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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현장] 연극 '킬미나우', 불편해도 외면하지 말아야 할 (종합)

  • 입력 2017.05.05 06:39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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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지난 해 초연의 흥행 돌풍에 힘입어 1년 만에 돌아온 연극 ‘킬 미 나우(Kill Me Now/제작=연극열전)’가 4일 오후,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프레스콜을 열고 본격 관객맞이에 나섰다.

이날 행사에는 오경택 연출, 지이선 각색을 비롯한 이석준, 신성민, 신은정, 이진희, 문성일, 이승준, 윤나무, 이지현, 정윤선, 오정택 등 전 출연진이 참석해 작품 하이라이트 시연에 이어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면서 재연으로 돌아온 이번 ‘킬 미 나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연극 ‘킬 미 나우’는 선천적인 지체장애로 평생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왔지만 아버지로부터 독립을 꿈꾸는 17세 소년 ‘조이’와 작가로서의 자신의 삶을 포기한 채 홀로 아들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온 아버지 ‘제이크’의 삶을 그린다. 작품은 장애와 안락사 등 민감함 이슈에 과감하게 접근하면서도 개인의 삶과 가족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향해 강력한 질문을 던진다. 특히 이번 재연에는 초연의 흥행을 이끈 이석준, 윤나무, 이지현, 이진희, 문성일이 재차 함께하고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맹활약하고 있는 이승준, 신은정과 뮤지컬에 이어 연극으로 활동 폭을 넓힌 신성민, 연극계 연기파 배우 정운선, 오정택이 합류해 더욱 탄탄한 라인업을 구축했다.

초연에 이어진 이번 재연에서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오경택 연출은 “초연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다만 이번엔 모든 배역이 더블로 구성되어 있어서 배우들의 조합에 따라 좀 더 다양한 ‘킬 미 나우’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다. 배우들 간 호흡이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고 지이선 작가는 “작년에 너무 힘들고 어려워서 만드는데 급급한 부분들이 분명 있었다. 이번엔 좀 더 섬세하게, 자칫 한 끗 차이로 관객들의 감정이 멀어질 수 있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배우들과 같이 얘기한 것이 감정적인 부분보다는 정서적인 톤을 구체적으로 만들어보자고 했다.”며 “올해 ‘프라이드’와 ‘킬미나우’를 둘 다 올리면서, 둘 다 약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늘 고민하는 것이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그 분들에게 혹시라도 모욕적인 부분이 있지 않을까, 상처가 있진 않을까 하는 부분을 항상 우려하고 걱정된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굉장히 불편할 수 있지만 정면승부 하는 것으로, 오히려 불편한 모습을 강화하는 것으로 관객들이 끝까지 그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했다. 몸과 마음의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가족으로 만나 치유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이 아닌가 생각한다. 누구나 약자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건 자신이 약자가 될 때를 생각하면서 조금 더 나은 위치에 있다고 느낄 때 약자를 배려하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초연에 이어 재연까지 작품의 각색을 맡은 방향과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이석준과 이승준은 ‘조이’의 아버지 ‘제이크’로 분한다. 선천적 장애를 가진 아들을 돌보느냐 자신의 꿈에 소홀한 상황에 병까지 얻게 되면서 가족들 간 힘겨운 싸움이 시작된다. 이에 이석준은 “장애인 아들을 두고 있는 아버지, 가족의 이야기라는 생각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한번은 커튼콜을 마치고 정말 크게 우시는 관객의 소리를 들었을 때, 혹시 그분의 상처를 건드린 게 아닌지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오히려 그 울음은 그 분의 치유의 시작이 되었을 것이라는 또 다른 관객의 말씀에 정말 큰 힘을 받았고 안심하게 됐다.”며 배우와 관객과의 관계를 알게 된 순간이라고 말하기도.

이승준은 ‘제이크’ 역할로 첫 합류했다. “대본을 받았는데 이 제이크는 왜 살아가는 걸까, 제이크를 살게 하는 힘은 뭘까, 그런 것을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에 하게 됐다. 헌데 지금도 잘 모르겠다. 이 작품은 희망이나 가족 간의 위로를 말하는 것도 아닌 것 같더라. 해서 이 참담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되나 하는 생각도 했다. 무작정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불편한 연극 ‘킬 미 나우’에 뛰어든 계기를 밝혔다.

신성민은 이번 재연으로 지체장애우 ‘조이’를 처음 만나게 됐다. 어떤 계기로 출연을 결정하게 되었을까. “초연을 정말 재밌게 봤고 이번이 도전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배우로서의 욕심도 있었다. 헌데 생각보다 더 많이 힘들더라. 신체적인 연기와 정서적인 연기가 같이 가야하는데 해보지 않은 역할이다 보니까 좀 부대끼기도 했는데, 연출님 작가님을 포함해서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고 나중에는 오히려 신체적인 부분이 감정에 더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더라. 만들면서 참 아프게 만들었던 것 같다. 참여하게 된 이유라면, 초연을 재밌게도 보기도 했고 주변에서 추천도 있었고, 또 나에게 좋은 에너지가 될 것이라는 조언도 있었다. 또 개인적으로는 평소에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던 것이 이번 작품에 출연하게 된 이유가 됐다.”고 밝혔다.

윤나무는 ‘조이’ 역할로 초연에 이어 재연에 합류했다. 특히 윤나무는 이날 지이선 작가와 각별한 유대를 전하기도 했는데, 두 사람의 인연은 데뷔 초기부터였다고. “2011년에 ‘삼등병’이란 작품으로 데뷔했는데 데뷔할 때부터 작가님과 인연이 있었고 항상 지켜봐주시고 있는 것이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이제는 술친구다. 작품 얘기도 많이 하지만 작품 얘기보다 요즘 무슨 생각으로 살고 있나, 인생에 관해 이야기하는 술친구가 됐다.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분”이라고.

여기에 지이선 작가는 “윤나무 씨가 굉장히 어렸을 때 김태훈이라는 본명으로 시작할 때부터 봤다. 개인적으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게, ‘삼등병’ 때 공연을 보고 연출에게 전화번호를 바로 달라고 했다. 그때부터 인연이 돼서 지금까지 오게 됐는데 친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가장 무서운 파트너다. 인생의 운을 한꺼번에 다 썼다고 할 정도로 이번에 재연이 슈퍼 캐스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윤나무 씨는 혹시 대본에 오타가 있으면 그게 대사인 줄 알고 외우더라. 그래서 정신 바짝 차리고 열심히 해야 한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으로 함께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조이’의 친구 ‘라우디’는 태아 알코올 증후군 증상을 겪으며 보소시설에서 성장한 인물로, ‘조이’와 함께 독립을 꿈꾼다. 그런 ‘라우디’에는 문성일과 오정택이 분한다. 초연에 이어 재연에 함께하고 있는 문성일은 “실제 태아 알코올 증후군을 가진 분의 SNS에 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참고했다. 실제로는 장애가 있는 친구인가 싶을 정도로 겉으로 보기엔 정상적인데 감정에 대한 컨트롤이 잘 안돼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직설적이고 솔직하게 말하는 부분에 중점을 뒀다. 정상적인 겉모습과 그렇지만 정상은 아닌, 그 선을 찾기가 쉽지 않지만 최대한 이 아이가 가지고 있는 핸디캡을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이 가족 안에서, 또 작품 안에서도 활력소 같은 역할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정택은 “‘조이’와는 정반대의 아이로 보이고 싶었다. 이 가족을 겪으면서 ‘라우디’ 역시 변화되는 걸 보여주고 싶었고, 특히 ‘제이크’ 님이 돌아가실 때, 저 딴 놈한테 이 집을 맡겨도 되나, 보시는 관객들이 그런 생각이 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제이크’의 연인 ‘로빈’ 역에는 이지현과 신은정이 분한다. 이지현과 신은정은 특히 이번 작품을 통해 비장애인의 편견에 관해 생각해보게 된 장면을 설명했다. 먼저 이지현은 “극중에서 조이를 처음 만났을 때 되게 입모양부터 크게 하면서 또박또박 얘기하려고 하는데 그것이 사실 일반인들의 편견이 아닌가 싶었다. 조이는 몸을 쓰지 못할 뿐 상대의 말을 못 알아듣는 것이 아닌데. 그 사람의 본질을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런 순간이 빛날 수 있도록 그 장면을 그렇게 만들었고 연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재연으로 ‘로빈’을 처음 만난 신은정은 “조이를 처음 만났을 때의 두려움이나, 조이를 한 번 두 번 만나면서 차츰 가까워지는 차이를 잘 표현하고 싶었는데 짧은 장면 안에서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 될까 싶었다. 헌데 공연을 하면 할수록 다행히 작품 속 대사들이나 장면에서 잘 표현이 되는 것 같다. 낯섦과 가까워짐을 공연을 하면서 느끼고 있는데 이후 여러 교감을 통해 엄마 없는 조이에게 엄마를 느끼게 할 수 있는 로빈이고 싶었다. 그걸 표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트와일라’는 ‘조이’의 고모이자 ‘제이크’의 여동생이다. ‘조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도와주는 등 가족으로서의 책임을 함께하는 인물이다. 여기엔 이진희와 정운선이 열연한다. 이진희는 “감정적으로는 굉장히 힘든 작품이지만 오히려 힘들지 않고 굉장히 행복하고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스스로 얻는 게 많고 위안을 받고 치료를 받는 것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밝혔고 정운선은 “실제 트와일라와 같은 입장의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해서 내가 이 역할을 잘 살아보면 어떨까 싶어서 출연하게 됐고 또 이 인물을 만나서 많이 배우고 있다. 다른 것들을 느끼고 배우고 포용하는 것이 이건 느낌이구나 하는 것을 배워가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연극 ‘킬 미 나우’는 서울 중구에 위치한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오는 7월 16일까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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