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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의 경계를 넘어서고 싶었던 한 여자의 욕망. 영화 <유리정원>

  • 입력 2017.10.18 23:40
  • 기자명 남궁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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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남궁선정 기자]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영화 <유리정원>은 <마돈나>, <명왕성>, <순환선> 등 자신만의 색깔이 뚜렷한 개성 넘치는 작품들을 선보이며 대한민국 여성 감독 최초로 칸국제영화제와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신수원 감독의 신작이다. 문근영이 주연배우로 분한 영화 <유리정원>은 베스트셀러 소설에 얽힌 미스터리한 사건, 그리고 슬픈 비밀을 그린다.

엽록체를 이용한 인공혈액을 연구하던 과학도 재연(문근영)은 후배에게 연구 아이템을 도둑맞고 사랑하는 사람(서태화)마저 빼앗겨 어릴 적 자랐던 숲 속의 유리정원 안에 스스로를 고립한다.

한편, 무명작가 지훈(김태훈)은 우연히 알게 된 재연의 삶을 훔쳐보며 초록의 피가 흐르는 여인에 대한 소설을 연재해 순식간에 인기 작가 반열에 오른다. 그러던 어느 날, 충격적인 미제 사건의 범인으로 재연이 지목되고, 이 사건이 지훈의 소설 속 이야기와 동일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기 시작한다.

영화 <유리정원>은 일상과 환상의 경계를 허무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엽록체를 이용한 인공혈액을 연구하는 과학도라는 지극히 사실적인 무대에서 시작해, 초록의 피, 나무의 저주라는 환상적인 요소들을 곳곳에 배치해 한 여자의 인생을 훔친 소설가가 엮어가는 소설과 현실을 넘나든다.

영화는 현실 속에 존재하지만 현실이 아닌 공간인 듯한 숲 속 유리정원을 통해 판타지로까지 장르를 확장시켜 나간다. 그리고 영화가 비추는 판타지적인 것들 안에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에 집중한다.

하지만 <유리정원>은 신수원 감독의 영화답게 느린 호흡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감독이 의도한 바대로라면 관객들에게 캐릭터의 감정이 이입되게끔 적당한 호흡이어야 하겠지만 빠른 전개를 자랑하는 요즘 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불편하리만큼 느리게 전개된다.

신수원 감독은 “타인의 욕망에 의해 삶이 파괴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과 인간, 나아가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영화다. 꿈과 이상이 현실에 의해 좌절된 주인공들을 위로하는 과정에서 관객들이 힐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지만 감독이 전달하려는 욕망과 공존에 대한 화두보다는 한 여자의 욕망은 욕망으로 끝나고 공존의 주제는 쉽사리 관객들에게 와닿지 않는다.

각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심도 깊은 고뇌와 캐릭터를 구현해야만 하는 연기노력의 흔적도 보인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격리하고 유리정원에 고립된 재연을 연기하는 문근영은 오래간만에 주인공이 되어 맘껏 연기를 펼친다.

판타지와 상상의 경계에서 고민한 감독의 고뇌는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달되고, 판타지의 경계를 넘어서고 싶었던 한 여자의 욕망은 비극으로 점철된다. 영화 <유리정원>은 10월 25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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