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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민우혁, "남자의 사랑 보여주고파"

  • 입력 2018.01.28 08:02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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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속 불같은 사랑의 주인공 ‘브론스키’로 분하고 있는 배우 민우혁이 인터뷰에 나섰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3대 걸작으로 꼽히는 '안나 카레니나'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가 최근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성황리에 공연되고 있다. 옥주현, 정선아 등 뮤지컬계 최고의 디바들이 ‘안나’역을 맡고, ‘안나’와 비극적이지만 운명적인 사랑을 그리는 ‘브론스키’ 역에 배우 민우혁이 이지훈과 더블 캐스트로 출연 중이다.

특히 러시아 뮤지컬이 국내에 소개되기는 이번 ‘안나 카레니나’가 첫 사례인데, 이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러시아 뮤지컬이 수출된 것이 최초이기도 해서 진작부터 공연 관계자들은 물론 뮤지컬 애호가들에게도 주목받은 작품이다. 그렇게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는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에서 활약하고 있는 배우 민우혁의 이야기를 통해 작품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자.

민우혁은 러시아 뮤지컬의 첫 소개라는 의미보다도 작품 자체의 매력에 이번 ‘안나 카레니나’의 출연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처음에, 러시아 뮤지컬이라는 얘기를 듣고 자료들을 찾아봤어요. 영상들도 찾아보다가 오프닝을 보자마자 ‘그냥 해야겠다.’ 생각이 들더라고요. 넘버들이 정말 좋고 굉장히 화려한데 다른 공연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어요, 전에 ‘레미제라블’을 보면서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 그런 생각을 했는데 딱 그런 느낌이었어요. 회전무대라든가, 홀로그램 같은 활용이 특히 좋아서 우리나라에 또 하나의 대작이 탄생하겠구나 싶은 생각에 오디션을 굉장히 열심히 했죠. 따로 레슨을 받기도 했기도 했어요. 전작 ‘벤허’에서는 좀 센 캐릭터여서 또 반대적인 역을 해보고 싶기도 했고요. 그리고 단순히 한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가 아닌, 사랑에서도 또 다른 느낌이 있어서 그런 남자를 연기해볼 수 있다는 매력도 컸고요.”

레슨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의 레슨이었을까. “아무래도 좀 신경 썼던 게 발성이었는데, 최근에 주로 강한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기 때문에 힘을 좀 빼고, 뭔가 여성분들에게 사랑받는 발성? 소위 그 ‘공기 반 소리 반’이라고 하는(웃음), 목소리가 좀 따뜻한 느낌이었으면 좋겠다는 거였어요. 넘버들도 박자가 또 굉장히 어려우면서도 영화 속 BGM(백그라운드뮤직) 같이 신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기 때문에 최대한 악보대로 하려고 많이 신경 쓰고 있습니다.”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속 ‘안나’와 ‘브론스키’의 사랑은 단순히 한 마디로 말하자면 불륜이다. 사실 로맨스를 소재로 한 고전작품들에서 불륜, 막장, 치정이 없는 작품이 있을까마는, 특히 ‘안나 카레니나’는 보다 열정적인 삶의 태도를 가지고 있는 러시아인들의 문화가 이들의 로맨스를 이끌고 있어 과연 유교사상이 뿌리 깊은 우리정서에 통할 수 있을지 우려를 낳기도 했다. 이에 민우혁은 “조금 불륜 같은 느낌이 있지만, 사랑을 위해서 모든 것을 다 버리는 캐릭터는 아니예요. 브론스키는 안나를 정말 사랑하지만 지난 과거를 딛고 또 다른 나의 인생을 개척해보자는 생각이 강해서, 안나로 하여금 사랑만을 원했던 게 아니라 사랑을 포함해 가정의 부와 명예를 위해서 다시 사회에 선 인물이거든요. 그런데 이들의 사랑이 비극이 되는 이유는, 안나는 브론스키에게 사랑만 원한다는 거예요. 안나는 오로지 자신과 브론스키와의 행복만을 생각했고, 브론스키는 사랑과 가정, 명예를 함께 지키려고 하기 때문에 안나에게는 그만큼의 사랑이 충족되지 않은 것이죠.”

그렇다면,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브론스키’의 스토리에 공감이 되고 있을까. “그럼요. 저도 공감이 되더라고요. 처음엔 ‘되게 재수 없다(웃음). 어떻게 저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방치할 수 있지?’ 그랬는데, 생각해보니까 제가 그러고 있더라고요. 사실 결혼한 남자들은 모든 것이 가정을 위해서 그러고 있는 거여서 자기가 정작 잘하고 있는 줄 알아요. 남편이 일 때문에 바쁜 생활을 하다 보니 아내는 외롭다고 얘기하는 부분들, 사실 저는 아내와 같이 행복하게 살려고, 이왕이면 부족하지 않게 살려고 열심히 일하는 건데 정작 아내를 챙길 여유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아내가 서운하다고 하는 것들을 이 작품을 통해서 알게 되고, 한 번 더 저를 돌아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지 않았나. ‘아, 아내가 현재 이런 상황이구나.’ 그런 생각도 하게 되더라고요.”

애초 ‘안나 카레니나’에 기대했던 부분들이 잘 들어맞고 있을까. “전에 영화를 봤을 때 느낀 메시지와 직접 러시아 크리에이티브 팀을 통해서 듣는 작품은 또 달랐어요. 영화를 봤을 때는 왜 브론스키가 이 아름다운 여인을, 그렇게 사랑할 때는 언제고 자신의 부와 명예를 위해서 이 여자를 이렇게 방치하지? 안나는 왜 그렇게까지 집착하지? 그랬는데 이게 여자와 남자의 차이인 것 같더라고요. 서로 사랑하는 것도 맞고, 두 사람이 같이 행복하고 싶은 것도 맞는데, 여자와 남자의 ‘행복’을 추구하는 차이가 그런 갈등을 만들어내내는 게 아닌가. 브론스키는 ‘모든 것이 결국 다 당신을 위해서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안나는 ‘부와 사랑과 명예 다 필요없어. 너의 사랑만 원해’ 이러한 이야기가 결국 비극이 되는데 그런 모습을 잘 보여준다면 많은 분들이 같이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우려에 캐릭터를 보다 명황하게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처음에 영화만 봤을 때는 무대와 음악과 연출적인 것에 완전히 빠져서 무조건 해야겠다 했는데, 자칫 욕먹을 수 있겠다(웃음). 해서 행복을 찾아가는 방식이 좀 다를 뿐이라는 부분을 명확하게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특히 마지막 넘버에서 그런 자신의 마음이 표현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번 작품으로 옥주현, 정선아와 호흡하게 된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일단 정선아 배우는 ‘위키드’에서 같이 하면서 이 배우와 꼭 한번 다시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연기 호흡도 정말 잘 맞았고 정선아 배우를 통해서 제가 많이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이번에 만나게 됐고, 옥주현 배우는 다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최고의 배우잖아요. 해서 막연하게 ‘나는 언제쯤 옥주현 배우와 같이 무대에 오를 수 있을까’ 했는데 그런 두 배우를 이번에 함께 만나게 돼서, 그런데 또 정말 최고의 배우들이 상대역으로 캐스팅 되니까 좀 부담도 되더라고요(웃음). 최고의 배우들이 더 최고의 연기를 보여줄 수 있게 해야 되는데 혹시 제가 방해가 되진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고요. 해서 제가 더 많이 노력을 해야죠.”

그렇다면 배우 민우혁은 이번 ‘안나 카레니나’로 관객들에게 또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까. “이전 작품들에서는 ‘나의 사랑을 받아줘’ 이렇게 갈구하는 민우혁을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저런 브론스키를 어떻게 사랑 안 해?’ 그런 느낌을 줄 수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웃음). 일단 엘리트 장교인데다 의상이 되게 멋있고, 귀티가 철철 흐르는 인물이라, 그게 지금 저의 가장 큰 숙제예요. 특히 자세에서도, 러시아에서는 인사를 하면서도 자세를 낮추는 게 없다고 하더라고요. 남자가 허리를 굽힐 때는 여자의 손에 키스할 때 딱 한 번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그냥 인사를 하더라도 90도 굽히는 게 예의인지라 자꾸 몸을 굽히게 돼서(웃음), 요새는 몸에 뭐가 박혔다고 생각하면서 자꾸 꼿꼿하게 있으려고 노력 중이예요. 그냥 가만히 서 있어도 ‘귀족이구나’ 하는 느낌을 보여드리는 게 이번 저의 숙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 외에 또 다른 준비가 있을까. “극중 왈츠를 추는 장면이 있는데, 러시아 배우들은 기본적으로 어려서부터 발레를 배워서 춤을 정말 근사하게 잘 춰요. 그리고 당시에는 1년에 한 번 무도회가 열렸는데 거기 주민들은 그 무도회를 위해서 1년을 준비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 얼마나 잘 추겠어요. 근데 이번 ‘안나 카레니나’에 정말 잘한다는 앙상블, 댄서들을 다 모아놨는데 뭔가 엉성한지 처음에 러시아 크리에이티브 팀이 깜짝 놀라더라고요(웃음). 사실 우리가 언제 왈츠를 출 일이 많지 않잖아요. 해서 이번에 옥주현 배우가 창피하면 안 된다고, 좀 비슷하게라도 따라가려면 배워야지 않겠냐고, 브론스키와 안나 배우들이 같이 왈츠를 배우자고 제안하더라고요. 어쨌든 즐거운 작업이에요. 배우로서는 이런 걸 언제 해보고 언제 몸을 만들어보겠나(웃음). 저 나름의 변신을 하는 재미도 있고요, 사실 재미가 없으면 정말 힘든 일인데, 관객들의 기대치를 충족시켜드리고 싶은 마음에 배우들 누구 하나 피곤해 하는 사람이 없어요. 뭘 하자해도 똘똘 뭉쳐서 열심히 하고 있어서 좋은 공연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작품을 첫 소개하게 됐는데 얼마나 성공적일 수 있을까. “그렇죠. 러시아 작품으로는 최초여서 국내 관객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데, 생소할 수는 있지만 사실 드라마 자체가 전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여서 충분히 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또 뮤지컬 무대에서만의 매력, 연출법, 조명이든 무대든 세트든, 그런 모든 것들이 생소하다기보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하는 놀라움이 있어서 고전이긴 하지만 굉장히 현대적인 느낌이 커요. 지금까지 했던 작품들에 비해서도 전혀 손색없다는 생각이고요. 그것들을 배우들이 더 잘 활용하고 더 큰 시너지를 내야겠죠.”

※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로 만난 배우 민우혁의 인터뷰는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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