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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하고 싶은 현실을 들이미는 영화 <만찬>

  • 입력 2014.01.10 23:34
  • 기자명 남궁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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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라는 장르는 일종의 판타지이다. 극장을 찾는 관객들 대부분은 현실과는 동떨어진(자신이 처해있는 현실과는 상관없는) 궁극의 판타지를 찾기 위해 극장을 방문한다. 관객들은 현실에서 있을 법 하지 않은 스토리와 스크린 속에서 자신의 현실을 잊고 위안을 구하고 싶어한다. 이런 관객들의 바람을 아랑곳 않는 영화 한편이 곧 개봉한다.
   김동현 감독의 영화 <만찬>은 평범한 소시민들의 일상을 낱낱이 밝힌다. 은퇴 후 소일하며 여생을 보내고 있는 노부부는 경제적으로 쪼들리지만 그럭저럭 살고 있다. 장남 부부에게 아이가 생기지 않고, 딸은 이혼 후 자폐증을 가진 아들을 홀로 키우고, 대학을 졸업한 막내는 아직 변변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부부의 근심거리들이다. 그런데 아내의 생일날, 여느 때와 다르게 자식들에게서 아무런 연락이 없다. 이유는 있었다. 장남 인철(정의갑)은 갑작스러운 실직으로 몇 달째 먹고 살 길을 찾고 있으며, 딸 경진(이은주)은 지병인 심장병이 더욱 악화되고 있었던 것. 그리고 그날 밤, 인철에게 막내 인호(전광진)의 전화가 다급하게 걸려온다. 인철은 뜻하지 않은 사고에 휘말린 막내동생과 여동생 문제까지 해결하느라 홀로 동분서주하지만 무엇 하나 수습되지 않는다.
   자식들에게 생활비와 용돈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노부부지만 노부부는 자나깨나 자식들이 무사평탄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하지만 노부부의 작은 소망은 희망사항일 뿐. 행복도 잠시, 갑작스런 불청객처럼 불행이 찾아온다. 그리고 붙잡을 수 없는 찰나의 행복은 점점 떠나기 시작한다.
  으레 '만찬'이라 하면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의 호화음식을 상상하기 마련이다. 산해진미가 가득찬 만찬상과는 다르게 김동현 감독의 영화 <만찬>은 가족이 다 모인 저녁 밥상을 가리키며 가족이 다함께 하하호호하며 즐겁게 식사를 즐기는 것을 '만찬'이라 보여준다. 소소한 소시민에게 만찬이란 '저녁만찬', 즉 가족들이 한 밥상에 모여앉아 마음 풍성하게 따뜻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게 만찬인 것이다. 
   하지만 영화 <만찬>에서는 너무 노골적인 감독의 적나라한 사실묘사가 관객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노부부들의 자식들의 현실이 점점 무너져가는 상황을 감정의 고저없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관객들은 자신들이 마음속에 그리던 가족 판타지가 아닌 스크린 속의 삶의 모습을 보면서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불편한 현실을 마주하면서도 또 다른 삶의 용기를 얻기도 한다. 열심히 노력해서 살면 또 다른 삶이 열릴 것이라는 소소한 희망을 남모르게 품게 될지도 모른다.
   관객들은 영화 속 캐릭터처럼 잘못된 선택을 하지 말고, 정직하게 남들보다 앞서 나가는 노력을 해야한다는 깨달음(?)을 얻을지도 모르겠다. 가족의 '만찬' 장면은 말 그대로 '환상'의 일부일 뿐, 현실은 극장을 나서는 순간 찬바람 맞는 시린 겨울임을 알게 된다.
  그래도 현실의 아픔을 들춰내는 영화일지라도 관객들이 극장에서 이 영화를 만날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해서는 안된다. 언제나 선택은 각 개인의 문제일 뿐, 영화선택의 권리도 관객들에게 있는 법이다. 모쪼록 <만찬>을 마주하고 싶은 관객들이 <만찬>을 찾기 위해 산 넘고 물 건너는 일 없이 많은 극장에서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닿기를 바란다. 영화 <만찬>은 1월 23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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