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today초점②] 더블케이 '연극학교' 이제 4년史..학생들은 왜 열광할까

  • 입력 2018.03.01 16:56
  • 기자명 이은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더블케이 ‘연극학교’가 올해로 4기 졸업생들을 배출했다. 정예를 선발하기 위해 해마다 최종합격자 수가 점차 줄어들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하고 뜨겁다. 무엇보다 ‘연극학교’는 이미 대학 전공자들이 다시금 오디션을 통해 이곳을 찾는다는 것이 눈길을 모은다. 그들은 왜 ‘연극학교’에 열광할까.

올해 배출된 ‘연극학교’ 4기 (연출부 2명, 남,녀 배우 각 8명씩 16명) 학생들은 지난 24일부터 28일까지, 총 9회에 걸쳐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실존주의 문학가 알베르 카뮈作 연극 '정의의 사람들'로 관객들과 만났다. 1905년 모스크바에서 있었던 실제 폭탄테러를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독재자 세르게이 대공을 폭탄 테러하려는 다섯 명의 사회주의 혁명당원들을 통해 신념과 이념, 정의와 수단에 대한 치열한 논쟁을 담고 있다. 16명의 학생 배우들은 더블, 트리플 캐스트로 고루 무대에 올랐고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쳤다.

지난 27일, 공연을 마친 후 4기 학생들 중 일부를 직접 만났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연극학교’의 면면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자.

아무래도 가장 궁금한 점은 ‘전공자들의 재도전’이다. 이미 학교에서 전문 수업을 받았거나 받고 있는 이들이 왜 굳이 ‘연극학교’에 다시 도전하는 것일까.

서경대학교 공연예술학부 송보근 씨는 “저는 2기 때 지원했는데 빠르게 탈락했다가(웃음), 작년에는 개인적인 공연 스케줄 때문에 지원을 못 했었고 이번에 다시 지원하게 됐어요. 다시 지원하게 된 이유는, 뭔가 좀 더 넓은 곳에서 또 한 번 선택을 받은 친구들, (연기에 대한) 의지가 있고 뜻이 있는 친구들과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이유 때문에 지원을 했게 됐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렇게 ‘연극학교’에 온 후, 현실적으로 무엇이 좋더냐는 질문에는 청운대학교 연기예술학과의 이우철 씨가 답했다. 그 역시 앞서 한 번의 탈락의 경험이 있다고.

“저도 작년에 최종 3차에서 탈락했다가 이번에 다시 지원해서 함께하게 됐는데, ‘연극학교’가 무엇이 좋은가, 제 생각에는 연극영화과에서 보통 3,4학년이 지나고 졸업을 하게 되면 사실상 백수가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또 학교에서는 오래 공연을 했지만 우리가 하는 것이 맞게 잘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확신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 ‘연극학교’의 프로그램의 특성상, 배우를 제외한 연출님을 포함해서 모든 스태프들이 다 전문가 분들이시기 때문에 학생들로서는 프로들의 현장을 먼저 접할 수 있고 프로의 길에 발판이 되는, 그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시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 여러 후원을 많이 해주셔서 질 좋은 교육과 질 좋은 공연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공연이나 교육이라면 학교에서도 전문가인 교수들의 지도가 있을 텐데, ‘연극학교’에서만의 차별화를 무엇으로 말할 수 있을까.

여기에 이우철 씨는 “물론 학교에서도 좋은 교육을 받지만, 또 연극영화과가 전국에 굉장히 많이 생겼지만 특히 지방대학의 경우 다른 지역이나 다른 환경을 가진 이들과 작업을 하는 기회는 사실 많지 않거든요. 해서 이 ‘연극학교’가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을 했고, 그 때문에 외부에 있는 다른 학생들도 이곳으로 오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굉장히 많고요. 그만큼 좋은 기회와 교육의 장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연극학교’는 어쨌든 교육의 장이다. ‘연극학교’가 경력단절을 막기 위한 무료대관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는 하지만 배움의 길이가 길어지는 것이 좋을까, 일선에 빨리 부딪혀 나서는 것이 좋을까, 그것은 또 달리 생각해볼 문제다.

이에 대해 이우철 씨는 “사실 수요와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고, 배우를 하겠다는 학생들은 넘쳐나는데 그들을 받아주는 곳은 극히 일부분이고, 그렇다보니까 공연이든 방송이든 영화든, 졸업한 예비 배우들이 나갈 수 있는 길이, 가면 갈수록 점점 좁아지고 있어요. 방송국들도 많이 생기고 연기자를 필요로 하는 곳도 많아졌지만 그래도 쓰고자 하는 사람들은 정해져 있고요. 저희 스스로도 프로필을 돌린다든지 오디션의 기회를 찾는다든지 그런 부분은 언제든지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회는 굉장히 적은 상황이죠. 그리고 최근에는 현역에서 활동하시는 배우들도 틈틈이 연기 레슨을 받는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일선에 빨리 나가지 않는다, 배움만 길어진다.’ 그런 것이 아니라 ‘연극학교’를 통해 그 둘을 같이 병행하면서 점점 발전해 간다는 것이 바람하지 않나 생각합니다.”라며 그럼에도 ‘연극학교’가 필요한 이유를 전했다.

그렇다면, ‘연극학교’에 들어온 이후 전과는 다른 경험을 하게 된 사례도 있을까.

여기에 이우철 씨는 “저는, 전에는 연극이라고 하면 관객들이 봤을 때 합당성만 있다면 그게 다라고 생각했었어요. 그 역할을 잘 해내려면 배우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같은 부분보다는 공연의 결과가 어떠한가에 대해서만 많이 생각을 했었다는 거죠. 그럼에도 학교에서는 나름 좋은 평을 받고 있었는데 이번에 ‘연극학교’에 와서, 말하자면 제 안이 텅텅 비어있던, 진짜 실력이 들통 난 거예요. 올해로 연기를 한지 딱 10년째가 됐는데 이전에 제가 가지고 있던 그런 생각들이 와르르 무너지면서 다시 한 번 연기 서적들이나 연기의 기초적인 것들을 다시 훑어보게 되는 계기가 됐어요. 그동안 연기를 너무 쉽게, 쉽게 생각하지 않았나. ‘연극학교’에 와서 좀 더 진실 된 호흡과 진실 된 정서로 연기하는 방법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있었습니다.”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단국대학교에 공연영화학부 3학년에 재학 중인 이재은 씨는 “‘연극학교’의 일정이 굉장히 강행군인데,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신체훈련부터 작품과 관련된 스케줄만 계속 진행이 돼요. 아마 다들 알고 있겠지만 평소에 잘 해보지 못 했던 것들, 매일매일 훈련하기, 연기하는 순간이 아니어도 내 공연과 내 인물에 대해서만 고민하기. 이것이 습관화하고 길들여지는 게 가장 큰 것 같아요. 해서 연기를 대할 때의 태도, 자기관리, 생각은 하고 있지만 행동으로는 잘 안 되던 것들을 직접 해보고 경험하게 된 것이 가장 큰 하나고요. 또 하나는, 학교와 ‘연극학교’의 가장 큰 차이점이, 학교에서는 학점을 따기 위해 공연을 하는 사람이 정말, 정말 많아요. 그런데 여기는 공연 자체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공연을 올리는 것이기 때문에 특히나 사람을 얻고, 또 그 사람에게서 배우는 것이 있고, 제가 생각했을 때는 그것이 진짜 큰 장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라고 전했다.

‘정의의 사람들’이 무료 공연이라고는 하지만 대학로 한복판 무대에 섰으니 의미부터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아마추어에서 프로가 되기 위한 과정이 ‘연극학교’라고 한다면 배우로서 느끼는 현실적인 차이도 있었을까.

서울예술대학교 연기과 김민선 씨는 “일단은 학교에서의 작업은 정말 말 그대로 공부를 위한 작업이에요. 공연을 보러 오시는 분들 역시 지인들이나 동료들인데 이 무대는 생각보다 많은 일반 관객들이 오시는 준 프로급 무대이기 때문에 정말 저를 객관적으로 판단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확실하게 그 인물로서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그 부분을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되고, 또 프로인 분들이 같이 만들어주시기 때문에 요즘의 추세나 연기 스타일에 대해 객관적으로 봐주시는 시선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해서 일단 마음가짐부터가 달랐고, 처음으로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보고, 어떻게 하면 관객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어요. 그런 시각이 많이 달라진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무료대관 공연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까.

이에 김민선 씨는 “학교를 졸업한 친구들이 쉬지 않고 공연을 계속 할 수 있도록 (김수로) 선생님이 배려를 해주셔서, 우리들끼리 작품을 정하고 선생님께 통과가 되면 친구들끼리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시스템이에요. 그래서 선생님이 극장도 마련해주시고 필요한 것들이 있다면 스태프 분들이 도와주시고 그런 프로그램인데, 이번에는 저희가 예정을 하고 있고, 앞으로는 1,2,3기 선배들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어요. 이미 준비하고 계신 선배들도 있으시고요. 아직 작품이나 참여자가 완벽하게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다들 좋은 공연을 보여드리기 위해 열심히 참여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라고 전했다.

이쯤에서 다시 궁금하다. 학생들의 입장에서 ‘연극학교’의 수장 김수로는 어떤 사람일까.

여기엔 경성대학교 1학년 여해성 씨가 답했다. “선생님께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앙상블입니다. 제가 소극적이고 낯가림도 심해서, 평소에 학교 다닐 때도 친구들과 우루루 다니는 편이 아니고 그냥 혼자서 조용히 다니는데, 얼마 전에 선생님께서 앙상블에 대해 얘길 해주시고, 저한테도 따로 코멘트를 해주셨어요. 그것도 앙상블이었거든요. 그때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생각을 하고 나서, 물론 항상 같이 했지만 조금 더 마음을 주려고 하고 받으려고 하고, 그렇게 하고 무대에 올라가니까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막 나오는 거예요. 저는 여기 와서 선생님이 어떤 분이냐고 말씀을 하자면, ‘앙상블을 가르쳐준 선생님’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 학교에 가서도 그리고 밖에 나와서도, 또 연기를 배우면서도 저에게 부족했던 앙상블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될 거고 그걸 잘 만들기 위해서 더 노력하게 될 것 같고요.”

최종적으로, 예비 배우들인 이들에게 ‘연극학교’는 어떤 의미일까.

이에는 경기대학교 연기학과 신보영 씨가 답했다. “일단 연극이라는 게 저희가 하고 싶다고 해도 쉽게 기회가 주어지는 게 아닌데 ‘연극학교’에서는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주시고, 저희가 기획안을 내면 공연장도 대여해주시고 다른 모든 것들을 맡아주시고, 저희는 연습만 하면 되는 환경을 만들어주셔서, ‘연극학교’는 저에게 연극의 길을 계속 열어주는 곳이 아닌가 싶습니다.”

앞으로, 본격 자신들만의 무대가 만들어진다면 분명 책임도 따를 것이다. 이제는 그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아야 할 시기다.

이에 신보영 씨는 “전에 연출님께 자신의 개런티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배우가 있고, 한 번의 공연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배우가 사과문을 올린 경우도 있다는 말씀을 들었어요. 쉽게 주어지는 기회가 아니기 때문에 만약 앞으로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말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매 회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끝으로 이번 인터뷰를 마치며 서울예술대학교 연기과 김민선 씨는 “정말로 태어나서 이렇게 열심히 준비해 본, 제 것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열여덟 명이 다 같이 호흡하면서 하루에 1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열심히 참여해서 작품을 준비한 게 처음인 것 같아요. 그래서 다른 친구들의 공연을 보면서도 가슴이 뜨겁고 각기 다른 학교를 통해 만나서, 정말 운명적으로 만나서 준비한 공연이기 때문에 되게 뜻깊은 공연이었고요. 앞으로 있을 공연도 대학로 정중앙에 있지 않습니까(웃음), 많이들 오셔서 저희들이 뜨거운 열정으로 준비하는 공연에 와주시고 응원해주시면 좋겠습니다.“라며 성원을 당부했다.

‘연극학교’는 이제 새 국면을 맞았다. 그들만의 공연이 시작되면 더불어 냉정한 평가가 따를 것이다. 김수로, 김민종, 강성진 등으로 대표되는 ‘연극학교’는 이제 그 의미의 주도권 역시 학생들의 활동으로 바통이 넘어갈 것이다. ‘배움’에서 그치지 않고 ‘프로’로 나선다는 것은 그런 의미다. 그들의 공연이 호평을 받는다면 ‘연극학교’가 힘을 받을 것이고 그들이 실패한다면 ‘연극학교’의 의미도 더불어 퇴색될 수 있다.

또한 한편으로 그들은 이제 도덕성 등의 자기관리도 필요할 것이다. 자칫 누구 하나의 낭패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연극학교’에 똥물을 끼얹을 수 있다. 실상 그들을 ‘연극학교’라는 이름으로 프로무대에 세운다는 것 자체가 온갖 위험요소가 따르는 일이다. 학생들은 이제 단순히 한 작품의 공연을 올리고 말고의 사안을 넘어 ‘연극학교’라는 이름이 자신의 어깨에 걸린 막중한 책임감을 명심해야 한다. 때때로 겪을 실패와 좌절도 누군가에게는 마냥 부러운 꿈의 무대일 수 있는 그곳이다. 이제 새로운 첫 걸음을 뗄 그들의 행보에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쏠리는 이유다. 그럼에도,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열어보겠다는 ‘연극학교’만의 뚝심은 실로 높이살만하겠다.

저작권자 © 연예투데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