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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초점] '안나 카레니나' 톨스토이 원작의 힘, '한-러' 정서 넘을까

  • 입력 2018.01.13 13:28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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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전쟁과 평화', '부활'과 함께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3대 걸작으로 꼽히는 '안나 카레니나'가 뮤지컬로 재 탄생돼 러시아에 이어 국내 관객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러시아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는 ‘안나’라는 한 여인의 운명적이면서도 끝내 비극적인 사랑을 소재로 한다. 시대를 관통하는 가족과 사랑 등 인류 본연의 인간성에 대한 예술적 통찰을 담고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 오페레타 씨어터에 의해 뮤지컬로 제작돼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라이선스로 첫 선을 보여 지난 10일 성황리에 막을 올렸다. 러시아 뮤지컬 중 해외에 소개된 작품도 ‘안나 카레니나’가 첫 사례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와는 사뭇 다른 정서를 가진 러시아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인 만큼 과연 '안나 카레니나'가 우리 대중에게도 통할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공존하고 있기도 하다. 

이는, 유교사상을 뿌리 깊게 기본 정서로 가지고 있는 국내 실정과는 사뭇 다른 그들의 정서와 문화를 얼마나 이해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다. 남편 '카레닌'과 무엇 하나 모자람 없는 부유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안나'가 첫 눈에 반한 '브론스키'와 불같이 타오르는 사랑을 나누게 된다. 헌데, 그렇게 새로운 가정을 꾸린 두 사람 역시 결말은 비극이다. 그간 국내에 들어온 대형 라이선스 작품들은 대부분 공감과 소통을 큰 주제로 화려한 볼거리로 무장한 작품들이 주를 이뤘는데, 이번 ‘안나 카레니나’는 치정을 소재로 하면서도 '안나'와 '키티'라는 두 여인의 각기 다른 사랑과 결혼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인간의 삶과 인생이라는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전한다. 또한 방대한 양의 원작소설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만큼 무엇보다 배우들의 설득력이 작품 전체를 이해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기도 해서 배우들이 밝힌 책임감도 어느 때보다 막중했다.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옥주현, 박송권이 사정상 불참하고, 정선아, 이지훈, 민우혁, 서범석, 기세중, 박유겸 등의 배우들이 참석해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이어 제작사 마스트엔터테인먼트의 김용관 프로듀서와 러시아 제작사 블라디미르 타르타코브스키를 비롯해 알리나 체비크 연출, 아리나 코르네 에바 안무가가 간담회에 함께 참석해 작품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를 보다 자세히 살펴보자.

먼저 러시아 제작사 블라디미르 타르타코브스키는 “일단 톨스토이의 작품을 뮤지컬이나 다른 공연으로 만든다는 것이 사실 쉽지가 않다. 스토리 자체의 구성이나 모든 것이 어려웠는데, 저희가 먼저 그 모험을 하게 됐다. 그 모험에 있어서 어떻게 보면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다.”며 “정말 큰 모험인데 저희 작품을 한국에서 공연할 기회를 주셔서 김용관 프로듀서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리고 싶다.”는 인사를 건넸다.

더불어 김용관 프로듀서는 “제가 좀 무모한 건진 모르겠지만 세계 최초로 라이선스로 제작했다. 러시아에서도 ‘안나 카레니나’ 뿐만 아니고 러시아 뮤지컬 전체 중에서도 해외로 나간 첫 케이스라고 한다.”며 “단점인지 장점인지 모르겠지만, 저희 회사는 그동안 항상 새로운 걸 추구했던 것 같은데 이게 아직까지는 장점으로 작용을 했던 것 같다. 이번에 러시아 뮤지컬을 하는 것은, 이 한국 뮤지컬 시장의 발전에 어떤 다채로운 경험을 준다는 데 있어서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 같다. 각 나라의 뮤지컬들이 다 장, 단점들이 있는 것 같아서, 물론 우리 창작뮤지컬들도 수준이 많이 올라갔지만 여러 시장의 것들에서 장점을 더 배우고 가져와서 더 뛰어난 작품들이 해외로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고, 언젠가 저희 회사도 창작뮤지컬을 하게 될 때, 이런 새로운 시도들을 했던 것들이 굉장히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안나 카레니나’에 기대하는 바를 설명했다.

이어 이번 작품을 함께하고 있는 배우들의 소감이 있었다. ‘안나’ 역의 정선아는 "러시아 뮤지컬은 제게도 같이 하는 배우들에게도 처음이다. 러시아의 특별한 눈 내리는 무대를 여러분들에게 선사할 수 있어 너무나 기쁘다. 무대가 정말 아름답고, 조명, 의상, 그리고 음악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질 수 없는 이 작품의 매력들을 많은 관객들이 보시고, 또 저희 배우들을 많이 응원해주시면 좋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브론스키’ 역의 이지훈은 "러시아 작품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이게 됐는데, '안나 카레니나'가 어제, 그제 개막하면서 첫 단추가 잘 꿰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벅차고, 감격스러움을 많이 느끼고 있다. 관객 분들이 러시아 정서를 담는 데에 좀 어색할 수 있고, 시간이 걸릴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 이 작품을 통해서 우리 뮤지컬 시장이 새로운 것들을 시도할 수 있는, 그런 창구가 우리 ‘안나 카레니나’가 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고, 올 겨울에 ‘안나’를 통해서 많은 분들이 사랑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작품에 이렇게 함께하게 돼서 굉장히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브론스키’ 역은 이지훈과 함께 민우혁이 더블 캐스트로 분한다. 민우혁은 "저는 이 작품을 하면서 '세계가 주목할 만한 작품이 탄생했다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이렇게 멋진 작품에 훌륭한 스태프와 마스트 컴퍼니, 최고의 배우들과 이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영광을 갖게 되어 정말 행복하고, 관객들에게 '안나 카레니나'라는 작품이 왜 '안나 카레니나'인지 온전히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저희 배우들이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멋지게 만들어보겠다. 기대 많이 해 달라."라며 성원을 당부했다.

또한 ‘안나’의 남편 ‘카레닌’ 역의 서범석은 "저는 올 겨울에 정말 소중한 경험 두 가지를 한 것 같다. 인생에서 가장 추운 경험을 하고, 러시아의 기초 예술이, 그 어느 나라보다 세계 최고 일컬어지는 러시아 분들과 작업을 하게 돼서 정말 큰 경험이었고, 저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며 ”톨스토이 원작의 방대함을 우리 작품에 정말 촘촘히 넣었다. 물론 많이 압축이 돼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지만 그것은 여러 번 보게 되면 충분히 이해하실 수 있을 것이고, 또 그것이 큰 장점인 것 같다.“고 너스레를 보태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음악도, 무대도 아름답고 특히 스크린을 이용해서 영상을 쓰는 이런 무대 기술이 너무나 새로운, 우리나라 뮤지컬의 새로운 무대 미술의 길을 열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아서, 굉장한 경험이 될 것 같다. 많이 오셔서 응원해주시길 바란다."며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렇다면 한국과 러시아 작품에 특별히 차이가 있을까. 이 질문에는 연출가 알리나 체비크가 답했다. "저희가 여기에 와서 한국 동료 분들, 배우 분들과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사실 말하자면 큰 차이는 없었다. 얘기를 나누다 보면 결국 서로 이야기가 되고 한국 정서에도 비슷한 면들이 많더라.“며 ”굳이 차이점을 꼽자면 아마 제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저희 쪽에서는 이렇게 제작하고 다른 나라에서는 다른 식으로 제작할 수 있듯이 저희 러시아에서는 드라마 학교가 따로 있고 드라마 학교들 간의 차이가 있다 보니까 제작의 차이는 있을 것 같다.“며 ”일단 원작을 안 읽더라도 저희 작품을 보시면 이해 안 되거나 그런 장면은 없을 것 같다. 어쨌든 이 작품은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안나 카레니나’로 한국과 러시아의 정서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배우들은 어떤 노력을 기울였느냐는 질문에는 먼저 정선아가 답했다. 그는 "사실 어느 나라든 다 비슷한 것 같다. 사랑, 사랑의 관계, 그중 저희가 연습 중에 조금 힘들었던 것은, 관계였다. 사랑을 대할 때 러시아 분들은 상당히 적극적이고 불같다. 그런데 우리는,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약간의 소심함, 여자는 좀 더 가녀리고 얌전하고, 그런 느낌으로 가다가 불같은 사랑을 하는데, 우리 연출님께서는 처음부터 확 끓어오르는 느낌을 주문하셔서 ‘그게 뭐지?’ 했는데, 연출님이 정말 불같기도 하시고, 뜨거운 열정을 표현해주시기 위해서 지금까지도 상당히 많은 노력을 하시고, 주문하고 계시는데, 연출님의 그런 모습만 봐도 러시아 사람들이 얼마나 열정적이고 뜨겁게 사랑하는지 알 것 같더라. 해서 연습 때 그 게이지를 조금 더 올리는 것에 저희는 많이 신경을 썼던 것 같다. 연출님의 그 직선적인 느낌을 배우들끼리도 많이 담아서 무대에서도 보여드리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이지훈은 "한국 사람들의 기본 정서가 배려하고 남을 먼저 생각하고 나는 조금 더 낮은 자세로, 겸손함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그래서 상대를 대할 때 조금 더 편하게 대하기 위해 항상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러시아에서는 그보다는 저돌적이고 자신감이 풍만한 모습이더라. 인사를 할 때도 우리는 허리를 숙여 공손하게 인사하는데 러시아에서는 고개만 끄덕이는 정도가 평상시의 인사라고 하더라. 그런 부분에서의 생각의 차이, 몸에 배어있던 습관이나 관습들을 바꾸는 데 굉장히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했고, 기본적으로 작품 자체가 발레를 기본으로 하다 보니까 서있는 자태나 외적인 모습들에 있어서 굉장히 신경을 많이 신경을 써주셔서, 이번 '안나 카레니나'를 같이 하면서 우리도 모르고 습관적으로 무대에 섰던 모습들이 굉장히 좋은 모습으로 많이 좋게 바뀔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전했다.

또한 민우혁은 "처음 연습하면서 걱정을 많이 했었다. 러시아 작품이고 워낙 유명한 소설이기 때문에 이 정서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고민을 했었는데 장면이 나갈수록, 이 작품을 알아갈수록 충분히 우리 한국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되게 많겠다고 생각을 해서, 어쩌면 이 정서도 한국에서 통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고 이었다.

서범석은 "저는 지금도 고민되는 부분이 정중동에 관한 부분인 것 같다. 이 인물을 표함에 있어서 저희들은 좀더 무대에서 친절하게 하기 위해서 큰 표현들을 하고 감정 표현을 많이 하는데, 이번에 특히 제가 마튼 ‘카레닌’이라는 인물은 굉장히 정적인데 내면에는 피가 끓는 인물이다. 모든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고 가는데 그걸 최대한 표현을 안 하고 누르면서, 과연 그게 표현이 될까. 저 서범석은 개인적으로 겉으로 표현하는 걸 좋아하는데 이 ‘카레닌’이라는 인물은 굉장히 누르면서, 안 하면서도 용광로 같은 심리가 흐르는 것. 그런 부분에서, 그걸 좁히기 위해서 아직도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정선아는 여자로서 ‘안나’에 가장 공감이 되었던 부분, 배우로서 가장 도드라지게 표현하고 싶었던 부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말하기 예민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한데, 너무나 완벽한 삶 속에서 사는 이 안나가 그 전에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누군가를 보고 첫 눈에 반해서 사랑을 하게 되고 사랑 때문에 마지막에 열차에 뛰어드는 그 모든 것들을 관통할 때에, 마지막에 안나가 기차가 올 때, ‘죽음 같은 사랑, 죽음 같은 사랑, 사랑’하고 뛰어드는데, 이 작품에 많은 부부들이 있지만 사실 저는 인생에 사랑, 행복, 죽음, 그 세 가지를 생각하는 이 안나를 보시는 관객들이 스스로는 어떤 것을 선택하며 살아갈까, 그런 물음표를 던져드리고 싶다. 많은 분들이 마지막 그 여운을 가지고 돌아가셨을 때, 관객 분들이 생각하는 나의 사랑은? 혹은 미래는? 또는 나의 죽음은? 그런 물음표를 드리고 싶은 게 이번 작품에서 저의 목표다.”라며 “‘안나’라는 한 여자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인생을 살면서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하고 슬픔을 느끼고 죽음으로 치닫기까지 어떤 마음을 가지고 그 열차에 몸을 던지게 되는지, 그 마지막을 보는 관객들이 이전에 다른 뮤지컬에서 느끼지 못했던 큰 아픔, 큰 고통, 그리고 또 다른 행복을 ‘안나’를 통해서 만나보셨으면 하는 게 저의 큰 바람”이라며 힘주어 말했다.

배우들이 입을 모은 가장 큰 우려는 두 나라의 문화와 정서적 차이였지만 ‘안나 카레니나’는 그 외에도 대형 뮤지컬로써의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다. 영화 속 장면을 연상케 하는 스크린 기법, 발레를 기반으로 한 수려하고 화려한 군무, 국내 정서에도 잘 맞는 아름다운 넘버, 뮤지컬 계 최고의 디바 옥주현, 정선아를 필두로 한 실력파 배우들의 캐스팅 등은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의 관람 욕구를 한껏 끌어올린다. 또한 세계 공통의 언어, 사랑과 삶을 이야기하는 만큼 흔히 '막장'이라는 좁은 색안경을 쓰지 않는다면 톨스토이의 걸작을 살아 움직이는 뮤지컬의 형태로 관람하게 되는 색다른 감흥을 만날 수 것이다.

한편, 러시아 뮤지컬로는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첫 선을 보이게 된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는 오는 2월 25일까지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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