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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지현우, 너무 잔인한 악역은 못할 것 같다는 이유

  • 입력 2017.11.26 07:45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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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배우 지현우의 인터뷰, 전편에 이어.

배우 지현우의 인생작으로 꼽히는 ‘송곳’의 경우는 반 사전제작 드라마였던 탓에 제작환경 자체가 작품의 완성도에서도 배우에게도 훨씬 유리했다. 지현우에게도 ‘송곳’에서의 경험이 ‘좋은 환경’의 기준이 되고 있는 듯했다. 이후 배우로서 보다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원하는 마음이 생겼다고.

“‘송곳’ 때부터 그게 생겼던 것 같아요. ‘송곳’은 이미 8회까지 대본이 나와 있었고 원작이 있으니까 작품이나 캐릭터를 충분히 연구를 할 수 있었고, 또 작가님께 대본에 안 나온 부분은 그려달라고 요청해서 받아보기도 했었고. 완벽주의까지는 아니지만 어쨌든 잘해야 한다는 게 주였기 때문에, 또 시청자들은 결과물만 보기 때문에 어떤 환경이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해야 된다는 게 가장 큰 부담인데, ‘송곳’ 때는 충분히 연구하고 실제 마트를 돌아다녀보기도 하고 파업 현장을 돌면서 뭉클뭉클 올라오는 느낌도 느껴보고. 연기자들은 그런 쾌감으로 하는 것 같은데 그게 적어질수록 배우로서는 스트레스가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렇다면 보다 환경이 유리한 영화 쪽으로 눈을 돌릴 법 하지만 드라마를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이번에 주말을 하다보니까 어르신들이 편지를 주시기도 하고 식당에 가면 어르신들이 똘목이 왔냐고 하시기도 하고(웃음). 어쨌든 대중을 상대로 하는 배우이고 연기로 보답하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에, 다소 속상한 부분들은 있지만 드라마를 보시느냐고 소중한 시간을 투자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기쁨을 드릴 수 있다면 그래도 드라마를 해야 되는 부분인 것 같아요. 사실 어르신들은 극장으로 나오긴 어렵잖아요. 제가 할머니 손에서 커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왕이면 어르신들을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많아서 드라마는 계속 할 것 같아요.”

그래서일까 너무 지독한 악역은 사양하고 싶단다. “얼마 전에 사이코패스 살인자가 들어왔었는데 도저히 제가 이해가 안돼서 안 한 적이 있어요. 회사에서는 긍정적이었는데, 제가 뱉었을 때 텍스트가 와 닿았으면 했을 텐데 제가 안 넘어가니까 못하겠더라고요. 만약 살인자를 하더라도 너무 잔인한 건 못할 것 같아요. 최근에 어떤 작품은 너무 잔인해서 보면서도 좀 씁쓸하더라고요. 그런데 또 장면이 패러디가 돼서 방송에 나오는 걸 보니까 아이들이 저런 걸 보면 호기심이 생기고 보고 싶어 할 텐데 과연 괜찮을까, 그런 생각도 좀 하게 되고요.”

‘송곳’에 대한 언급이 있었던 만큼 ‘이수인’을 두고 인생 캐릭터라고 꼽는 부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도 궁금했다. 그에 동의할까, 아니면 또 다른 인생 캐릭터를 만나고 싶어 할까. “인생 캐릭터가 생기는 순간 부담이 클 것 같고, 배우로서 봤을 때는 많은 나이라고도 할 수 없는, 딱 20대 때가 그냥 철없이 학생이나 사회초년생 느낌, 그런 과정들을 거쳤던 것 같고, 제 이름과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책임감, 무게, 주연으로 해야 할 역할, 그런 것들을 안 것이 불과 한 2-3년 밖에 안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인생캐를 만나고 싶다기 보다 조금씩 배려도 하고 가끔은 이끌어도 가고 거듭 연구하고 고민하고 그러다보면 ‘송곳’처럼 또 행복한 작품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매번 좋은 작품을 만나긴 어렵겠지만 여러 작품들을 통해 배울 것을 배우고 많은 선배 연기자들에게서 좋은 점을 캐치하고 내 걸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앞으로도 많은 좋은 연기자분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제 색깔을 만들어가는, 그런 30대가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배우 지현우가 생각하는 좋은 배우란 무엇일까. “가짜 안 하는 것, 척하지 않는 배우. 뭔가 색깔이 담겨져 있어야 되는 것 같아요. 배우마다 다른 것을 뱉는, 그런 색깔. 신해철 형의 음악도 형만의 철학이 담겨있는 것처럼 배우도 그런 색깔이 있어야 된다는 생각이 들고 그런 필터가 있어야 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스스로는 그 좋은 배우에 얼마나 가깝다고 생각할까. “학교로 치자면, 대학교 진학해서 이제 막 다른 과목도 듣기 시작하면서 전공을 살리고 있다고 해야 하나. 이제 막 대학원에 들어갔다는 정도?(웃음)”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그는 무엇보다 연기에 대한 욕심이 큰 듯했다. 단번에 눈에 띄는 외모와 훌륭한 연기력을 가진 젊은 배우로서, 보다 대중적인 스타로의 욕심은 없을까. 일례로 배우 송중기를 한류스타로 만들어준 ‘태양의 후예’와 온전히 배우로 각인시킨 ‘늑대소년’을 예로 들어 꼽아달라고 하자 그는 큰 고민 없이 ‘늑대소년’을 꼽았다.

“저는 한류스타보다는 배우가 더 좋은 것 같아요. 우선은 국내가 더 중요하고, 제가 제일 잘 이해할 수 있고 앞으로도 해야 할 무대가 한국인데 한국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한다면 40대, 50대까지 장기적으로 갈 수 있을까. 일단은 좋은 연기자로, 배우로 인정받는 게 먼저라고 생각하고요. 만약 그렇게 한류스타가 됐다고 했을 때 사실 여러 여건들 때문에 컴백이 늦어지는 경우도 많은 것 같은데 저는 그래도, 아마 주말도 다시 할 수 있지 않을까. 작품만 좋다면 저는 할 것 같아요.”

30대 배우라는 의미는 지현우에게 또 다른 전환이 되고 있는 듯했다. 그만큼의 무게감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30대는 허리인 것 같아요. 여기서 삐끗하면 그간 해온 것들이 같이 무너지는, 이제는 귀여운 걸로 넘어갈 수 있는 나이가 아니잖아요. ‘쟤는 연기를 얼마나 했는데 아직도 저러고 있는 거야’, 단번에 그런 말이 나오니까. 그리고 30대가 되면서, 뭘 하든 ‘같이’ 하는 것에 중점을 두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어떤 일이든 저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믿고 맡기는 것이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전에는 내가 다 처리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그 분야는 그 분이 전문가일 것이다, 순간의 나의 생각보다 훨씬 많은 생각과 고민 끝에 나온 결과일 것이다, 그러면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는 걸 알게 됐죠. 어떤 일이든 같이 해나가는 작업, 같이 이루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끝으로, 많은 이야기를 전한 30대를 넘어 40대에는 또 어떤 배우가 되어있고 싶은지를 묻자 그는 걸리적거리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단다. 흔하게 ‘믿고 보는 배우’라고 얘기할 법도 하건만 걸리적거리지 않는, 그래서 어떤 작품에 나오든 적어도 편하게 볼 수 있는 정도의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한다. 그렇다면 배우 지현우의 40대에는 어떤 수식어를 바랄까. “제가 예전에 항상 했던 말이 걸리적거리고 싶지 않다는 거였어요. 드라마를 볼 때 유독 걸리적거리는 사람이 보일 때가 있잖아요. ‘왜 저러지?’ 그게 없는 사람, 그렇다고 완전 믿고 보는 배우까지는 아니어도 좀 안도감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해요. 해서 40대의 나의 수식어라면 척하지 않는 배우? 좀 긴가요(웃음), 그 정도가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진제공=드림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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