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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관통하는 무속신앙의 위대함. 영화 <만신>
남궁선정 기자  |  zenos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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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2.19  00:4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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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우리나라에는 바다건너 서쪽에서 유일신 종교가 들어오기 전, 토템과 샤먼 등 생활에 자리잡은 무속신앙이 있었다. 마을이나 동네 어귀에는 마을을 상징하는 큰 나무가 세워져 마을을 굽어보고, 어귀 곳곳 성황당에는 죽은 자의 넋을 기리고, 혼을 달래는 탑들이 쌓여있었다. 지금도 유명산이나 사찰 근처에 가면 사람들은 자잘한 돌멩이를 주워 조그만 돌탑을 쌓으며 소원을 빌곤 한다. 왜 하는지, 어떤 목적을 위해서 하는지 상관없이 조심조심 손을 놀려 정성들여 돌멩이를 올려 돌탑을 만든다.
 
   
▲ 14살의 금화 ‘넘세’(김새론)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보고, 듣지 못하는 걸 듣는 남다른 아이다.
  박찬경 감독의 영화 <만신>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큰 무당이자 세계가 먼저 인정한 굿의 천재, 만신 김금화의 드라마틱한 삶을 한판 굿처럼 펼쳐 보이는 작품이다. 만신이란 무당을 높여부르는 말로, '만명의 신'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모든 영혼들의 신. 신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나라 무속신앙의 대표인 무당을 정확한 의미를 가진 영어로 번역하기 힘들지만 다른 문화권에서는 이를 샤먼(shama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샤머니즘은 모든 원시종교의 한 형태로 남아 아프리카 부족이나 인디언, 아마존 부족의 전통에는 아직 이 문화가 살아 있어 이어져 오고 있기도 하다.
  
   
▲ 열일곱 비단꽃 같은 소녀 ‘금화’(류현경)는 운명을 피하지 않고 신내림을 받아 무당이 된다.
  김금화 만신은 일제강점기였던 1931년 황해도 연백에서 태어났다. 위안부소집을 피해 열네 살 어린 나이에 생면부지 총각에게 시집을 갔지만 시댁의 모진 구박과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도망친다. 극심한 신병에 시달리던 그녀는 열일 곱 살 되던 해 내림굿을 받는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첩보활동을 한다는 누명을 쓰고 죽을 고비를 수 차례 넘겼고, 1970년대에는 새마을 운동의 일환인 ‘미신타파’로 갖은 핍박과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그러면서도 만신으로서의 위엄과 자존감을 잃지 않던 그녀는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바꿔나갔다. 
 
   
▲ 중년이 된 ‘금화’(문소리)는 만신으로서 이름을 알리지만 새마을 운동의 ‘미신타파’ 움직임으로 탄압과 멸시를 받는다.
  김금화 만신은 1982년 한·미 수교 100주년 기념 문화사절단으로 첫 해외 공연을 한 이후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철물이굿, 만수대탁굿, 배연신굿, 진오귀굿 등 모든 굿에 뛰어난 재능을 보유한 종합예술가로 인정받으며 1985년 중요무형문화재 제82호-나호 기·예능보유자로 지정되었다. 또한 세계적인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 도올 김용옥, 황석영 작가 등 국내외 지식인, 예술인들이 그녀의 굿과 삶에 매료되었다. 장르를 뛰어넘는 아티스트 박찬경 감독 역시 김금화 만신의 자서전인 ‘비단꽃 넘세’를 읽고 직접 만난 후 “앞으로 10년 이상 그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다”고 밝힐 정도로 깊은 감명을 받아 영화화를 결심했다. 박찬경 감독은 김금화 만신의 삶과 한국의 현대사가 만나는 흥미로운 순간을 드라마로 창조해냈다.
  
   
▲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답곡리에 위치한 적군묘에서 진오귀굿을 연행함으로써 전쟁 희생자의 영혼을 위로한다.
  <만신>은 김금화 만신의 개인사와 역사가 충돌하는 지점을 주목하고 이를 통해 한국 현대사의 굴곡과 아이러니를 성찰한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김금화 만신은 한국전쟁, 분단, 군부독재 등을 거쳐 나라를 대표하는 큰 무당으로 거듭나기까지 그야말로 온몸으로 현대사를 살아온 인물이다. 나라만신이 된 후로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대구 지하철 참사, 천안함 침몰 사건 등 역사의 아픔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 산 자와 죽은 자의 상처를 달래왔다.
  
   
▲ 2012년 6월 24일, 김금화 만신은 온갖 어려움을 딛고 인천 연안부두 앞바다에 출항한 바지선 위에서 6시간 동안 배연신굿을 펼쳐 보였다.
  영화 <만신>은 본령에 충실해 종교적인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동시에 전통문화로서의 무속신앙과 굿의 가치를 조명한다. 특히 김금화 만신이 세계가 먼저 인정한 굿의 천재인만큼 배연신굿, 진오귀굿, 내림굿, 병굿 등 다양한 굿판이 신명 나게 펼쳐진다. 과거에는 동네 사람들이 모두 하나되는 큰 잔치이자 공연이었던 굿이 지닌 오락적 재미, 무복과 장신구, 춤사위와 전통음악 등 다채로운 볼거리가 한데 어우러져 종합예술로서 굿의 매력을 제대로 선보인다. 그리고 굿과 굿거리를 전통문화와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겉으로는 무속신앙이나 점치는 일에 눈살을 찌푸리며 교양없는 일이라고 치부하지만 집안의 대례나 결혼, 학업 등이 풀리지 않을 대에는 곧잘 점집을 찾아 담답함과 궁금증을 풀어내기도 한다. 이렇듯 삶의 무의식에 깊이 자리잡은 '만신'은 우리네 인생에 묻어 알게 모르게 영향력을 발휘한다. 김금화 만신의 역사를 관통하는 굴곡을 담은 판타지 다큐드라마 영화 <만신>은 3월 6일 개봉한다.
   
▲ 김금화 만신의 역사를 관통하는 굴곡. 영화 <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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