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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하늬, '예인' 장녹수의 성공적 마침표 "행복한 선물과 같아"

  • 입력 2017.05.29 07:19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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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최근 종영한 MBC 월화드라마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에서 연산의 여인 장녹수 역을 맡아 이전과는 또 다른, 예인으로서의 장녹수를 그려 시청자들에게 큰 인상을 남긴 배우 이하늬를 만났다.

이하늬는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악학 석사 출신이다. 제작진에게는 예인으로서의 장녹수를 그리는 데에 어쩌면 더할 나위 없는 캐스팅이었을 터. 이하늬 역시 드라마 방영 전 제작발표회를 통해 이 역할은 스스로에게 그간 꽁꽁 아껴두었던 마지막 카드와도 같다며 보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남다른 각오를 전한 바도 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어느 산기슭 자락에서 윤균상과 함께 소리 한 자락씩을 주고받는 장면에서부터 단체 장구춤과 승무, 가야금 연주 등을 직접 소화해 예인으로서의 장녹수의 매력과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을 십분 살려냈다. 또한 첨예한 대립각을 보였던 옛 정인 길동(윤균상 분)과 세상을 삼키고 싶은 야망으로 택한 연산(김지석 분) 사이에 놓인 미묘한 삼각 갈등, 거기에 여동생 같은 가령(채수빈 분)과는 길동을 사이에 둔 연적으로의 애증 등을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연기적인 면에서도 찬사를 이끌어냈다.

시청률 역시, 동시간대 경쟁작 SBS ‘귓속말’이 월화 왕좌에서 20%에 육박하는 시청률 행진을 이어가고 있을 때 10%대를 꾸준히 유지했고 월메이드 사극이라는 호평 속에 14.4%(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이번 작품을 준비하고 마친 배우 이하늬의 소회를 지금부터 하나씩 들어보자.

먼저, ‘역적’의 장녹수를 무사히 마친 소감은 어떤가.

“정말 너무 감사한 작품이에요.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아마 다른 배우들도 비슷할 거예요. 뭔가 ‘역적 패밀리’처럼 지냈거든요. 6개월 동안 고생하면서도 정말 다 같이 기쁨을 누렸던 여운이 굉장히 크게 남아있네요.”

이번 장녹수 역할은 본인에게 마지막 카드와 같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만족스러운가.

“그랬죠. 저로서는 정말 비장의 카드를 꺼냈는데, 어떤 부분은 굉장히 만족스럽기도 하고 또 어떤 부분은 굉장히 불만족스럽기도 해요. 이번 작품에서 불만족스러운 건 또 조금 아껴뒀다가 또 다른 작품에서 열심히 원동력으로 삼아서 써야 될 것 같고요. 예능(예인)적인 부분들이 스토리에 힘을 실어주기를 바랐는데 작가님께서 정말 잘 써주셔서 너무 감사했고, 그걸 촬영으로 옮겨주신 감독님도 정말 감사했던 게 승무 촬영을 할 때도, 승무는 보통 움직임이 시작되는 그 첫 발을 떼는 게 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인데 스타트 첫 컷을 첫 발로 시작해주시더라고요. 진짜 이게 뭔가, 척하면 척 받아주시니까 정말 행복하게 작업했던 것 같아요. 예능적인 장면들이 있으면 정말 편집을 엄청나게 하셔야되는데, 가뜩이나 촬영도 바쁜 일정이었는데 그 정도 상황에서 그렇게까지 해주신 건 지켜주셨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저에게는 선물 같은 장면이었죠.”

특히 장녹수의 예인의 면모를 보여주는 장면들이 많았는데 촬영에 앞서 기획 제안이나 참여가 있었을까.

“그럼요. 이미 수개월 전부터 그런 미팅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장면들이 가능했던 것 같아요. 처음에 작가님께서, 저에게 뭘 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시면서 시작을 했어요. 이런 장면이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저는 이러저러한 것들을 할 수 있다, 그런 이야기들이 먼저 있었고 이후에 작가님이 이런 큰 신이 있는데 생각해봐 달라, 그런 식이었거든요. 쌍방 간에 그런 의논과 협의가 미리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나. 그건 또 저 뿐만이 아니고 같이 했던 모든 배우들이 해내야 하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음악, 무용만 따로 미팅을 하고 수개월 트레이닝을 하고 들어갔어요. 그랬기 때문에 정말 무리 없이 온에어가 될 수 있었고 일주일에 2회가 나가는 촬영에도 잘 해냈지 않았나 싶습니다.”

촬영 중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은데.

“대본을 받고, 장구춤이 한 번 나온다 싶으면 미술팀, 의상 팀들이 다들 긴장하는 거죠(웃음). 장구도 기존의 장구가 아니라 좀 새로운 걸 보여드리고 싶어서, 제가 유니버스대회 때 사용했던 장구를 이번에 10년 만에 다시 꺼냈거든요. 거기에 자개도 붙이고 칠도 새로 하니까 뿌듯하기도 하고 시간이 많이 흘렀구나, 그런 생각도 들고요(웃음). 어쨌든 한 번 찍으면 계속 회자되기도 하고, 이게 또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기준이 되거나 자료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무엇 하나 허투루 할 수가 없어서 정말 지인들을 총동원해서 도와달라고 붙잡고 매달렸었어요. 우리 배우들만 빼고는 화면에 보인 배우들이 전부 전공자들도 채워져 있었고, 의상이며 소품이며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의 디테일들을 많이 챙겼던 것 같아요. 특히 가령이는 길동에게 불러주는 자장가도 레슨을 하면서 계속 다듬고, 다듬고, 정말 엄청 노력했고, 연산의 처용무 때도 국립국악원에 의뢰해서 탈을 빌려왔는데 그 탈만 수백만 원이 들더라고요. 진짜 사극이 제작비가 엄청 많이 들어가는 구나, 깜짝 놀랐어요(웃음).”

동료 배우들에게는 선생님 역할도 했을 것 같은데 어떤가.

“우리 배우들한테는 제가 선생님이 된 게 아니라 좋은 선생님을 소개해준 게 제일 큰 역할이었죠. 그래놓고 전화해서 ‘연습했어? 몇 번 했어? 너 나중에 큰일 난다?’ 무슨 엄마들 잔소리처럼(웃음) 그랬었어요. 이게 완전히 몸에 체득되지 않으면 가뜩이나 연기를 하면서 해야 되기 때문에 정말 힘들거든요. 전공자인 저도 힘든데 오죽할까. 이번에 하면서 느낀 게 직접 기타를 치면서 노래한다든가, 뭔가 두 가지를 같이 병행하는 것이 정말 고도의 스킬이구나, 그런 걸 느끼겠더라고요.”

최근 김지석은 인터뷰에서 상대 배우들 중 본인과의 호흡이 가장 좋았다고 언급했다는데.

“상대와 호흡이 좋다는 말은 상대가 온전히 그 사람의 감정을 제대로 받아줬을 때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아요. 그의 액션을 충분히 받아주고 나의 액션을 또 상대가 그렇게 받아주면 자연스럽게 좋은 호흡이 되는 게 아닌가 싶은데, 김지석 씨가 연기에서는 충분히 화답하는 배우여서 연기 속에 싹트는 우정이랄까? 그런 합이 정말 좋았어요. 나중에는 연산이 정말 안쓰럽더라고요. 그 광기와 맹렬함을 보면서 정말 마음이 아팠고 나중에 연산을 두고 혼자 끌려가는데 뭔가 자식을 두고 가는 마음까지 들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이게 사랑이라는 거야, 아니라는 거야? 정말 복합적인 감정이 되게 많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극중 가령이와도 단순한 악연이 아닌 애증의 ‘워로맨스’를 보여주기도 했는데.

“내가 너무나 아끼고 사랑했던 가령이와 왜 이렇게 됐을까, 그런 생각이 너무 많이 들더라고요. 마지막에 그 천막에서 대사할 때는 가령이가 ‘공화 언니’라고 부를 때, 대본에는 없는 아주 복잡한 것들이 느껴져서 만약 이하늬였다면 돌아서서 그냥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거예요. 숙영이기 이전에 언니였던 시절이 있으니까. 그러면서 하는 말이 너는 사랑을 택했고 나는 세상을 택했다고 하는 대사가 나오는데, 길동이와 셋이 호시절을 보냈던 그 때가 그냥 저절로 떠오르더라고요. 그런데 또 한편으로 숙영이라면 가령이에게 미안해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미안해도 미안해하지 않고 끝까지, 길동이 앞에서 죽음을 택할 때도 선택은 오로지 내가 한다는.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지만 내가 짊어지고 갈 삶의 무게가 따로 있다는 여자였기 때문에 참 연민이 많이 갔던 것 같아요.”

사극은 아무래도 촬영 전 준비과정의 시간과 노력부터가 현대극과는 크게 다른데, 가장 큰 고충은 무엇이었을까.

“빠듯한 촬영도 힘들었지만, 정말 가채가(웃음). 가채 무게가 한 4-5kg이 되거든요. 과연 이걸 머리에 쓰고 30회를 마무리할 수 있을까. 지금이야 이렇게 얘기하지만, 촬영 때는 가채만 보면 어떡하지?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만 드는 거예요. 가채를 쓰고 있으면 고개를 편히 움직일 수가 없으니까 목이 뻣뻣해지는 건 기본이고, 그 무게가 계속 머리를 누르니까 막 두개골이 조이는 두통이 생기면서 나중에는 정말 요추부터 엉덩이뼈까지 아파서 진통제가 없으면 잠을 잘 수가 없더라고요. 하루는 김진만 감독님이 가채를 몇 시간 쓰고 계시더니 이게 눈이 쌓이는 고통이라고(웃음). 눈이 소복소복 조금씩 쌓이는 것 같아도 나중에는 그 무게가 엄청나잖아요. 가만가만 버티다 우지끈 부러지는, 그런 느낌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가채를 쓰면서 또 다른 감사함을 느낀 게, 그래도 나는 5월까지만 쓰면 되는데 조선시대에서는 평생을 써야 했던 거니까. 실제 당시에 가채 때문에 목이 부러져 죽은 여인들이 있다는 얘기도 있고, 가채가 집 한 채 값이라는 말도 있고, 정말 당시에 살았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싶어요.”

그렇게나 고생한 사극인데, ‘빛나거나 미치거나’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이기도 했다. 다음에도 또 다른 사극이 들어온다면 할 의향이 있나.

“그랬죠(웃음). ‘빛나거나 미치거나’에서도 가채를 썼는데 그때는 또 황후의 가채였죠. 근데 사극이 정말 매력이 있어요. 목숨을 건 충성, 의리, 정, 그런 것들이 어떻게 보면 가장 한국적인, 깊은 정서인데 시대가 변화하면서 점차 옅어지는 것도 있고 해서 아마 지금도 시청자들이 사극을 즐겨보시는 건가 싶기도 하고요. 어쨌든 다음 사극은 가채의 크기와 무게에 따라 고려해보는 걸로(폭소). 망각은 신의 배려라더니, 이번에도 사실 촬영 첫날에 가채를 딱 쓰고 나니까 이거 또 어떡하지, 6개월을 어떡하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웃음).”

※ 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으로 만난 배우 이하늬의 인터뷰는 2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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