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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현장] 배고팠던 PD수첩, "대도(大刀)로 대도(大盜) 잡는다"

  • 입력 2018.01.04 17:58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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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MBC 간판 탐사보도 프로그램 'PC수첩'이 환골탈태를 외쳤다.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MBC 사옥 M라운지에서 MBC 'PD수첩'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한학수 PD, 박건식 PD, 유해진 PD, 김재영 PD가 참석해 ‘PD수첩’의 청사진을 밝혔다.

MBC는 새 경영진 선임과 함께 파업을 종료하고 가장 먼저 뉴스데스크를 포함한 뉴스 부문과 MBC 간판 탐사보도 프로그램 'PD수첩'의 부활을 통해 땅에 떨어진 공정성과 신뢰도 회복에 총력을 가하고 있다.

2018년 새롭게 시작되는 ‘PD수첩’팀은 복직된 강지웅 부장을 중심으로 최고의 드림팀이 구성됐다. 2005년 황우석 논문 조작을 고발했던 한학수 PD가 새롭게 진행자로 나서고, ‘치과의 비밀’을 보도했던 박건식 PD, ‘북극의 눈물’을 제작했던 조준묵 PD, ‘휴먼다큐 사랑’의 거장 유해진 PD, 하우스 푸어를 집중 조명한 김재영 PD 등이 새롭게 'PD수첩'팀으로 합류했다. 행사에 나선 PD들은 모두 무거운 책임감을 밝히며 “초심으로 돌아가 신뢰의 위기를 극복해나가겠다.”는 첫 소감으로 입을 모았다.

먼저 한학수 PD는 “감개가 무량하다. 그리고 반갑다. 12년 만에 'PD수첩'에 복귀하게 되면서 마음이 무겁고, 책임감이 백배, 천배다.”라며 “무리하게, 급하게 가지 않고 우리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새롭게 시작하는 'PD수첩'이 잘 될 수 있게 격려하고, 따끔하게 질책해달라. 언제든지 시청자들의 이야기를, 호된 꾸지람을 들을 각오가 돼있다. 단순히 부활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보다 업그레이드 된 모습으로 갖춰 나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어 박건식 PD는 "7년 만에 돌아왔다. 그동안 제작 일선에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에 두렵기도 하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고 유해진 PD는 "세 번째 'PD수첩'에 합류하게 됐다. 노동 강도가 제일 센 프로그램이라 걱정이 된다. 초심을 갖고 한다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김재연 PD는 “‘PD수첩’이 PD저널리즘의 대명사로 표현되곤 했는데 그동안 MBC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이 이 역할을 다른 방송사가 대신한 것이 사실이다. ‘PD수첩’이 다시금 탐사보도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MBC의 신뢰도가 추락하는 사이, 'PD수첩' 역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고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최전방에 섰다. 최근 각 조사에서 시청자들에게 가장 신뢰받는 탐사보도 프로그램으로 ‘그것이 알고 싶다’가 꼽히고 있고, 시청자가 제보하고 싶은 뉴스에는 JTBC ‘뉴스룸’이, 프로그램은 역시 ‘그것이 알고싶다’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6-7년 전 만해도 단연 MBC가 이끌던 부문이다.

과연 ‘PD수첩‘은 확고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는 ’그것이 알고싶다‘와의 경쟁에 있어 어떠한 경쟁력으로 다시금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이에 김재연PD는 “’PD수첩’이 새롭게 시작하는 부분에서는 데이터 저널리즘과 보다 과학적이고 치밀한 이야기를 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고, 한학수 선배가 MC를 맞게 됐는데 그 부분도 굉장히 중요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진행자가 중요한 인터뷰를 직접 맡고, 현장에 직접 나가면서 그런 부분에서 다른 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점을 좀 더 강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또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등에서 좋은 이야기를 했던 PD들이 오셨는데, 그 부분에서도 강조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에 한학수 PD는 “이번 PD들은 다 자원을 해서 ‘PD수첩’ 팀으로 왔다. 이런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PD수첩’이라는 프로그램이 제작이 상당히 힘들고 송사에 휘말리기 쉬워서 3D 업종임에도 PD들이 프로그램을 살려한다는 결연한 의지와 절박함이 있었다.”며 “제가 MC를 맡으면서 크게 고민했던 부분이, 한때는 ‘PD수첩’ 팀이 소박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던 것이 강점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내용을 좀 더 전달력 있게, 세련된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또 제가 그보다 더 주목하는 근본은 취재하는 MC다. 중요한 핵심 취재에 나 역시 함께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단지 전달을 잘 한다, 좋은 테크닉을 보여준다기보다 내용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함께 호흡한다는 것이다. 해서 그것이 저라고 생각했고 아울러 ‘PD수첩’ 팀에 중요한 제보. 이 부분도 PD들과 같이 직접 나서겠다. 그만큼 제보를 소중하게 생각하겠다는 뜻이고 수년간 외면 받았던 ‘PD수첩’이 이제 다시 시청자들과 만나겠다는 의지다. 해서 제가 PD들과 같이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생각했고, MC 비중이 훨씬 강화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전했다.

‘PD수첩’의 새로운 출발에 첫 스타트는 ‘스텔라 데이지’호 사건을 다룬다. 지난해 3월 말,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에서 화물선 스텔라데이지호가 기상악화로 침몰했다. 한국인 선원 8명을 포함해 선원 22명이 여전히 생사여부가 확인되지 못한 채 실종자로 남았는데, 이 사건은 지난해 6월,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세간에 알렸다. 이 사건은 방송직후 청와대 민원으로 등록되었을 정도로 국민적 관심을 모았다. 이 사건을 ‘PD수첩’이 다시금 수면 위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PD수첩’ 측은 이미 방송으로 공개된 이야기 외에 추가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한다.

한학수 PD는 “첫 아이템은 스텔라데이지호 사건이다. 이 사건을 첫 아이템으로 선정한 이유는 다른 무엇보다 지난 몇 년간 우리의 안전, 국민들의 안전, 그 안전의 시스템 결여, 또 국민의 안전보다 기득권 보호에 혈안이 되었던 데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있었다. 지난 해 상반기에 있었던 사건을 통해서 국민의 안전을 이야기할 것이고 궁극적으로 국민의 위기에서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이야기하려고 한다.”며 “감히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다. ‘우리가 다루지 않았으면 그것은 다루지 않은 것이다’ 그런 심정으로 제작하려고 한다.”며 다부진 각오를 드러내 눈길을 모았다.

이어 “지난 6월에 ‘그것이 알고싶다’가 방송을 했는데, 잘 했고 동업자로서 애썼다고 제작진에게 말씀드리고 싶다.”며 “6개월이 지난 사이에 우리는 남미에 가서 직접 취재를 했다. 그 이상을 전달하지 않는다면 이 아이템을 선택한 보람이 없다. 해서 세월이 지난 만큼 좀 더 새로운 내용으로 찾아뵐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또한 두 번째 아이템은 국정원 사건이다. 한학수 PD는 “국정원 사태를 조명하면서 후퇴한 민주주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형식적으로는 다 갖춰진 듯한 이 시대에 왜 수많은 사람들이 한 겨울에 촛불을 들어야 하는가. 우리의 핵심적인 가치가 어디에 있는가를 두 아이템에서 보여드리려 한다. 다만 스텔라데이지호 사건의 경우 첫 아이템이라고 과도하게 집중할 필요는 없다. 많은 아이템 중에 단지 첫 아이템일 뿐이다. 안전과 민주주의라는 부분에서 두 아이템이 상징적으로 선택되었다.”고 덧붙였다.

‘PC수첩’의 업그레이드,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묻는 질문에 그는 “열의는 있지만 시스템이 부족했고, 몇 년 동안 제외되어 있었기 때문에 회복이 먼저다.”라며 “그러나 감히 말씀드리자면 ‘PD수첩’의 전성기를 뛰어넘는 것을 하려고 한다.”는 단단한 각오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당시 한국사회의 문제들, 또 사회의 가려움을 긁어주는 부분에서는 충족했을지 모르지만 완성도 부분에서는 한 포인트 부족했다는 것. 해서 ‘PD수첩’이 가진 원래의 고민을 해결하면서 세련된 방식으로, 보다 친화적으로 나아갈 것이다. 또한 반론을 조금 더 충실하게 들으려 한다. 말로만 균형 잡힌 보도가 아니고 충분한 반론과 그것을 프로그램에서 충분히 녹여내는 것, 그런 부분에 대한 질적인 고민을 계속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박건식 PD는 “저희가 열심히 노력해야한다고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고 본다. 이 부분이 굉장히 고민이다. 아무리 약자를 위한다 해도 시청률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젊은 세대와는 어떻게 공감할 것인가, 소통을 모색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아이템이 약해서 그럴 수도 있다. 지난 1,2년을 돌아보면 JTBC가 가장 큰 주목을 받았을 때가 태블릿PC 보도와 세월호 취재였다. 어떤 테크닉이 아니라 집요한 취재였다. 팽목항에 상주하면서 꾸준한 노력, 또 태블릿PC에 관련한 집요한 취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해서 ‘PD수첩’도 진지하고 강한 아이템을 가지고, 난류와 한류가 같이 있어야 물고기가 많이 산다. 서늘함을 유지하는 것이 젊은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싶고, 다양한 세트, 편집 구조에 대해 여러 모로 생각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PD수첩’이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만큼, 실상 보도국의 위상이 이와 떨어지지 않는다. 뉴스가 가짜인 판에 탐사보도라고 진짜이겠느냐는 싸늘한 시선이 현 시청자들에게 뿌리 깊게 박혀있다. MBC가 수년 째 편향 보도를 일관하자 MBC자체를 보지 않는다는 시청자도 상당하다. 행사에서 그들도 직접 이야기한 바와 같이 이러한 신뢰도는 하루아침에 회복할 수는 없을 게다. 그러나 그럼에도 이들은 반드시 전과 같은 신뢰도를 다시금 이뤄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한학수 PD는 “뉴스가 정규군이라면 탐사보도는 게릴라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문제에서 우리가, ‘PD수첩’이 당장은 제보도 적은 상황에서 어떻게 변화되어 갈 것인가. 또 ‘스텔라데이지’호에 관한 문제는 당장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아이템은 아닐 수 있더라도 우리가 준비한 실탄이 계속 나올 것이다. 각 취향에 맞는 아이템을 충분히 만들어 갈 것이다. 해서 1년이 지나면 신뢰도 1위를 우리가 가져오려고 한다. 혹시 1년 뒤에 우리가 어떤 말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다시 1년 뒤, 올 연말에는 ‘가장 신뢰받는 보도프로그램’, ‘제보하고 싶은 방송’ 1위라는 타이틀을 가져오려고 한다. 단기간에 하려고 하면 무리할 수 있고, 과도한 의욕이 뜻하지 않은 실수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신뢰도 회복에 대한 강한 의지를 포명했다.

이어 그는 “’PD수첩’이라는 큰 칼을 가지고 모기를 잡을 수 없지 않나. 큰 칼에 맞는, 대도를 가지고 큰 도둑을 잡을 것이다. 그 외에도 우리를 귀찮게 하는, 짜증나게 하는 도둑들도 있을 것이어서 균형 있게 도둑을 잡으려고 한다. 어쨌든 우리는 큰 도둑을 잡으려고 한다. 몇 년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많이 목말랐고 기다렸다.”며 “취재대상조차도 ‘졌다. 저 정도까지 했는데 우리가 졌다.’ 그런 생각이 들 수 있을 정도로, 그것을 인정하고 ‘맞을 것 맞았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게 가려고 한다. 송사가 많다는 것이 자랑은 아니지만 송사가 무서워 더러운 현장이나 갈등을 외면하지 않겠다. 그것을 기록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무슨 탐사보도이겠나. 충분한 반론과 취재를 통해 그렇게 만들어가고자 한다. 그렇게 충실하고 핵심 있는 보도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PD수첩’은 앞으로도 약자들과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기도 했다. 박건식 PD는 “원칙적으로 모든 제보가 다 소중하고, 귀하게 다뤄져야한다는 것에 변함이 없다. ‘PD수첩’이 가지고 있는 차이나 특징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무엇보다 공적 취재를 많이 다룰 것이다. 흥미 위주보다 공적인 부분을 많이 다루게 될 것이고, 또 하나, 소외된 약자들에 더 많은 귀를 기울이지 않을까. 그런 기조는 절대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행사 중 이들은 실로 결연한 의지와 각오를 직격으로 쏟아냈다. 그에는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던 MBC 영광의 시절에 대한 향수가 오롯이 묻어난다. 그 시절을 지낸 이들이 그를 박탈당했던 허탈감은 다시 소생의 기회가 온 지금에 더욱 절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연 MBC의 총력을 기울인 쇄신과 더불어 ‘PD수첩’ 또한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차분하게, 그러나 보다 정확한 눈으로 지켜보아야 할 때다.

한편 MBC 탐사보도 ‘PD수첩’은 한학수 PD가 새롭게 진행을 맡는 오는 9일부터 매주 화요일 밤 11시 1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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