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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멸렬한 삶 속에서 살고 있는 뱀파이어.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 입력 2013.12.27 19:43
  • 기자명 남궁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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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짐 자무쉬 감독의 새 영화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Only Lovers Left Alive)는 뱀파이어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우리가 익히 보아왔던 초능력을 가진 뱀파이어가 아닌 인간들 속에서 숨어살며 눈에 띄지 않고, 인간세상에 속해 삶을 유지하는 뱀파이어의 삶을 이야기한다.
   미국 디트로이트와 모로코 탕헤르라는 먼 거리에 떨어져 지내는 뱀파이어 커플 아담(톰 히들스턴)과 이브(틸다 스윈튼). 수세기에 걸쳐 사랑을 이어온 이들이지만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으로 활동 중인 아담은 인간 세상에 대한 염증으로 절망에 빠져 있다. 보다 못한 연인 이브는 그를 위로하기 위해 디트로이트행 밤비행기에 몸을 싣고 마침내 두 사람은 재회한다. 그러나 만남의 기쁨도 잠시, 이브의 통제불능 여동생 애바(미아 와시코브스카)의 갑작스런 방문은 모두를 곤경에 빠뜨리는 것도 모자라 숨겨두었던 뱀파이어의 본능을 일깨우기 시작한다.
   영화는 수세기 동안 살아온 두 뱀파이어 연인 아담과 이브의 일상에 주목한다. 너무 오랫동안 살아서 인간사를 잘 알고, 한 명의 인간이 알고 있는 지식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아담과 이브가 어떻게 인간 세상에서 조용히 살고 있으며 뱀파이어인 자신들이 어떻게 피를 조달하는지를 보여준다.
  아담은 이안(안톤 옐친)의 도움을 받아 자신이 필요한 악기와 물건들을 조달하고, 이브는 말로우(존 허트)의 도움을 받아 피를 구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말로우가 셰익스피어와 동시대 인물인 크리스토퍼 말로우로 그 또한 뱀파이어로서 수세기를 살았고, 탕헤르에서는 이브에게 신선한 혈액을 공급해주는 뱀파이어로 아담과 이브의 정신적 지주라는 점이다.
   그리고 독일 낭만파의 대표적인 작곡가 슈베르트, 영국 낭만주의 시인의 대표주자 셸리와 바이런, 역사상 최초의 페미니스트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1960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한 미국 로큰롤의 선구자 에디 코크란 등이 지난 세기 아담, 이브와 교류를 나눈 것으로 언급된다. 
  뮤지션인 아담이 만든 음악과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사운드트랙 역시 특유의 미학을 완성시킨다.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어느 때보다 비중 있고 중요한 영화적 장치로 스타일리시한 미장센을 완성시킨다. ‘SQÜRL’의 연주곡을 비롯해 미국 60-70년대를 풍미한 여성 싱어 ‘완다 잭슨’, 전통적인 아랍음악에 일렉트로닉을 접목시킨 레바논 출신 뮤지션 ‘야스민 함단’, 컨트리록 뮤지션 ‘찰리 페더스’, 미국 블루스 음악의 디바 ‘데니스 라 살’, 록밴드 ‘화이트 스킨’, ‘블랙 라벨 모터사이클 클럽’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구성된 사운드트랙은 디트로이트와 탕헤르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뱀파이어 러브 스토리에 그로테스크하고도 로맨틱한 긴장감을 불어넣는 동시에 몽환적이고도 이국적인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짐 자무쉬 감독은 영화가 아웃사이더들에 관한 이야기라고 밝히며 아담과 이브의 사랑이 인간의 역사와 함께 수세기에 걸쳐 흐르는 와중에 굉장히 아름다운 업적과 비극적이고도 잔혹한 실패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으며 그들은 불멸의 존재이지만 동시에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은유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톰 히들스톤과 틸다 스윈튼이 창백하고 핏기 하나 없는 뱀파이어로 분장해 독특한 이미지의 미학을 완성하고 있는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는 이 두 배우의 출연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다. 수세기를 살아온 두 뱀파이어의 삶에 대한 권태감, 그리고 사랑이 넘치는 영화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는 국내에서 2014년 1월 9일에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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