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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우 권율, '귓속말' 강정일 "이미지 따위 생각지 않았다"

  • 입력 2017.06.04 07:02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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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최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귓속말’에서 강정일 역할을 맡아 이유 있는 악역으로 안방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 권율이 드라마 종영을 기념한 인터뷰에 나섰다.

권율은 tvN ‘싸우자 귀신아’에 이어 이번 ‘귓속말’까지 연달아 악역을 소화했지만 ‘싸우자 귀신아’에서는 악귀여서 악한, 절대악을 연기했고 ‘귓속말’에서는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한, 더불어 복수를 위한 악역으로의 차별화를 보여주는데 성공하면서 시청률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귓속말’은 닐슨코리아 전국기준 20.3%의 높은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귓속말’의 박경수 작가는 ‘태왕사신기’(김종학 연출, 송지나 극본)의 집필로 드라마 작가로 이름을 알린 후 단독 집필한 ‘추적자’로 스타작가로 떠올랐다. 이후 ‘황금의 제국’, ‘펀치’까지 큰 성공을 거두면서 그의 차기작 ‘귓속말’의 캐스팅에는 방송가 안팎의 이목이 쏠렸다. 이보영, 이상윤, 권율, 박세영이 출격한 ‘귓속말’은 전작들에 비해 캐스팅이 다소 약하지 않느냐는 우려를 낳기도 했지만 박경수 작가 특유의 물고물리는 반전 스토리에 힘입어 시청률 고공행진과 함께 우려를 종식했다. 그와 더불어 극의 가장 큰 갈등을 책임진 권율에 대한 재조명이 자연스럽게 뒤따랐다. 그렇게 성공적으로 강정일을 마친 배우 권율의 소회를 들어보자.

먼저, ‘귓속말’을 성공적으로 마친 소감이 어떤가.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고요. 사실 배우들이 시청률 수치에 대해 일희일비하면 뭐, 배우 마음처럼 되는 것도 아니고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래도 제작진부터 감독님들, 배우들한테 다들 수치상으로나마 위안이 되고 행복하실 것 같아요. 모두 고생하셨다고 얘기하고 싶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번 강정일로 권율의 재발견이라는 평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성공적인 결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강정일은 악인이 될 수밖에 없는 인물이었죠. 단막극 ‘너를 노린다’에서도 어떻게 보면 악역이었는데 막강한 재벌3세에 권력과 돈을 이용해서 학생들을 움직이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했었고 이번 악역도 스스로의 가능성을 보고 도전해보면서, 그 훈련이 이번에 잘 통한 게 아닌가. 이번이 보다 시행착오를 덜할 수 있었고 또 감독님께서 마음껏 놀 수 있게 만들어주셨거든요. 어떻게 그 에너지를 뿜어내야 할지, 극의 한 축을 담당해야할지, 그 줄기를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그런 것들을 느끼게 된 것 같아요.”

본래의 선한 인상이 반전의 악역을 하는데 도움이 됐다는 평도 있더라.

“그렇게 칭찬해주시는 분들도 물론 있지만(웃음) 그런 얼굴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더 절박하게 강한 에너지를 가지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이번 드라마는 비주얼적으로 어떻게 나올지, 그런 부분에 전혀 두려움 없이 최대한 어떻게 압도감과 긴장감을 끌고 올 수 있을까, 그런 기운을 다 몰아붙였던 것 같아요. 아마 배우들은 다들 알 거예요. 자신의 얼굴이 어느 쪽이 더 사진이나 화면에 잘 나온다는 걸 알고 있거든요. 저도 왼쪽 얼굴이 더 예쁘게 보인다는 걸 알고 있는데 이번 강정일로는 나 같지 않은 얼굴을 더 보여주고 싶어서 강렬한 분위기가 필요할 때는 일부러 오른쪽 얼굴을 보여주기도 했어요. 헌데 한 번은 너무 그런 것 같아서 다시 찍자고 한 적도 있었고요(웃음). 스스로 콤플렉스라고 생각했던 부분을 모조리 드러내고 낯선 에너지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단점이라고까지는 아니지만 감출 수 있었던 부분까지도 그냥 신경 쓰지 않았어요. 보통 시청자들이 저를 생각하면 앞머리를 내린 모습이 훨씬 익숙하시고 저 스스로도 그런 모습이 보다 익숙했는데 이번엔 앞머리도 올리고 외형적인 부분에서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자 했던 것을 오히려 좋게 봐주셔서 다행이었죠.”

전작 ‘싸우자 귀신아’ 속 악귀 주혜성과의 차별화를 보여주는 데에도 성공했는데.

“악귀는 그냥 악귀니까 무조건 악행을 저지르는 인물이었다면 이번엔 보다 다채로운 인물이었죠. 목표가 있고 빨리 달려가야 되는데 그걸 방해하는, 가로막는 사람들에게 스스로의 방어이자 공격을 했던 거니까요. 물론 실제로 불법을 저지르거나 남에게 물리적인 상해를 가하는 것은 절대 안 될 일이지만 1-16부까지 이끌어가면서 그런 입체적인 역할이 훨씬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된 것 같고, 박경수 작가님께서 처음에 리딩을 끝내고나서 강정일은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인물이고 작품에 그런 인물이 많다. 강정일은 그냥 너의 목표에 해가 되는 것에 가해한 것이지 의도적으로 먼저 누굴 괴롭히려고 탄생된 인물은 아니니 거기에 맞춰 연기해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고요. 저에게는 어떻게 보면, 평탄할 수 있는 삶에서 사랑했던 여자와의 사이에서 사건이 벌이지고 또 태백과 기업, 신영주(이보영 분), 이동준(이상윤 분)이라는 인물이 튀어나오게 되면서, 또 수연과는 아버지의 원수로 틀어지고 하는 것들이 강정일에게 어쩔 수 없는 악행을 만들고 그러면서 성장하게 되고 또 다른 악을 부르게 되기 때문에 그러한 강정일의 진짜 내면을 찾아가려고 많이 노력한 것 같아요.”

혹시 그래도 이해 안 되는 부분도 있던가.

“그건 제가 자신감이 있게 연기를 해야 믿어지는 게 아닌가. 요즘 시청자나 관객들은 한 눈에 딱 알아보시잖아요. 저거 가짜 아냐? 그런 말을 듣지 않으려면, 100이 필요하다면 배우가 2-300은 해야 보시는 분들이 그나마 90은 봐주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300, 400까지 몰아붙이려고 했던 것들이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물론 드라마는 허구이고 드라마틱한 이야기여서 드라마지만 한편 사회의 한 부분을 투영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사람들이 보기에 오죽하면 저렇겠느냐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배우의 책임이자 의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강정일이 이유 있는 악역이 될 수 있었던 기반이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나.

“강정일을 계속 입체적으로 그릴 수 있었던 것은 작가님께서 무궁무진한 이야기의 문을 열어주신 때문이 아닌가. 두 집안이 이후 기 싸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어려서의 환경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강정일의 스토리에도 더욱 힘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전에 그만큼의 시련이 있었고 극중 현재가 그의 인생에 가장 힘든 시기였다는 것. 물론 폭력이 정당화 될 수는 없다, 다만 방법이 잘못되었던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마지막 회에서 강정일은 옥중에서도 뭔가 의지를 불태우더라. 이후 그에겐 또 어떤 일이 있었을까 상상해본다면.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강정일이 갑자기 개과천선해서 재소자들과 같이 족구하고 막 그런 건 오히려 허구가 아닌가(웃음). 극중 4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는데, 나름 생각을 했을 거고 과오를 뉘우쳤을 것이고 하지만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다시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생각하고 뭔가 2막을 준비하고 있겠죠. 그 장면 중에 강정일이 아버지 사진을 쳐다보는데 자세히 보면 그 아래 흰 봉투가 쌓여있어요. 그게 긴 시간을 보내면서 신영주가 됐든 이동주가 됐든 수연이 됐든 누군가에게 쓴 편지들이고 다만 보낼 용기가 나지 않아서 그 자리에 쌓인, 말하자면 부치지 못한 편지죠. 화면에 크게 잡히진 않아서 시청자들은 눈치 채지 못하셨을 수 있는데 촬영 전에 제가 제안했어요. 4년 후의 강정일이라면 그랬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고 그런 디테일에 도움을 받으면서 그 장면을 연기했었죠.”

박경수 작가의 작품은 특유의 시사풍자가 녹아있다. 이번 ‘귓속말’에서도 현 시국과 맞물리는 이야기들이 상당수 포함됐는데 연기하면서는 어땠을까.

“저 역시 평범한, 같은 대한민국의 국민이자 일반적인 상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고요. 사전제작이 아닌 이상 당시의 사회나 시대상을 가장 잘 반영하는 매체가 드라마가 아닌가 생각해요. 그냥 온에어 같은 느낌이기 때문에 비단 우리 작품만이 아니라, 전에는 없었던 ‘썸’이라는 말이 일반화된 것처럼 로맨틱코미디 드라마에서도 세태가 잘 드러나기도 하죠. 작가님도 그렇게 쓰셨지 않을까. 작가님의 글은 사회적인 분위기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이슈가 재료로 쓰이는 것이 아닌가 싶지만 특정한 누구를 저격한다거나 누구를 비판한다기보다는 그냥 당시의 사회를 이야기한다고 생각하고, 연기하는 저로서는 그냥 대본에 집중했어요. 대본에 특정 무엇이 상상되는 일이 있어도 움츠려들거나 두려워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 드라마 '귓속말'로 만난 배우 권율의 인터뷰는 2편으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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