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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뮤지컬 '서편제' 이자람, 지지리 궁상 '송화'를 이해하기까지

  • 입력 2017.10.25 08:23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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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최근 성황리에 공연 중인 뮤지컬 ‘서편제’의 주역, 배우 이자람이 인터뷰에 나섰다.

뮤지컬 ‘서편제’는 스타 작곡가 윤일상, 연출 이지나, 음악감독 김문정 등 내로라하는 제작진이 의기투합했다. 무대의 세트는 화려하기보다 수려한 배경으로 한국적 색채를 살리고 바닥의 회전식 무대를 이용해 그들의 삶의 걸음을 대변하는 외에는 최대한 배우들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모노톤의 넓은 여백을 유지한다. 거기에 국악인 이자람, 이소연과 뮤지컬계 최고의 디바 차지연이 ‘송화’로 분해 극을 이끌면서 가장 한국적인 장르 판소리와 궁극의 현대적 종합 무대예술 뮤지컬의 조합이라는 어색한 궁합에서도 아름다운 조화를 보여준다.

뮤지컬 ‘서편제’의 이야기구조는 매우 직관적이다. 이청준의 소설 ‘남도사람들’ 연재 중 ‘서편제’, ‘소리의 빛’을 원작으로 한 영화 ‘서편제’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뮤지컬에서는 동생 ‘동호’의 스토리가 보다 확장됐다. 모든 화를 한의 소리로 승화하라는 아버지 ‘유봉’과 지긋지긋한 아버지를 벗어나 ‘로큰롤’이라는 새로운 소리를 만난 동생 ‘동호’가 첨예한 갈등 구조를 만들고, 그 가운데 ‘송화’는 동생을 떠나보낸 것도 모자라 눈과 아버지마저 잃는다. 세월이 흘러 어느 한 날 초연하게 재회한 두 남매. 그들의 시린 가족사가 종국엔 뭉클한 감동을 자아낸다.

그렇게 뮤지컬 ‘서편제’는 지극히 구식의 이야기를 늘어놓았음에도 현대적 감각의 연출, 배우들의 호연, 서정적인 넘버 등을 무기로 절찬리에 공연 중에 있다. 이제 뮤지컬 ‘서편제’의 국악감독이자 ‘송화’를 직접 연기하고 있는 배우 이자람의 이야기를 통해 작품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자람은 지난 17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한 레스토랑에서 언론매체와의 라운드인터뷰에 나섰다.

뮤지컬 ‘서편제’ 초연에서부터 참여하고 있는데, 3년 만에 돌아온 네 번째 시즌에서의 소감은 어떤가.

“저는 일단 판소리를 만드는 작업을 가진 사람이어서 배우로 뮤지컬 무대에 서야 하는 ‘서편제’는 뭔가 다른 동네에 놀러가는 기분이에요. 늘 반갑고 늘 생경한 시간이 되는 경험이죠. ‘서편제’가 뮤지컬에서도 각별한 느낌의 공연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런 각별한 무엇에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매번 준비하는 마음이 쉽지만은 않더라고요. 굉장히 많은 각오를 해야 되고 저는 모르는 많은 관객들을 만난다는 것이 무섭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데 항상 나 자신과 좋은 전투를 치르는 일인 것 같아요. 계속 우리 동네에만 사느냐고 삶의 매너리즘에 빠지다가 다시 환기 시키는 경험이 되는, 정말 귀한 시간이죠. 여러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커다란 운동장이면서 무섭고 기쁜 놀이터이고 그렇습니다.”

배우라는 형식으로 무대에 서는 부담은 없을까.

“의외로 저는, 스스로 소리꾼은 배우라고 생각해요. 2시간 반의 시간 동안 혼자 여러 캐릭터를 하면서 세계 투어를 했었기 때문에 배우라고 특별히 다른 느낌은 없었는데, 다만 뮤지컬 노래를 해야 한다는 것이 항상 두렵고 어렵지만 기쁜 숙제기도 하죠. 이러한 노래를 이 무대에서 부를 수 있는 기회가 살면서 얼마나 찾아올 것인가, 정말 매번 무대에 오르기 전에 많이 떨리면서도 한편 즐겁게 무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네 번의 시즌을 쭉 함께하고 있는데, 그간 가장 인상적인 관객 평이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

“제가 원래 관객 평을 보지 않아요. 그 자체가 무섭기도 하지만 혹시 저를 방해하는 것들이 생길까봐 보지 않거든요. 관객은 정말 다양하고, 그 분들의 생각도 아주 다양할 것이고 저 역시 그날그날의 무대가 매번 다르기 때문에 어떤 날의 ‘송화’를 본 관객 평이 저의 전체 ‘송화’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살아있는 ‘송화’를 만들기 위해 평을 보진 않아요. 다만 팀 내에서 힘을 주는 말씀들을 많이 해주시고 또 어떤 날은 재연부터 함께한 배우가 ‘오늘 ‘원망’에서는 재연 때의 떨림이 왔다, 고맙다.‘ 그런 인사를 해줄 때 큰 힘이 되죠.”

‘송화’ 캐릭터, 어떤 생각으로 연기하고 있을까.

“아주 처음에 이 작품을 할 때는 정말 ‘송화’와는 100Km 거리를 두고 살아야겠다(웃음), 정말 지지리 궁상에 그렇게 외로운 삶은 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극중 ‘송화’는 한 여인의 삶과 분노, 극복의 과정, 소리로 가는 과정을 2시간 반 안에 보여주는데, 정말 세상에 이렇게 힘든 여자가 있을까. 그런데 이번엔 이상하게도, 이렇게 살고 싶진 않지만 어쩌면 모두가 이런 힘든 시간을 버티고 있을 텐데, 그렇다면 이 여자는 과연 어떻게 여기까지 갔을까, 그런 생각을 처음 했던 것 같아요. 정말 그런 삶은 안 왔으면 좋겠고 그렇게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결국 모두가 외로운 게 아닌가. 해서 한편으로 ‘이렇게 외로운데 어떻게 살아가지? 연세가 많은 분들은 어떻게 살아왔지?’ 그런 질문의 답을 ‘송화’가 해주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진짜 소리꾼이어서의 차별화가 있을까.

“‘서편제’하면서 남의 동네에 와 있다는 것이 좋기도 하지만 때로는 주눅이 들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힘이 되는 생각이, 공연 중에 만약 ’살다보면‘이 잘 안 됐다면, ’오늘 ‘살다보면’은 잘 안 됐지만 최고의 ‘심청가’를 보여줘야지‘ 그런 생각으로 할 때도 있어요. 뮤지컬 넘버로는 만족스럽게 보여드리지 못했다면 최고의 소리를 보여주자. 그게 아마 소리꾼만이 할 수 있는 격려가 아닐까 싶습니다.”

'서편제'만 이미 네 번째 출연인데, 혹시 ‘서편제’가 아닌 다른 작품의 출연도 의향이 있을까.

“지금으로써는 ‘서편제’ 말고 다른 뮤지컬을 할 생각은 없어요. 다만 어떤 작품을 만날 때 내가 여기서 잘 놀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여기서 얻어갈 수 있는 것과의 밸런스를 따져보는데 그게 맞을 때는 연극이든 판소리든 창극이든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서편제’는 초연 당시에 이지나 연출이 ‘네가 가는 길에 도움이 됐으면 됐지 해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손을 내미셨는데 그 말씀이 현실이 됐어요. 정말 많은 관객을 만났고, 모르는 세상을 더 엿볼 수 있었고, 평소의 저라면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났고, 제가 여기 출연하시는 배우 분들을 어디 가서 만날 수 있었겠어요(웃음), 그런 것들을 가져다준 게 ‘서편제’죠.”

배우로, 국악인으로, 창작자로 여러 활동을 겸하고 있는데 그 안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으로 여기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

“노는 거죠. 저는 이걸 놓는 순간 예술적으로는 죽음을 맞이할 것 같아요. 판소리를 하는 데에도 이것이 제에게 많은 의미가 있어서, 만약 어떤 책임감이나 중압감이 느껴지면 저는 놀아야 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때는 밴드음악을 미치도록 하고요, 밴드음악을 잘 만들어야 될 때는 대본을 쓰고요. 또 대본을 쓰다가 대본이 왜 이렇게 엉망이지? 할 때는 음악으로 도망가고. 그렇게 제가 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서로를 위로하는 것들이라고 할 수 있어요. 결국 저는 신나게 놀 수 있어야 좋은 작업이 되는 사람이어서 최대한 재밌게 놀자, 할 수 있는 한 재밌게 놀자, 그렇게 하고 있죠.”

그렇다면 그 중에 가장 신나게 노는 판은 어느 쪽일까.

“지금 당장은 ‘서편제’죠. 그렇다면 ‘서편제’가 끝나면 뭘 할 것인가? 밴드음악을 하고 싶어요. 뭔가 창작하는 일을 1년 동안 멈춘 상태인데 최근에 다행히 창작의 욕구가 다시 올라오더라고요. 해서 아마 밴드음악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몸이 좀 게을러져야 밴드음악을 쓰는데 ‘송화’는 워낙 체력을 많이 요해서 무대를 마치면 쉬는 것 자체가 바쁘다보니까 게을러질 틈이 없어요(웃음). 해서 마음껏 게으르고 마음껏 쉴 수 있을 때 써야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창작의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에서 얻어질까.

“그냥 아무데서나 떠올라요. 지금 이 자리에서도 기자님들의 타이핑 소리에서도 문득 떠오르기도 하고요. 그냥 도둑처럼 들어오는 것 같아요.”

영화 ‘서편제’가 93년 개봉된 작품이니 벌써 2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작품 속에서도 격변의 시대가 불러온 세대 간 갈등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 작품을 만나는 현 세대의 불편함도 적지 않다. 특히 아버지가 딸의 눈을 멀게 한다는 부분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상당하다. 그를 직접 연기하고 있는 배우의 생각은 어떨까.

“그렇죠. 지금으로는 딱 막장 스토리죠(웃음). 그 부분에서는 일단 두 가지 생각이 드는데, 하나는 원작 자체가 워낙에 그런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 이 부분은 세월이 갈수록 시대가 변하는 만큼 더욱 크게 품게 되는 의문이어서 ‘서편제’ 말고도 원작을 기반으로 한 많은 작품들이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닐까 생각하고요. 또 하나는, 근대 문학들이 대부분 가부장적이고, 여성은 스토리상 도구로 사용되어 왔을 뿐 여성 중심의 캐릭터가 좀처럼 없었다는 것인데 ‘서편제’를 하면서는, 예술을 가지고 지금은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그렇다고 이제는 평등을 위해서 함구해야 할 것인가. 이야기의 중심이나 팩트를 바꾸지 않고 어떻게 대할 수 있을 것인가. 그 부분에서 이지나 연출이 이런 말씀을 하더라고요. ‘송화’가 아버지로 인해 단순히 피해자가 되면 그냥 내용과 함께 추락하는 거다. 그걸 딛고 일어서야 한다. 아버지가 그런 끔찍한 일을 벌였지만 ‘송화’ 자체가 아버지와는 별개로 자신의 소리를 찾아가는 욕망이 큰 여자라는 것, ‘유봉’의 소리를 향한 집착의 피를 가진 딸이 징글징글하게도 그것을 찾아가는 모습을 표현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공연 중에 감정 표현이 두 번이 힘든데, 하나는 아버지가 눈을 멀게 할 때, 정말로 어떻게 제어할 수 없는 손 떨림이 있어요. 그리고 두 번째가 아버지가 죽었을 때. 나를 앞도 못 보게 만들어놓고 아버지가 먼저 죽었다고? 정말 두 번의 극도의 화가 있는데, 극중에서 화를 한으로 승화시키라는 ‘유봉’의 대사가 있긴 하지만 결국은 그런 시련 때문에 소리를 찾는 게 아니라, ‘송화’ 스스로도 소리에 대한 욕망이 큰 여자였던 거죠. 동호를 보냈을 때도 동호를 보내면서까지 ‘송화’는 자신의 소리를 찾겠다고 아버지 곁에 남았던 거고 아버지를 보내고서도 동호를 찾는 게 아니라 자신의 소리를 찾아가기 때문에 결국은 '송화'의 그 모든 것이 마지막 ‘심청가’를 향해 가는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뮤지컬 '서편제'로 만난 배우 이자람의 인터뷰는 2편으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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