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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양세종, 데뷔 1년 만에 찾아온 지독한 성장통

  • 입력 2017.12.08 10:43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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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올해 방송가에서 최고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배우가 바로 양세종이다. '낭만닥터 김사부'의 도인범으로 안방극장 첫 등장에서부터 '괴물 신인'이라는 수식어가 붙더니 차기작 '듀얼'로 곧바로 주인공을 꿰찼고 이번 '사랑의 온도'까지 호평 속에 마무리했다. 헌데 그런 양세종에게는 큰 성공과 비례한 지독한 성장통이 동시에 따르고 있었다.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최근 종영한 SBS 미니시리즈 ‘사랑의 온도’에서 온정선 역할로 분해 ‘국민 연하남’에 등극한 배우 양세종을 만났다.

양세종은 올해 1월 종영한 SBS ‘낭만닥터 김사부’의 도인범 역할로 안방극장에 첫 얼굴을 알리며 ‘될성부른 떡잎’으로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그에 앞서 ‘사임당, 빛의 일기’가 그의 진짜 데뷔작이지만 3년의 제작기간이 들어간 탓에 데뷔작의 역전이라는 이례적인 프로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후 OCN ‘듀얼’에서는 ‘연기 갑’ 정재영과 호흡하면서도 극한의 1인 2역으로 돋보이는 존재감을 과시해 ‘괴물 신인’이라는 수식어를 다시 한 번 입증했고, 여세를 몰아 지상파 주연에 입성한 SBS ‘사랑의 온도’를 통해서는 서현진과 호흡하며 ‘국민 연하남’에 등극했을 정도로 로맨스에도 강한 면모를 보여줬다.

햇수로 2년차라고는 하지만 기간으로 보자면 딱 1년만의 성과여서 양세종의 행보는 더욱 놀라울 수밖에 없는데, 이는 배우 양세종이 작품을 위해 들이는 공을 감안한다면 그리 놀라운 일만도 아니다.

양세종은 작품을 만나면 그의 표현으로 ‘골방’ 작업에 들어간다. 작품을 하는 동안에는 따로 집을 마련해 기거하면서 오로지 작품에만 몰두하는데, 이때는 가족을 포함해 지인들과의 연락을 대부분 사절한 채 대본 속 캐릭터 탐구에 들어간다. 캐릭터의 성향은 어떠할지, 그의 성격, 성장 과정, 인물의 배경, 좋아하는 향, 색깔, 가구 배치, 소품 등까지도 캐릭터의 본질을 찾아 하나 둘 퍼즐을 맞춰간다고 한다. 지난 인터뷰에서 양세종은 이러한 몰입이 지독해 ‘사임당-빛의 일기’ 촬영 중 두어 차례 핏덩어리로 코피를 콸콸 쏟기도 했다고 밝힌 바도 있다. 그러한 작업을 1년 동안 세 작품에 걸쳐 연달아 이어오다 보니 눈에 띠게 살도 빠졌다. 차갑고 날렵한 이미지의 도인범을 위해 69kg으로 촬영에 임했다고 밝혔던 그는 이번 ‘사랑의 온도’를 마치고 이후 3Kg이 쪘다고 얘기했지만 당시보다도 훨씬 마른 상태여서 지난 1년의 시간이 양세종에게 미친 영향이 어떠했을지 능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사랑의 온도’를 마친 소감을 묻는 첫 질문에 그는 “털고 싶다.”고 했다. 지독하게 몰입해 있던 상태를 벗고 이제는 다시 자신을 찾고 싶다는 의미였다. “사실 좀 적당이 유지하고 적당히 몰입하면 상관이 없는데 이번엔 ‘듀얼’ 끝나고 ‘사랑의 온도’에 쉴 틈이 없이 들어갔잖아요. 그동안 ‘사임당’, ‘낭만닥터’, ‘듀얼’까지는 한 작품이 끝나면 본집에서 한, 두 달 정도 있다가 다시 작품에 들어갔었는데 이번에는 바로 들어가게 되니까, ‘사랑의 온도’ 마지막 촬영이 딱 끝나고 든 생각은 하나였어요. 그냥 모든 걸 다 털어내고 싶다. 그러면서 요즘 드는 생각은 그거에요. ‘내가 잘 살고 있나?’, ‘나 뭐하고 있지?’. ‘낭만닥터’ 끝났을 때만해도 주위사람들한테 연락이 많이 왔는데 이렇게 혼자 있는 시간이 오래 지속되고, 답장을 못하고 연락도 못하고, 그런 걸 이제 주위 사람들도 알게 된 거죠. 그러면서 ‘듀얼’부터는 주위에서 연락이 잘 안 와요. 그렇다고 그 분들에게 서운하진 않아요. 내가 그렇게 행동을 한 거니까. 근데 다만 좀 씁쓸한 거죠. 돌아보면, 제가 그렇게 막 행복하지가 않은 거예요. 내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고 지금 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좀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가서 생각을 좀 많이 해보려고요.”

소위 '뜬 자의 고통', 연예인 사춘기가 양세종에게도 찾아 온 듯했다. 모두의 축하가 따르지만 정작 스스로는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인데, 양세종 스스로도 "누가 들으면 배부른 소리라 할 수 있겠지만"이라는 단서까지 붙여가며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았다. 애초 이러한 상황이 되기까지에도 결국 연기를 위한 집중과 준비가 원인이어서 이를 간단히 풀어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데뷔 초에, 처음에는 이런 관계를 잘 유지해보려고 연락도 하고 했었어요. 어떻게 잘 멀티로 해보려고 했었는데 다음 날 신들을 다 망쳤어요. 그때 안 거죠. ‘아 나는 아직은 분리를 잘 못하고 있구나, 외적인 것들이 조금만 들어오면 내가 캐릭터에 집중을 잘 못하는구나.’라는 생각이 일단 골방 작업을 하게 된 시작이 됐는데, 어쨌든 제가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다면 앞으로도 골방 작업을 계속 해야 하잖아요. 아직 이보다 좋은 다른 방법을 찾지 못했고, 설사 찾는다고 해도 혹시나 하는 두려움도 있고요. 그래도 전에는 한 작품이 끝나면 다시 양세종으로 돌아올 시간이 좀 있었는데 이번엔 양세종으로 돌아와서 그런 부분들을 정리할 시간이 없었다보니까.. 사실 인생에서 가장 우선은 가족인데 부모님께도 불효자가 되는 것 같고. 과연 지금부터라도 작품과 현실에서 어떻게 이걸 잘 분리할 수 있을까, 요즘 가장 큰 고민인 것 같습니다.”

실상 양세종은 이제 막 데뷔 2년차에 접어든 신예임에도 딱히 ‘신인 시절’이랄 것이 없이 주연까지 숨 가쁘게 달려왔다. 그렇다 보니 모든 면에서 차근차근 하나씩 요령을 만들어갈 시간적 여유가 턱없이 부족했던 상황. 배우로서 무엇보다 연기에 최선을 다했건만 인간 양세종으로서는 많은 것을 잃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밀려드는 러브콜을 잠시나마 뒤로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다시금 생각을 가다듬어보겠다고 한다. 그러나 올해 등장한 신인 중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이가 단연 양세종인만큼 과연 그에게 얼마간의 여유가 허락될지도 의문스럽긴 하다.

소감을 묻는 첫 질문에서부터 솔직한 심정을 밝힌 양세종과의 두 번째 인터뷰는 이후에도 더없이 솔직했다. ‘사랑의 온도’ 속 따뜻한 남자 온정선을 마친 그의 이야기를 이제 본격적으로 들어보자.

작품에 들어가기 전 애초 온정선을 두고 생각한 방향이나 기대가 있었을 텐데, 스스로 생각했던 온정선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렇게 생각했던 캐릭터가 끝까지 지켜졌다고 생각하나.

“저는 대본을 보면 캐릭터의 첫인상이나 느낌을 파악하고 그 서사에 대해서 계속 대본을 보면서 흐름을 캐치하려고 하지 어떤 기대나 그런 부분은 생각하지 않은 것 같아요. 선령 작품이 중간에 선회한다거나 틀어지더라도, 설사 정당성을 찾을 수 없는 순간이 오더라도 연기하는 사람은 캐릭터로서 그 안에서 정당성을 찾아야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해서 ‘캐릭터가 이렇게 되겠지, 이러니까 이래야지’라는 생각은 절대 안 하는 게, 사람은 누구도 완벽하지 않고 입체적인 존재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중점을 두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좀 무서워하고 두려워해요. 절대 하지 말아야 될 일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또 사실 좀 놀랬던 게, 인터뷰를 하면서 결말에 대해 좋게 보시는 분도 계셨고 반대로 좀 실망이었다는 분들도 계셨어요. 근데 그럴 때마다 제가 공통적으로 드렸던 말씀이, 현실에서도 누구에게든 이보다 더 아이러니한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고 생각한다는 거였어요. 일단 저는 골방에서는 온전히 온정선이라고 생각을 하고 생활을 하다보니까 대본이 나오면 그냥 저는 온정선이어서 다른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게 확실히 ‘듀얼’부터 그런 생각이 더 확고해진 건 있는 것 같아요. ‘낭만닥터’까지는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었습니다'라고 얘기했던 것 같은데 ‘듀얼’을 하면서 그러면 안 되겠구나, 크게 느끼게 됐죠.”

자신의 캐릭터나 연기 평가 역시 스스로하기보다 다른 이의 객관적인 평을 주로 듣는다고 한다. “본인이 본인의 연기를 볼 때 냉정한 판단이 안 설 것 같아서 현장에서 감독님이나 주변 분들에게 많이 여쭤보고요, 그래서 현장에서 얘기를 되게 많이 했어요. 연습에는 120이었다가도 현장에서는 80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현장에서도 90 이상을 해보려고 골방작업이며 그렇게 집중하는 거여서 일단 딱 끝나면 정말 다시 생각하고 싶지가 않더라고요. 저 스스로가 정말로 최선을 다 했으면 됐다. 그래서 종영소감을 물으시면 그냥 털고 싶다고 말씀드리게 된 거고요.”

정선은 현수에게만은 한없이 허용되는 인물이었다. 애초 만남의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는데 5년 후, 또 그 이후까지, 그러한 사랑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할까.

“저는 충분히 있을 것 같아요. 작품 전에 캐릭터를 생각할 때는 양세종의 생각이 들어오지 못하게, 전혀 침범할 수 없게 항상 경계를 했었는데 작품이 끝나고 인터뷰를 돌면서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생각해봤을 때, 현실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5년까지는 아니었지만 저도 굉장히 길게, 한 사람을 짝사랑도 했었고, 짝사랑도 사랑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경력이나 나이에서나 막내 포지션이지만 주연으로 분했다. 아이돌 출신 배우들을 제외하고는 아주 이례적인 경우여서 아무래도 그 전과는 부담의 무게가 남달랐을 텐데 어떻게 그를 이겨냈을까. 또한 시청률 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기도 했는데.

“저는 어떠한 외적인 부분들이나 부담, 그런 부분들을 느끼더라도 아주 짧고 강하게 그 순간 깊게 느끼고 털어버리는 편이에요. 그리고 온정선으로 역할이 딱 주어지면 바로 온정선이라는 인물만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외적인 부분들에 대해서는 많이 배제하는 편이고요. 나에게 가장 중요한 현재의 본질이 무엇인가, 지금은 온정선이라면 온정선으로 3개월 동안 살아보자. 그런 생각인 것 같아요.”

데뷔작 ‘사임당’을 제외하고 조연을 거쳐 단번에 주연을 연달아 맡고 있을 만큼 1년 사이 초고속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데, 20대 남배우 기근이라는 최근 방송가 실정에서는 단비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배우 양세종을 향한 시청자들의 기대치 역시 그만큼 수직상승했다고 볼 수 있는데, 그에 따른 부담을 느끼진 않을까.

“그만큼 저는 더, 그냥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자. 오늘 하루 내가 해야 되는 가장 중요한 것, 그것이 연기라면 그것에만 온전히 집중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해서 부담이라는 단어만 보았을 때, 저는 그런 것들을 더 느끼지 않고, 또는 느끼는 만큼 더 본질에 더 집중해서 앞으로도 캐릭터를 잘 만들어내고 소화해야 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싫으면 피해요’ 같은 대사는 명대사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촬영하면서 오글거리진 않던가.

“저도 인터뷰 하면서 알았어요. 그게 그랬었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근데 촬영할 땐 전혀 오글거리거나 하진 않았어요. 분명 온정선이나 극중 인물들은 다 허구지만 반대로 세상 어딘가에는 분명 그런 인물이 존재할 거라고 믿었기 때문에 어떤 대사를 할 때도 오글거리거나 하진 않았습니다(웃음).”

※ 배우 양세종과의 인터뷰는 2편으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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