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생존이 아닌, 삶 그 자체의 이야기. 영화 <노예 12년>

  • 입력 2014.02.17 19:55
  • 기자명 남궁선정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800년대 미국은 노예제도를 따르는 남부와 그렇지 않은 북부로 나뉘어져 있었다. 1863년 링컨이 노예해방을 선언하기 이전의 미국은 목화생산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목화재배와 수확에 필요한 노예에 대한 수요가 급증, 노예들은 물건처럼 사고 팔렸따. 하지만 1808년, 노예 수입이 금지되자 이후 미국 전역에서는 미국내 자유주의 흑인을 납치해 노예가 합법화된 남부주로 팔아 넘기는 흑인 납치 사건이 만연하게 된다. 자유롭게 살던 많은 흑인들은 자신의 신분을 갈취당한 채 쥐도 새도 모르게 남부의 노예러 팔려갔다.   스티브 맥퀸이 연출한 <노예 12년>는 미국의 이런 어두운 역사를 조명한 영화다. ‘솔로몬 노섭’의 실화를 영화로 옮긴 <노예 12년>은 ‘솔로몬 노섭’과 노예 ‘플랫’이라는 두 인생을 산 한 남자의 거짓말 같은 이야기다. 1841년 뉴욕, 아내 그리고 두 명의 아이와 함께 자유로운 삶을 누리던 음악가 솔로몬 노섭(치웨텔 에지오포)이 어느날 갑자기 납치되어 노예로 팔려가면서 시작된다. 그가 도착한 곳은 노예주 중에서도 악명 높은 루이지애나. 신분을 증명할 방법이 없는 그에게 노예 신분과 ‘플랫’이라는 새 이름이 주어지고, 12년의 시간 동안 두 명의 주인 윌리엄 포드(베네딕트 컴버배치), 에드윈엡스(마이클 패스벤더)를 만나게 되면서 점점 자유라는 길과 멀어지게 된다. 하지만 솔로몬은 단 한 순간도 희망을 놓지 않고, 뉴욕에 남아있을 가족과 만날 날을 꿈꾼다.
   <노예 12년>은 주인공 솔로몬 노섭이자 플랫을 연기한 치웨텔 에지오포, 플랫을 구입하는 선한 인품의 첫 번째 주인 윌리엄 포드를 연기한 베네딕트 컴버배치, 루이지애나의 악명 높은 두 번째 주인 에드윈 엡스를 연기한 마이클 패스벤더의 연기조합이 빛을 발하는 영화다. 특히 12년간 생존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가족을 다시 만나겠다는 희망으로 삶을 꿋꿋이 이어나간 플랫을 연기한 치웨텔 에지오포의 연기는 진실을 전하는 강렬한 울림을 관객들에게 전한다. 알코올 중독자로 정평이 나 있으며 노예들에게 수시로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는 엡스를 연기한 마이클 패스벤더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감정과 고통을 표현해내며 미친 연기를 선보인다. 그의 캐릭터 엡스는 노예를 학대하면서도 통제할 수 없는 열등감에 사로잡혀, 아름다운 노예 팻시(루피타 니용고)에게 광적인 집착을 보이는 비인간적인 농장주를 완벽하게 연기한다.   영화는 롱테이크와 정적인 씬들을 많이 활용하여 관객들이 솔로몬처럼 아무 이유도 없이 노예로 살게 된다면, 하고 솔로몬의 상황에 관객들을 스스로 대입해 볼 수 있도록 한다. 이런 정적인 시각적인 여지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을 생각에 빠지게 만든다. 만약 평화롭던 나의 삶이 알 수도 없는 이유로 완전히 뒤바뀐다면, 그것도 운신의 폭이 제한된 노예의 처지가 된다면, 이라는 생각의 여지를 영화 곳곳에 마련해 놓는다. 스티브 맥퀸의 차분하고 진실한 연출은 130여분이 넘는 상영시간동안 지루하기 보다는 관객들이 솔로몬의 삶을 직접 목격하는 듯한 효과를 발휘하게 한다.
   영화 <노예 12년>은 토론토국제영화제 관객상, 골든글로브 최우수 작품상, 미국제작자조합 시상식 작품상,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주 작품상, 런던비평가협회상 작품상 등 각종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20개가 넘는 작품성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뿐만 아니라 <노예 12년>은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9개 부분에 이름을 올림과 동시에 작품상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가족과 함께 사는 소소한 평화와 안식. 오직 자유롭게 가족과의 삶을 되찾길 원하는 솔로몬 노섭의 삶 그 자체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노예 12년>은 2월 27일 국내에 정식개봉한다.

저작권자 © 연예투데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