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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초점] 김규리, 악성댓글의 그림자 이제는 털어야 할 때

  • 입력 2017.09.18 08:31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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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배우 김규리가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지난 23일 방송된 SBS 탐사보도 '그것이 알고싶다-은밀하게 꼼꼼하게, 각하의 비밀부대'편에서는 MB정권에서의 국정원 실태를 보도했다. 특히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배우 김규리와 개그우먼 김미화, 방송인 김제동이 인터뷰를 통해 그간의 심경을 밝혔고, 피해자 조사를 위해 검찰청에 출두한 배우 문성근의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국정원 적폐 청산 태스크포스 팀이 발표한 'MB정부 시기의 문화·연예계 정부 비판세력 퇴출 건' 명단에는 이외수, 조정래, 진중권 등의 문화계 인사 6명, 김미화, 김구라, 김제동 등 방송인 8명, 이창동, 박찬욱, 봉준호 등 영화감독 52명, 故신해철, 윤도현, 김장훈 등 가수 8명, 문성근, 명계남, 이준기, 김민선 등 배우 8명이 포함되어 있다. 

이 명단이 공개되면서 가장 관심을 모은 사람은 단연 김민선(김규리)이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피해자 조사에 첫 응한 문성근이 검찰에 출두한 당시 "블랙리스트의 최대 피해자는 김민선"이라고 언급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이날 인터뷰에 나선 김규리는 지금껏 그 글과 관련해 단 한 번도 인터뷰를 해본 적이 없다며 어렵사리 말문을 열었다. 이어 "청산가리를 먹으란다. 청산가리를 먹겠다고 했단다. 그게 10년이다. 그걸로 댓글을”이라며 차마 말문을 잇지 못했다.

문제의 ‘청산가리’라는 단어가 포함된 김규리의 글은 지난 2008년, 광우병 파동이 전국을 강타한 시기에 자신의 홈페이지에 개재한 내용에 있다. 광우병은 뇌에 스펀지처럼 구멍이 뚫려 흡사 미친 듯한 정신이상, 치매, 거동불안 등의 증상을 초래하다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2년 이내에 사망에 이르는 무서운 질병이다. 소의 광우병은 물론 인간광우병(크로이츠펠트-야곱병) 또한 현재까지도 백신이 없다. 2003년 이탈리아에서 첫 인간광우병으로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세계적인 공포의 대상이 됐다.

헌데 2008년 한-미 FTA에 협상에 따르면 뼈와 내장을 포함한 30개월 이상, AMR(선진회수육), 대부분의 SRM(특정위험부위/두개골, 뇌, 3차신경절, 눈, 등골뼈, 척수, 등근신경절 등)을 포함한 30개월 미만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결정했다. 당시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24개월 이상의 소를 조심하라는 권고가 있었고 일본은 20개월 미만의 쇠고기, 모든 월령의 SRM 금지, 수출증명 의무화 조건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했다. 중국은 더 나아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금지를 선언했다. 그렇다보니 '왜 우리만?'이라는 불안이 점차 확산됐고 이내 광장의 촛불로 번져나갔다.

이때 김규리는 “정말 어이가 없는 일이다.. L.A 에서조차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뼈 채로 수입하다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안에 털어 넣는 편이 오히려 낫겠다.”며 당시에 알려진 광우병 전염 가능 사례들을 빗대어 이를 비판한 바 있다. 다만 일부 잘못된 정보가 포함되어 있긴 했으나 전체적인 글의 맥락은 광우병의 위험과 인간광우병을 유발하는 변형프리온단백질 유입에 대한 경계와 경각심을 고취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후 김규리에게는 무차별 악성댓글이 폭주했다. 대부분 "미국 소 대신 청산가리 먹겠다며", “왜 청산가리를 먹지 않나”, "좌좀 연예인", "국민들 불안하게 하려고 선동을 한다.", "뜨려고 별짓을 다한다.", “아직 살아 있나”, “빨리 죽어라”는 식이다. 김규리에게 '청산가리'는 끈질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고 악성댓글까지도 10년이 한결같다. 그런데 이것이 애초 국정원의 표적 김규리를 향한 '조작'에서부터 시작된 일이라는 것이 대중을 더욱 기함하게 하고 있다.

김규리는 이날 인터뷰에서 “청산가리 하나만 남게 해서 글 전체를 왜곡했던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그 누군가가 10년 동안 가만히 있지 않고 내 삶, 내가 열심히 살고 있는 틈 사이 사이에서 계속해서 나를 왜곡했다.”며 국정원 블랙리스트 명단이 공개된 다음 날 가족들과 함께 어머니의 묘소를 찾았다가 자신을 본 이들에게서 욕을 들었다는 일화를 전하며 한탄의 눈물을 흘렸다. 또한 워낙 '죽어라, 왜 안 죽나, 빨리 죽어라' 같은 말이 하도 많아 "정말 시도를 했었다."는 충격적인 고백을 하기도 했다. 이에 "(국정원 블랙리스트) 문건에서 내 이름이 나왔지 않나, 공권력이 그렇게 해를 가했다는 게 문건으로 나왔지 않나. 그런데 왜 내가 욕을 먹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이를 두고 문성근은 "국정원 공작조가 그(김규리)를 공격했던 논리가 아직도 잔상으로 남아서, 그 공작조는 빠져 있지만 일반 네티즌들이 아직도 그를 공격하고 있는 것."이라고 이를 해석했다. 그러면서 "정말 피해 여성인데 따뜻한 관심과 격려를 해달라, 더이상 악성댓글은 폭력이다."라며 이를 멈춰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김윤철 경희대 교수는 "촛불시위가 있었을 때, 이명박 대통령이 무슨 얘기를 했었느냐면, 배후가 누구냐? 라는 물음을 던졌다는 것이다. 시민들이 식품안전 문제를 가지고 자발적으로 거리로 나올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다. 뭔가 정권을 위협하려는 불순세력이 작동을 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라고 해석한 것)"이라고 이를 분석했다.

더불어 김제동은 "그들은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앞으로도 실패할 거다. 그것이 어떤 정권이든, 다른 정권이 들어선다 해도 마찬가지다. 사안 사안에 따라서 국민은 정부를 비판할 권리가 있다. 권력은 늘 국민에게 있고 권한이 저들에게 있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민에게는 누구나 의사 표현의 자유가 있고 정부나 정권의 정책을 비판할 권리가 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향해 '죽어라'라고 하는 것이 본인의 정의감이요, 표현의 자유라고 한다면 김규리 역시 그를 누릴 권리가 있을 게다. 무엇보다, 김규리를 향한 지난 10년의 이 작태가 낯뜨거운 나체합성사진 따위를 제작해 유포하는 것이 국가를 위한 일이었다고 말하는 이들의 선동의 결과였다면 실로 부끄럽기 그지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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