을 위해 일하는 건 싫다.”고 말했다.

먼 나라 스페인의 작은 섬마을에서 우리의 치부가 드러난 순간은 내심 부끄러웠다. 그도 그럴 것이, ‘윤식당2’의 힐링 포인트 중 하나는 다름 아닌 그들의 ‘여유’였기 때문. 그들은 모두가 가족과도 같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의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가 아닌 행복하기 위해 일을 한다는 한 식당의 요리사의 말에서도 우리를 뜨끔하게 했다. 또한 그들은 낯선 외국인들의 일주일의 방문을 따뜻하게 맞아주었고, 나아가 마을의 일원으로 품어주었다. 윤식당이 영업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말에 단체회식을 왔던 식당의 식구들은 모두 밖으로 나와 따뜻한 작별 인사를 나웠고 마을 사람들 역시 윤식당과의 짧은 만남을 아쉬워하며 감사를 전했다.

부모와 아이, 부모의 부모 세대가 또 한 자리에 모여 여유를 즐기는 모습은 우리에겐 낯선 풍경이 된지 오래다. 나아가 이웃이 가족과도 같은 그들의 삶은 우리의 옛 정서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사라진 지가 언제던가. 옆집에 누가 들고 나는지도 모른 채 각박한 삶을 살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되짚어보게 된 그들의 이야기는 그들을 통해 느끼는 대리만족이 대리만족에 그치지 말아야 함을 보여주지만 되돌아온 현실은 여전히 녹록치 않다. 그래서 또 우리는 간편한 일주일의 한 시간으로 만끽하는 대리만족에 열광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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