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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오연서, 엽기녀 망가짐? "연기는 열심히..모니터 보면 후회"

  • 입력 2017.08.07 08:27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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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최근 종영한 SBS 미니시리즈 ‘엽기적인 그녀’를 통해 조선판 엽기공주 혜명으로 분한 배우 오연서를 만났다.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는 2001년 상영돼 선풍적인 화제를 모은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모티브로 조선판 엽기 로맨스로 재탄생했다. 조선이라는 시대적 배경의 핸디캡에 과연 엽기적인 그녀의 로맨스가 가능할까 싶었던 우려도 잠시, 오연서의 혜명은 단아한 외모와는 달리 똘기 충만한 엉뚱발랄 왕실의 애물단지 공주를 실감나게 연기해 초반 화제를 도맡았다. 특히 과도한 음주로 주원 앞에서 구토를 하는 모습은 CG와 함께 묘사돼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주원과 오연서의 호흡은 훈훈한 외모만큼이나 훌륭한 케미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제작발표회 직후 주원이 군에 입대하면서 기자간담회와 같은 주연배우들의 홍보활동이 없었다는 점에서, 그럼에도 마지막 회가 최고시청률 11.4%(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했다는 점은 나름 선방한 성과로 가늠할 수 있다.

특히 오연서의 혜명은 초반의 엉뚱 발랄한 엽기 공주에서부터 주원과의 츤데레 로맨스를 그리는 과정에서의 폭넓은 감정선을 무리 없이 소화해 호평을 이끌어내면서 주연배우로서의 존재감을 재 증명하기도 했다.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의 종영으로 만난 배우 오연서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하나씩 풀어보자.

먼저, 드라마를 마친 소감은 어떤가.

“‘엽기적인 그녀’는 사전제작이었기 때문에 방송 시작 전에 이미 촬영을 다 마친 상태여서 이번 드라마는 저도 시청자 입장으로 느긋하게 본방사수도 하면서 한가하게 보냈던 것 같아요. 좀 아쉬운 점은 주원 씨가 드라마 시작과 함께 군대에 가게 돼서, 드라마 중간 중간에 같이 현장 소식도 전하고 기자간담회도 하고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부분은 좀 아쉽더라고요(웃음).”

사전제작이어서 좋았던 점, 반대로 아쉬운 점을 꼽아본다면.

“‘엽기녀’는 미니인데도 꽤 오래, 한 7개월 정도 촬영을 했어요. 해서 장점이라면 사계절이 다 담긴 모습이 좋더라고요. 그리고 전국 방방곡곡 예쁜 곳을 찾아다녔거든요. 그리고 보통 정말 바쁜 촬영은 쉬는 날도 없이 밤샘도 많은데 이번 촬영은 쉬는 날이 꼭 있어서 체력적으로도 훨씬 부담이 덜했고요. 그리고 반대로는, 촬영을 하면서도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잘 가고 있는지, 그게 확인이 안 되다보니까(웃음) 그건 좀 힘들더라고요. 뭔가 항상 고독함과 싸워야했던 것 같아요. 다른 드라마에서는 모니터하면서 수정도 하고 시청자들의 피드백에 따라 고쳐가고 했는데 이번엔 그런 게 거의 불가능했으니까, 그냥 감독님, 배우들과 같이 믿고 가는 거였죠.”

그럼에도 초반 화제몰이에 성공했고 월화극 1위에서 마무리되었으니 결과는 꽤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겠는데.

“다행히, 마지막까지 고정적으로 봐주신 분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마지막 회가 자체최고시청률을 찍고 끝났기 때문에 나름 잘 마쳤다고 생각하고, 개인적으로는 결말이 마음에 들어서 더 좋았던 것 같고요.”

초반 구토 장면이 크게 화제가 됐다. 그 정도의 편집이 보태질 것을 예상했을까.

“저도 그 정도까지일 줄은 몰랐어요. 일단 감독님 성향 자체가 재밌으시고요. 감독님이 연출하신 ‘모던 파머’ 같은 작품을 보면서 심상치 않은 분이구나 했는데 역시 감독님이어서 그런 시도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스톱모션으로 토사물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줄 줄은 정말 생각도 못했거든요(폭소). 헌데 그게 또 감독의 매력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당시 연기할 때는 연기에만 너무 몰두하다가 모니터 보면서 충격 받았던 장면도 꽤 있었어요. 이렇게까지 열심히 할 일인가 싶은 게..(웃음). 그래도 너무 망가진 모습은 편집으로 걸러주셨더라고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애드리브가 있다면.

“초반에 주로 애드리브가 많았고요, 마지막 장면에서도 원래는 ‘견사부, 우리 결혼하자’ 하고 끝인데 촬영이 마지막이기도 하고 왠지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 ‘살이 많이 찌셨습니다.’라든지 그런 몇 마디 대사가 더 들어가기도 했고요. 전체적으로 코믹한 신들에서는 대부분 애드리브가 많이 들어갔는데 즉흥적인 것도 있었지만 사전에 대본을 맞추면서 같이 회의하고 얘기하고 그렇게 나온 것들이 많았어요.”

혜명은 초반 엽기적인 모습이 코믹하기도 했지만 이후 눈물바람으로 지내기도 했다. 감정 변화의 폭이 큰 인물이었는데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을까.

“감독님께서, 초반에 진짜 망가짐을 불사하고 과감하게 연기해달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해서 정말 에라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는데(웃음) 뒤로 갈수록 그렇게까지 진지해질 줄은 몰랐어요. 처음에는 6부까지 대본이 나와 있었거든요. 이후에 부모님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오다보니까 점점 진지해질 수밖에 없는 흐름이었는데, 그래도 중간 중간 견우랑 있을 때나 같이 데이트를 하는 장면들이 있어서 최대한 밝은 느낌으로 촬영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후반에는 공주의 위엄도 있어야 되고 해서 그런 부분은 또 현장에서 많이 얘기하면서 무리 없이 마칠 수 있었지 않나 싶습니다.”

여배우의 망가짐, 아무래도 신경 쓰이진 않던가.

“연기할 때는 그런 걸 생각하는 편은 아니에요. 어떻게든 장면을 만들어야 되니까 일단 거기에 집중하는 편인데 그래놓고 모니터를 보면 ‘왜 저랬지?’ 하면서도 찍을 때는 또 아무 생각 없이 해요. 그게 굉장히 재밌어요. 그리고 지라시에 나오는 내용들이나 남자 기방에 갔던 상상신은 마음대로 하라고 하셔서 그냥 주어진 상황에서 대부분이 애드리브였던 장면이에요. 특히 기방 신에서는 정말 모든 여자 스태프들이 현장에 다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 현장에 여자스태프가 원래 이렇게 많았나? 깜짝 놀랐을 정도로(웃음), 이게 웬일이냐며 다들 너무나 열심히 하더라고요.”

주원과의 케미가 특히 좋았다는 평이 많았다. 연기하면서의 실제 호흡은 어땠을까.

“주원 씨는 평소에 주변에서 워낙 착하다는 소리 많이 들었고요, 연기를 잘하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고요. 7개월 길게 촬영한 사전제작이다 보니까 작품이나 신에 관한 얘기부터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했었고, 또 동갑이고 세대가 같아서 좀 더 빨리 친해지기도 했어요. 해서 연기하면서의 호흡도 굉장히 편하고 좋았고요.”

‘돌아와요 아저씨’부터 ‘엽기적인 그녀’까지 여배우로 쉽게 만날 수 없는 캐릭터들을 연달아 소화했는데, 연기하면서는 어땠나.

“코믹연기가 정말 힘들더라고요. 일단 가장 먼저는 제가 연기를 잘 해야겠지만 또 저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상대와의 호흡이나 타이밍이 굉장히 중요하고, 리액션을 충분히 해줘야 되고, 근데 이게 또 너무 오버하거나 모자라면 정말 어색해지거든요. 다행이라면 다행인 게, 두 작품 다 코믹과 진지가 적절히 섞여있는 캐릭터들이어서 얻어가는 것도 많았고 정말 좋은 경험이 됐어요. 근데 또 제가 뭔가 (연기를) 했는데 감독님이 안 웃기다고 하시면 자존심이 좀 상하기도 하고요. 한 번은 류담 오빠가 너는 개그의 피가 흐른다고(웃음), 개그로 오라고 하시더라고요.”

‘돌아와요 아저씨’가 불과 1년 전인데, 당시에 비해 뭔가 차분하면서 정적인 느낌이 크다.

“제가 서른 살에서 서른하나로 넘어갈 때, 삼십춘기? 그런 걸 직격으로 한 번 맞고 나니까 저도 제가 좀 그렇게 변했다는 걸 느끼는 것 같아요. ‘치인트’ 홍설을 연기해서 그런 걸 수도 있고, 아니면 최근에 한 달 동안 집에 있으면서 조용히 있었던 이유도 있을 거예요. 정말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었거든요. 보통은 일하다 짬이 나면 여행도 가고 하는데 이번엔 정말 외출도 안 하고 집에 있었어요. 짧으면 짧고 길면 긴 시간인데 이런 휴식이 한 2년만이거든요. 영화 ‘국가대표’ 이후로 계속 일을 하고 있었으니까. 이번에 쉬면서는 밀린 잠도 자고 영화도 보고 책도 읽고, 만화책도 보고, 그냥 집에서만 있었어요. 그렇게 쉬어보는 게 오랜만이기도 하고 좋더라고요.”

※ '엽기적인 그녀'로 만난 배우 오연서의 인터뷰는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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