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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조성하, "30대 너무 쉬었다..나는 이제 마흔의 신인"

  • 입력 2017.10.04 09:14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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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OCN 드라마 '구해줘' 종영으로 만난 배우 조성하의 인터뷰, 전편에 이어.

한편으로 드라마는 워낙 믿고 보는 배우들의 조합으로 최고의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특히 구선원의 인물들을 연기한 박지영, 조재윤, 정해균 등과의 호흡은 실로 한 편의 밀도 높은 연극을 보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생생해서 그들의 팽팽한 심리전을 보는 것만으로도 최고의 볼거리를 자랑했다. 조성하 역시 동료배우들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다들 연기를 잘 하는 멋진 배우들 아닌가. 조재윤 씨는 백정기 옆에서 너무나 멋진 바리케이트 역할을 해줬다. 정말 나타나기만 하면 섬뜩섬뜩한 아우라를 뿜어줬고 박지영 씨는 자기 종교관에 함몰돼서 자기 욕구를 채우며 미쳐가는 그런 한 인간의 면모를 보여줬다. 그리고 정해균 씨는 자기가 하는 일이 뭔지도 모르면서 다 좋은 일이라는 착각 속에 있는 인물을 정말 잘 보여줬다. 아마 심적으로 가장 힘든 사람이 정해균 씨였을 것이다. 딸을 사지로 몰아넣는 것을 전혀 모른다고 할 수 없을 텐데 그걸 알면서 가족을 사지로 몰아가는 이중성이 스스로를 많이 힘들게 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 안에서는 상식적인 것처럼 보여주어야 했기 때문에 더 힘든 역할이었다. 끝나고 가장 힘든 배우가 아마 정해균 씨가 아닐까 싶다.”고 전했다.

작품을 함께한 젊은 배우들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택연 군은 군대 가기 전 마지막 작품이라는 책임에 친구들 4인방을 이끌고 정말 잘해줬다. 현장에서 항상 아기자기하게 파워풀하게 이끌어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보였다. 연기에서도 억수 같이 비가 오는데 살이 까져가면서도 불평불만 없이 액션을 자기 몸으로 해결하고 잘 표현해주고, 그렇게 입대를 해서 참 고맙고 프로다운 면모를 본 것 같다.”고 전했고 이어 서예지에 대해서는 “서예지 씨는 정말 한 연기들 하는 구선원의 대 선배들과 붙어서 처음에는 많이 긴장했을 텐데 연기적으로 크게 성장했다는 호평을 받으면서 끝났다는 게 고마운 일이다. 피 튀는 작품에 피 튀는 연기 속에 그런 피 튀는 호흡이 전과는 분명 다른 분위기였을 것이다. 그런 속에서 참 잘 해줬다.”고 말했다.

또한 신인이면서도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은 우도환과 친구들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우도환 군은 어린 나이에 멋진 마력을 가지고 시작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게 큰 기쁨이고, 나 역시 그런 친구들을 만나게 돼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또 의외로 눈에 안 띈 이다윗라는 친구가 정말 기량이 훌륭한 배우인데 이번에 많은 걸 보여주지 못한 것이 많이 아쉽다. 또 하회정이라는 친구도 앞으로가 기대되는 가능성을 보여줘서 반가운 만남이 아니었나 싶다.”며 후배들 하나하나에 두루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근의 케이블 드라마는 자극적이거나 폭력적인 수위가 19금을 방불케 하고 있어 우려를 낳기도 한다. ‘구해줘’ 역시 ‘불기도’라는 명목으로 사람을 구타하거나 사망에 이르게 하는 모습 등 자극적인 장면들이 포함되어 있기도 했다. 이에 대한 우려는 없었을까. 조성하는 “매회 폭력신이든 스킨십이든 많이 고민을 했다. 제일 고민했던 게 상미(서예지 분) 무릎을 만지는 신이었다. 이 장면은 수차례 다시 찍고 각기 다른 버전으로도 촬영했다.”며 “사실 이 장면을 만나면서 남자들이 생각하는 터치 수준과 여자들이 느끼는 터치의 수준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다르다는 걸 배웠다. 현장에서 직접 앙케이트를 받아보니까 남자들의 경우는 무릎에 손을 대는 정도는 괜찮다는 정도였는데 여자들은 그냥 닿는 것 자체가 싫다고 하더라. 아 그게 정답이구나. 해서감독에게 내가 앙케이트를 해보니까 이러, 이렇더라. 굳이 수위를 딥하게 갈 필요가 없다, 손대는 사람이 어떻게 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닿는 사람의 느낌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해서 여러 편집을 통해 장면이 됐는데 또 그런 여러 걱정을 통해서 객관치가 어디인가, 그런 고민을 촬영 중에도 많이 했었다.”고 말해 연기에서 뿐만 아닌 장면 하나하나에 최대한 자극을 줄이면서도 보다 넓게 심혈을 기울였음을 들을 수 있었다.

대중에게 늦깎이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조성하는 참으로 쉬지 않고 다작에 참여하고 있다. 그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는 주저 없이 가족을 꼽았다. “데뷔를 마흔에 했다. 원래는 연극으로 시작했고 애초 연극배우로 살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고 내가 가장으로서 책임져야할 것들이 현실적으로 나타나면서 순수예술을 한다는 것이 불가능해지는 때가 오더라. 연극을 해서는 1년 동안 해도 차비도 안 나오는 정도였다. 해서 연기를 그만둬야겠다고 얘기했더니 오히려 아내가 만류했다. 해서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내가 가진 기술이라고는 연기밖에 모르고, 대학로로 가자니 돈이 안 되고. 해서 돈이 되는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영화로 갔고 그릇을 키워 방송으로 나오게 됐다. 당시에는 집에 쌀만 갖다 줄 수 있으면 연기를 하자, 그런 마음에 다시 시작했는데 ‘거미숲’이라는 영화를 기억해준 김철규 감독님이 드라마 ‘황진이’에 초대를 해서 멋진 역할을 주셨고 그때부터 본격 데뷔를 해서 지금까지 쉬지 않고 일하고 있는 중”이라며 “사실 30대에 너무 오래 쉬었다. 해서 지금도 신인배우라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중간에 10년이 없으니 이제 다시 마흔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연기하고 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다작을 하고 있는 배우 조성하에게도 앞으로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을까. 이에 대해 조성하는 “나는 아직 신인배우로 욕심이 많다. 사실 그동안 교주부터 왕, 대통령, 책사, 꽃거지 등 비교적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봤는데, 그래도 어떤 역할, 어떤 작품이라고 규정하지 말자고 생각한다. 왜냐면 항상 더 열려있고 새로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지금 바람은 딱 하나, 어떤 캐릭터든 좋은 작품에 좋은 배역을 만나는 것이다. 정말 다양성 있는 작품들이 나와서 배우들도 그동안 해보지 않은 것들을 하면서 보시는 분들도 그걸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연기할 때는 생각지 않은 캐릭터가 나왔을 때 신세계를 보는 것 같은 기운이 생긴다. 이미 누가 연기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는 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며 무엇보다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렇다면 배우 조성하가 생각하는 좋은 작품이란 무얼까. 그 역시 공감할 수 있는 ‘새로움’을 꼽았다. “누구는 잘 알고 누구는 모를 수 있는 작품보다는 무언가 또 다른 새로움, 또 다른 이야기를 하면 누구하나 잘난 척할 필요도 못난 척 할 필요도 없지 않나. 그러면서도 함께 공감하고 공유하고 싶은 작품이 좋은 작품이 아닐까 싶다.”고 전했다.

끝으로 조성하는 지금도 연기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현재 자신을 흔드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연기’를 꼽았다. “최근에 연기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한다. 지금 네가 하는 연기가 맞는 것이냐, 그런 고민들이다. 어떻게 보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시점인 것 같다. 왜나면 남들이 생각하는 나는 이제 어느 정도 인지도도 있고 작품도 할 수 있으니 그 정도면 괜찮잖아, 라고 말씀하실 수 있지만 나 스스로는 어떻게 연기하는 것이 잘 하는 연기인가에 대한 고민이 요즘 몇 년간 제일 많이 하는 생각이 아닌가 싶다. 해서 그냥 친구들한테 하는 얘기지만, 정말 눈곱만큼만 더 잘하면 좋겠다, 미치겠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어려서보다도 연기에 대한 갈증이 더 커지는 시기인 것 같다.”는 속내를 전하기도.

조성하는 이날 다시 까맣게 염색한 머리에 모자를 눌러쓰고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모습으로 취재진과 만났다. 이는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병원선’의 특별출연을 위해서였다. 극중 송은재(하지원 분)의 골칫거리 아버지로 등장하는데 그에 맞춰 드라마 ‘구해줘’ 촬영을 마친 직후부터 이미 이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 드라마의 큰 성공으로 보다 가깝게 취재진을 만난 자리이니 조성하라고 트레이드마크인 ‘꽃중년’ 신사로 등장하고 싶지 않았겠는가. 역시 ‘믿고 보는 배우’가 되는 데에는 무엇 하나 거저 얻어지는 것이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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