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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향한, 또는 '진실'에 대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묵직한 한방! 영화 <세 번째 살인>

  • 입력 2017.12.06 07:17
  • 기자명 남궁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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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남궁선정 기자]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태풍이 지나가고> 등을 통해 그간 보여준 따뜻한 가족영화와는 결이 완전히 다른 새로운 이야기로 돌아온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세 번째 살인>(원제: 三度目の殺人)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새로운 장을 여는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예상치 못한 충격을 준다.

영화 <세 번째 살인>은 '살인 사건'이라는 강렬한 소재를 통해 '진실'에 대한 통찰력 있는 메시지를 담는다. 자신이 일하는 공장의 사장을 살해했다고 모든 범행을 자백한 살인범 미스미(야쿠쇼 코지). 그는 자백했고, 사형은 확실했다.

승리밖에 모르는 냉정한 변호사 시게모리(후쿠야마 마사하루)는 사건의 시나리오를 써 내려가는데 있어 오직 의뢰인의 형량을 낮추는 것에 주력하지만 번복되는 의뢰인의 진실과 새로운 증언자의 등장으로 모든 것에 의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피해자의 딸 사키에(히로세 스즈)는 자신의 아버지가 살해된 장소에 나타나고 증언을 자처하는 등 사건의 키를 쥐고 또 한번 사건의 판이 크게 흔들리게 된다. 피해자의 딸이 또 다른 증언자로 나서고 미스미의 범행에 대한 진실은 점점 미궁으로 빠지게 된다.

<세 번째 살인>은 내러티브를 탄탄하게 써내려가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장점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굳이 스펙터클한 이미지를 노출시키지 않아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절제된 화면 속에 자신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묵직하게 담아낸다.

살인범과 살인범의 변호사로 만난 미스미와 시게모리는 모두 '진실'을 갈구하지만 살인범이라 여겨지는 미스미의 '진실'과 사법체계의 배를 탄 변호사 시게모리가 추구하는 '진실'은 한없이 표류하기만 한다.

범법자를 향한 공감과 이해는 변호사에게 불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냉철한 변호사 시게모리는 미스미와 접견실에서 대화를 하면 할수록 자신의 토대를 이루고 있던 합리성과 이성에 대해 혼란을 느낀다.

단편적 지식으로 믿을 수 있는 '진실'의 경계는 모호해지고, 자신이 '진실'로 믿고 있는 것을 토로하는 미스미와 시게모리의 경계는 점점 가까워진다. 미스미와 시게모리가 유리벽으로 분리된 접견실에서 서로의 얼굴이 겹쳐지는 장면은 관객들에게도 소름끼치게 다가올 정도로 영화는 '진실'이란 과연 누구에게나 '진실'인가라는 심오한 의문을 던진다.

<세 번째 살인>은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의 내러티브를 이끌어가는 두 배우 야쿠쇼 코지와 후쿠야마 마사히루의 압도적인 연기로 관객들을 더욱 몰입시킨다. 미스미를 연기하는 야쿠쇼 코지는 범행에 대해 진술을 계속 번복하며 무엇이 진실인지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들고, 살인에 대해 깊게 반성하는 나약한 모습부터 진짜로 죽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은지 물을 때의 소름 돋는 눈빛까지 보는 이를 쥐락펴락하는 최고의 연기를 선보인다.

승리밖에 모르는 냉정한 변호사 시게모리를 연기하는 후쿠야마 마사하루 또한 재판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면 진실보다는 의뢰인에게 유리한 것을 선택하고 전략을 세우는 냉철한 캐릭터로 자신감 넘치던 모습에서 살인범 미스미를 만나 조금씩 붕괴되어 가는 모습을 섬세한 감정의 움직임으로 표현해내며 색다른 변신을 선보인다.

누구나가 '진실'을 토해낼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재판장이 서로의 '진실'로 얼룩이 진 채 죄를 판단해야 하는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재판관은 사법체계의 테두리로 '진실'을 규정하고, 밝혀지지 않은 '진실'은 부조리하게 심판당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세 번째 살인>을 통해 '진실'이 누구에게나 올바른 '진실'이 아닐 수도 있음을, 그리고 진실을 알지 못한 채, 재판이라는 시스템이 유지되어가는 모순을 지적한다. '진실'을 향한, 또는 '진실'에 대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 <세 번째 살인>은 12월 14일 국내 극장에서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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