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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채수빈, '역적' 송가령은 연기자로 새로운 경험 "정말 신기했어요"

  • 입력 2017.05.23 11:48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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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최근 종영한 MBC 월화미니시리즈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이하 ’역적‘)’에서 송가령 역으로 안방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배우 채수빈을 만났다.

채수빈은 2015년 KBS 주말드라마 ‘스파이’에서 극 초반 북한 첩보원으로 등장해 짧은 분량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채수빈이라는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KBS 미리시리즈 ‘발칙하게 고고’에서는 엄밀히 이원근, 정은지 주연이었지만 만년 전교 2등 권수아로 분해 극의 갈등을 책임졌고 KBS 주말극 ‘파랑새의 집’에서는 한은수 역으로 긍정의 아이콘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그렇게 1년 사이 주연급 배우로 올라선 채수빈은 KBS 미니시리즈 ‘구르미 그린 달빛’의 큰 성공에 이어 MBC ‘역적’까지 3연타석 홈런을 만들어낸다. 그 사이 2014년부터 수편의 단, 장편 영화를 거쳤고 배우 조재현과 함께한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 ‘블랙버드’ 등에 출연하면서 활동영역을 넓히기도 했다.

특히 최근 두 번의 사극은 채수빈을 본격 주연배우로 올려놓았다. ‘구르미’의 조하연으로는 동양적인 마스크에 아름다운 한복맵시를 자랑하면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화면 장악력을 보여주었고, 이번 ‘역적’의 송가령으로는 사랑스러운 수다쟁이이자 홍길동(윤균상 분)바라기로 연기 호평까지 두루 챙겼다.

첫 주연에 첫 로맨스가 성공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면서 그 여세는 KBS 새 금토드라마 ‘최강 배달꾼’에서 고경표와 나란히 주연으로 만나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KBS와 유독 인연이 많아 ‘KBS의 딸’이라는 애칭이 있을 정도다. 잘 자란 KBS의 딸이 옆집의 가세를 일으키더니 의기양양 금의환향하는 모양새다.

채수빈은 질문에 대한 대답이 다른 인터뷰이들에 비하면 단답형에 가까워서 인터뷰 내내 명쾌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거르거나 솎아낼 것이 많지 않아 인터뷰 사이사이 사담과 잡담이 경계 없이 오갔다. 마냥 순하고 착한 미소로 상대를 홀리지만(?) 한 움큼 단단히 틀어쥔 속내를 눈치 채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지난 17일, 강남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진행된 배우 채수빈의 인터뷰, 영상 인터뷰와 함께 하나씩 풀어보자.

먼저, 드라마 ‘역적’을 마친 소감은 어떤가.

“일단 너무 감사했고요. 이 여운이 되게 오래 남을 것 같아요. 30부작이라 길다고 했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되게 금방 갔어요. 감독님도 그렇고 같이 한 배우 분들이 다들 너무 잘해주셨거든요. 그래서 현장이 굉장히 즐거웠고 전부 합이 정말 잘 맞아서 되게 빨리 지나간 거 같아요. 되게 좋은 경험들을 많이 하고 사랑도 많이 받고 해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30부작 촬영이었는데 현장 여건이 힘들진 않았나. 드라마 현장은 후반 쪽대본이 난무하기도 하는데.

“저희는 주 5일처럼 촬영했어요. 생방 같이 촬영되기는 했는데 쪽대본은 없었고요, 대본이 나올 때마다 모여서 리딩도 따로 했고요. 일단 밤샘 촬영이 없었고 월요일은 꼭 쉬게 해주셨어요. 근데 균상 오빠는 워낙 분량이 많다보니까 진짜 바쁘게 찍었죠. 오빠는 액션도 많아서 진짜 많이 다치기도 했고, 저는 그런 고생은 안 해서 덜 힘들었고요.”

인질로 나무에 매달려 절규하던 신이 강렬한 인상을 주기도 했다. 눈을 가리고 손이 묶여 매달려 있었는데 촬영 중에 무섭거나 하진 않던가.

“제가 원래 높은 곳을 무서워하진 않는데, 가뜩이나 눈을 가리고 있으니까 처절함이 더 나왔던 것 같아요. 불편해서 카메라가 꺼지면 자꾸 올리긴 했는데(웃음) 앞이 안 보였기 때문에 길동의 목소리가 더 애틋하게 들리고 보시는 분들도 더 그렇게 보셨던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되게 신기한 게, 그 장면이 처음에 1회에 나가고 마지막 회는 최근에 재촬영을 했는데 1부 장면을 찍을 당시에는 뒤의 상황을 전혀 모르니까 다 상상 속에서 감정을 끌어올려서 표현하려고 노력했고요. 이번 재촬영에서는 이미 그동안의 감정이 쌓여있다 보니까 딱히 노력을 하지 않아도 감정이 바로 올라오더라고요. 그 느낌이 너무나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첫 촬영 때는 겨울 산속이라 정말 너무 추웠거든요. 아무리 얼굴을 녹여도 한 두 마디만 하면 바로 입이 얼어서 ‘다시는 안 봅니다’ 그 한 마디인데 대사가 안 나오더라고요(웃음). 그 때 기억이 많이 남아요.”

송가령은 어찌 보면 조선시대의 신여성에 가까운데, 실제 본인과는 얼마나 닮았을까.

“가령이의 실제 말투나 모습에서는 제 모습이 많이 있는 거 같은데, 가령이의 용기 있고 대담하고 터프한 면들, 자신의 감정에 굉장히 솔직한 면들은 저와는 좀 다른 것 같아요. 저는 겁도 많고 걱정도 많고, 어떤 면에서는 내가 우선인 이기적인 면이 있는데 가령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굉장히 헌신적이잖아요. 그런 면에서는 가령이가 엄청 멋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송가령을 연기하면서 중점을 두었던 부분이라면.

“이번에 되게 신기했던 경험이, 처음에 이 캐릭터는 과거에 어떻게 살아왔고 가족은 어떤지, 그런 것들을 감독님께 물었는데 감독님께서 그런 건 다 몰라도 된다고, 그냥 그 때 그 때 현장에 몰입하면 된다고, 네가 느끼고 표현하는 게 곧 가령이니까 그냥 와서 느끼고 즐기면 된다고 말씀을 해주셔서, 이번엔 그냥 내려놓는 연습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랬더니 어느 순간 정말, 나는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가령이의 감정이 느껴지고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것을 느꼈는데 연기하면서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고 경험이어서 굉장히 신기했어요. 그런 부분을 정말 감독님께서 잘 이끌어주신 것 같아요.”

윤균상과의 키스신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촬영하면서는 어땠나.

“드라마에서는 키스신을 처음 해본 거여서 처음에는 촬영이 잘 돼야 되는데 걱정도 되고 뭔가 어색하기도 했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까 진짜 아무렇지 않더라고요(웃음). 이게, 윤균상과 채수빈이 만나는 게 아니라 길동이와 가령이가 만나는 거니까, 그냥 자연스럽게 되더라고요.”

극중 이하늬와는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워로맨스가 동시에 있어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되기도 했다. 현장에서의 이하늬는 어떤 사람이던가.

“언니는 현장에서는 굉장히 유쾌한 사람이에요(웃음). 배우로 처음 봤을 때는 되게 멋있고 도시적인 느낌이었는데 정말 친구처럼 너무 잘 대해주시니까 현장에 있는 게 너무나 즐겁고 행복했어요. 쉴 때는 같이 농담하고 장난치다가 촬영이 시작되면 대립하다가, 컷하면 또 농담하다가, 그런 게 너무 재밌고 감사하더라고요. 그리고 언니가 촬영 중에는 뭔가 확 쏟아주는 에너지가 있어서 같이 연기하면서도 굉장히 좋았고, 또 둘이는 증오만 하는 게 아니라 애증이기 때문에 서로 안타깝기도 했거든요. 둘이 다른 삶을 택했기 때문에 대립할 수밖에 없었던 부분이 있었는데 녹수 언니와 천막에서 마지막에 만났던 게 너무 기억에 남아요. 그 때 진짜 녹수 언니의 마음이 너무 잘 느껴져서 저도 덩달아 울컥했는데 그래서 연기하면서도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평소에도 그냥 녹수 언니라고 불렀고요(웃음).”

마지막 회가 14%를 넘기면서 유종의 미를 거뒀지만 30부 사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아무래도 성적을 의식할 수밖에 없을 텐데.

“저는 그동안에도 시청률로 영향을 받지는 않은 것 같아요. 역할이나 작품이 흔들리지 않으면 그런 시청률에 좌지우지되지는 않더라고요. ‘발칙하게 고고’도 3-4%대였으니까 시청률은 낮았지만 스스로는 굉장히 좋았던 작품이거든요. 드라마의 메시지도 좋았고요. 당시에 그런 말씀들도 많았고 특히 해외에서 많이 좋아해주셔서 깜짝 놀랐어요. 그래서 저는 시청률을 크게 신경 쓰지는 않게 되더라고요.”

‘홍길동’이라 하면 율도국을 떠올리기 십상인데 그와는 또 전혀 다른, 일말의 아쉬움이 없는 엔딩이어서 시청자들에게 더욱 큰 여운을 준 것 같다. 그런 엔딩이 될 것을 예상했을까.

“사실 엔딩이 나오기까지 우리 배우들도 굉장히 궁금했어요. 29부까지도 해피엔딩이겠지, 그 정도만 생각했지 정확히 어떻게 끝날지 모르겠더라고요. 헌데 이렇게 꽉 닫힌 해피엔딩으로 끝이 나서 정말 좋았어요. 그리고 우리 작품은 인물들에 대한 재해석이 많았는데, 연산이나 장녹수, 홍길동까지 보통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강한 색깔의 인물들이었는데 그런 인물들을 각색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새롭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이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채수빈의 재발견이라는 평도 있더라. 기분이 어땠을까.

“많은 분들이 새롭게 봐주신 거 같아서 굉장히 감사했어요. 좋은 기회였고 좋은 경험이 된 것 같아요. 후반에는 진짜 가령이가 된 것 같아서 그건 정말 뿌듯하고 감사한 생각도 들고요. 그리고 같이 울고 웃었다는 댓글이 정말 감사하더라고요. 본인이 가령이가 된 것처럼, 길동이가 된 것처럼 함께 감정을 공유한다는 것이 배우로서는 가장 큰 칭찬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미 차기작(KBS 새 금토 ‘최강 배달꾼’)을 확정했다. 다음 작품에서도 그런 평을 이어갈 수 있을까.

“노력을 해봐야죠(웃음). 그동안 작품을 지나고 역할들을 거치면서 그만큼 성장을 했을 거라고 믿고, 다음 작품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믿고, 더 노력해보려고요. 근데 아무래도 아직 걱정이 되기는 해요(웃음).”

배우 고경표를 새 파트너로 만나게 됐는데.

“고경표 선배님은 학교 선배로, 또 되게 좋아했던 배우에요. 그리고 주위에서 선배님이 되게 유쾌하고 재밌고 착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굉장히 기대되고요. 전에는 선후배로 만나서 좀 어색했는데(웃음), 이번엔 편하게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저도 많이 기대됩니다.”

※ 드라마 ‘역적’으로 만난 배우 채수빈의 인터뷰는 2편으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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