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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조성하, 악마 '백정기'로 인생캐릭터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 입력 2017.10.04 09:06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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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꽃중년 배우’의 대표주자 배우 조성하가 OCN 드라마 ‘구해줘’를 통해 소름끼치는 희대의 사이비교주 ‘백정기’로 완벽 변신했다.

그의 검은 속내는 백발에 화이트 슈트, 인자한 미소와 대비되며 더욱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그를 위해 조성하는 탈색만 십 여 차례 감행하면서 머리카락이 녹아내리고 탈모 증세까지 얻었지만 배우 인생에 한 번 만날까 말까한 캐릭터를 위한 그 정도의 수고는 대수롭지 않다고.

조성하는 연극무대에서 주로 활동하다 마흔이 되어서야 매체로 활동영역을 넓혔다. 대부분 우직하고 정직한 인물군을 연기하거나 중년의 로맨스를 선보이면서 ‘꽃중년 배우’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그런 그가 비교적 최근작인 ‘화정’, ‘더 케이 투’, 이번 ‘구해줘’ 등을 통해서는 야망을 품은 악인, 비열한 욕망, 드디어는 리얼 악마에까지 변신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시청자들은 그를 향해 ‘희대의 악마’라는 찬사(?)를 쏟아냈다. 시청률에서도 4.797%(닐슨 전국)의 높은 성적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조성하 역시 스스로 ‘백정기’를 인생캐릭터라고 말하는 데에 주저함이 없었다. 그는 ‘백정기’를 두고 자신의 인생캐릭터라고 말하는 대중의 평에 대해 “기분이 좋고 행복하다.”고 화답하기도.

‘구해줘’ 종영으로 만나 배우 조성하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하나씩 풀어보자.

먼저, 가장 화제가 되었던 백발과 화이트 슈트. 캐릭터와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이미지의 창출을 위해 조성하는 작품의 시작에서부터 공을 들였다고 한다. 특히 이러한 비주얼을 완성하는 데에는 남다른 계기가 있었음을 털어놓았다. “사실 염색을 누가 하라고 해서 한 건 아니고, 작품을 읽고 이 역할은 그냥 검정머리는 재미가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 세월호 사건 때 유병언 씨 관련 영상에서 흰 머리에 흰 양복을 입고 예배를 집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언젠가 이 이미지를 차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이번 캐릭터에 딱 흰 머리에 흰 양복을 입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엔 한 다섯 번 정도 탈색을 했다가 촬영 중에도 십 여 차례 더 해야 했다. 그렇다보니까 머리카락이 빠지는 건 기본이고, 다 끊어지고 녹아내리는 상황이지만 그렇게 공을 들였던 것이 드라마와 잘 맞아서 시청자들이 신의 한 수라고 말씀도 해주시고, 작가나 감독도 극에서 정말 효과가 있다고 해줘서 정말 보람되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게나 고생스러운 과정이 혹여 후회되지는 않더냐는 질문에 조성하는 “후회는 안 했는데 걱정은 좀 했었다. 혹시 와이프가 피부암 보험은 들었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백정기’는 사이비 교주를 연기하는 만큼 사람을 홀리는 기술에 대한 연구도 있었다고. “이러한 일들이 생각보다 가까이 있을 것이다, 사이비에 빠지는 사람들은 그것이 사이비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고 빠질 것이 아닌가. 해서 사이비여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빠지는 모습을 따와야 극중에서도 시청자들도 같이 이해시킬 수 있겠다 싶어서 가장 편안하고 가장 평화로운 모습에 주력해서 표현을 하고 그런 눈빛과 말투를 만들어내는데 많이 공을 들였던 것 같다.”며 “흔히 목사님들만 가지고 있는 화법, 화술이 분명히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그런 자료들을 많이 찾아봤고, 어렸을 때 잠깐 빵 얻어먹으러 교회에 갔을 때 봤던 목사님을 떠올리면서 최대한 근접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조성하는 하다못해 마이크를 잡고 집도하는 장면에서의 디테일에까지도 섬세하게 신경 썼다. 그는 “마이크를 대고 했을 때와 아닐 때의 느낌이 확실히 다르더라. 해서 차분하게 얘기를 해도 에너지가 느껴질 수 있게 무조건 마이크를 들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이크가 없으면 크게 말하기 위해 에너지를 써야하는데 그건 뭔가 ‘백정기’를 표현하는데 오버되는 느낌이었다. 뭔가 하늘에서의 울림? 그런 느낌을 만들어내기 위해 끝까지 마이크를 고수를 했고 특히 마이크를 많이 써본 선수 같은 느낌을 줄 수 있게, 마이크를 턱에 살짝 대놓고 얘기한다든지, 그런 디테일들이 캐릭터와 잘 버무려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명실 공이 ‘꽃중년 배우’ 대표주자인데, 실로 소름을 유발하는 악역 이미지에 대한 우려는 없었을까. 조성하는 여기에 오히려 ‘백정기’야 말로 중년배우의 희망이었다고 밝혀 눈길을 모았다. 그는 “일단 주어진 숙제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여기에 최선을 다했으니 또 다음에 최선을 다할 캐릭터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구해줘’ 백정기를 만나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중년배우로서는 굉장히 희망적이다, 그런 생각을 했다. 요즘은 그래도 전보다는 좀 나아졌지만 중년 배우들이 뭔가 디테일하고 심도 있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이 많지가 않다. 대부분 주인공의 주변 인물이거나 멜로나 로코의 한 부분으로 치우쳐서 소재에 불과한 부분을 담당하는 것이 현실이어서 좀 더 깊이감 있는 작품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4-50대 배우들이 정말 훌륭한 배우들이 많아서, 앞으로 더 많은 활약을 했으면 좋겠다.”는 속내를 전하기도.

‘백정기’는 죽음으로 최후를 맞았지만 극을 관통하는 이야기에서는 속 시원한 해결을 보여주지 않았다. 오히려 뭔가 또 다음으로 이어지는 결말이어서 소름 돋는 엔딩이라는 평을 받았다. 이에 대해서는 “엔딩을 봤을 때 (백정기를) 좀 살려달라고 그렇게 애원했건만 안됐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어 “구선원은 없어지지만 또 다른 종파가 생기는 건, 아마 지금 이 사회가 어떤 사이비 종교 집단을 하나 제거한다고 해서 또 다른 사이비가 생기지 않는 게 아니고, 계속해서 암 같은 존재처럼 싹을 트고 일어나기 때문에 계속해서 경계하고 경각심을 가져야한다는 이야기로 열어놓고 끝난 게 아닌가 싶다. 이 드라마 한 편으로 보다 많은,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담아내진 못했지만 이런 이야기를 통해서 좀 더 세심하게 사회에 대한 관찰을 키워가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백정기’는 드라마 속에서 점차 영부를 자처한다. 겉으로 교주인 척만 하는 것이 아닌 실제 스스로가 신격화되어 가는 인물이었다. 그러면서 ‘돈 벌이’를 위해 한 편이 된 조완태(조재윤 분)와 척을 지게 된다. ‘악인’이 아닌 ‘절대악’으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조성하는 천연덕스럽게 연기했다. “밀실에서 초를 켜놓고 의미심장한 웃음을 보인다든지 그렇게 자기가 만든 환상 속에 들어가는 장면이 몇 나오는데 백정기가 점차 자신의 망상 속에 들어가게 되는 모습이다. 사기꾼을 넘어 아예 내가 새 하늘이라고까지 하는 장면이 있었다. 겉으로는 표가 잘 안 나는데 껍질을 벗겨보면 그 안이 다 시커먼 것, 그게 더 끔찍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면서 또 모든 사람의 신으로, 신격화하기 위한 작업을 꾸준히 했던, 정말 집요한 악당이었다. 구선원을 최초 만들고 모든 시스템을 만들고 모두를 그렇게 움직이도록 만들어놓고 자기만 아닌 척을 하고 있으니 말하자면 가증의 끝판왕이었다.”며 “극중 오랫동안 쌓여진 상미와의 관계가 있었고 드디어 적나라한 본심이 드러나는 장면에서는 결국 시청자들도 폭발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도 그 장면으로 ‘역겨운 엔딩요정’이라고, 역겹긴 하지만 요정이라고 예쁘게 붙여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렇게 ‘절대악’까지 연기했다. ‘백정기’로 인생캐릭터를 갱신했다는 평을 듣기에 충분했다. 이에 조성하는 “사실 우리나라에 좋은 작가, 좋은 감독님들이 많은 것처럼 좋은 배우들이 많은데, 백정기가 조성하에게 새로운 희망을 보여줬다고 얘길 한다면 또래의 다른 배우들도 자신의 희망이 되는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고 싶지 않을까. 그들 역시 크고 작은 많은 작품들에서 다양하게 사랑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지금 내 머리엔 염증과 화상을 입고 있지만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평생 한 번 만날까 못 만날까 싶은 캐릭터를 만났고 허투루 하지 않겠다는 생각에 이런저런 공을 들였고 그것이 큰 사랑을 받았다. 이런 행운이 우리 또래 배우들에게도 좀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는 소신을 전하기도 했다.

드라마는 시종일관 긴장과 사건의 연속이었다. 어느 한 구석 ‘사이다’를 만날 수 없었음에도 시청률은 꾸준히 상승했다. 그 비결을 스스로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그랬다(웃음). 뭔가 사이다를 많이 제공해드리고 좀 더 유쾌한 부분과 오락적인 부분을 많이 활용했으면 더 인기가 있었을지는 모르겠다. 배우 입장에서도 하나의 에피소드를 풀고 넘어가고 풀고 넘어가면 좀 더 편한데, 그것이 오히려 현실적이어서 더 답답하게 느껴지는 게 아닌가. 한 번 빠지면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되는 것이고, 그것이 또 실생활로 이어지기 때문에 관심 있게 보고 더 궁금해지고 또 안타까움이 있지 않았나 싶다.”고 해석했다.

※ 드라마 '구해줘' 종영으로 만난 배우 조성하의 인터뷰는 2편으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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