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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루한 인생에서 사랑을 지키고 싶은 남자. 영화 <창수>

  • 입력 2013.11.22 01:16
  • 기자명 남궁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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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창수>는 비겁한 삼류인생을 사는 비겁한 남자의 사랑이야기이다. 내일이 없는 징역살이 대행업자 창수(임창정)는 내일을 살고 싶은 여자 미연(손은서)을 만난 순간,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결심을 한다. 남들처럼 가정을 꾸려서 오손도손 사랑을 하며 살아가는 꿈을 꾼다. 하지만 미연과의 만남과 함께 했던 며칠이라는 기간이 창수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인생의 나침반을 돌려놓는다. 폭력조직 지성파의 2인자 도석(안내상)이 미연을 찾아내 그녀를 살해하고 창수마저 위협한다. 그리고 창수의 거칠 것 없는 인생은 비굴해지기 시작한다. 
   영화가 시작되면 건들거리며 교도소 복도를 유쾌하게 걷는 창수가 등장한다. 그는 비루하게 남의 징역을 대신 살아주면서도 절대 굽힘이 없이 떳떳하게 동네를 활보한다. 심지어 그는 자신이 징역을 사는 일에 대해서 자부심을 갖고 있기도 하다. 잔뜩 겉멋이 들어 걸음걸이도 길바닥을 휘저으면서 다니고, 담배를 입에 물어도 조바심은 숨길 수 없는지 채 한모금을 피우기도 전에 담배를 바닥에 내던진다.
  하지만 그가 매번 남의 담배를 빌려서 입에 물 때, 남의 담뱃갑을 마치 자신의 것이었던 것처럼 자신의 주머니로 넣을 때 창수의 인생이 비루하다는 사실을 모든 사람은 다 안다. 의형제처럼 지내며 그의 곁을 머무는 상태(정성화)는 창수가 대단한 형님인것처럼 창수를 떠받들어주지만 자신과 창수 둘 다 벗어날 수 없는 밑바닥을 살고 있음을 알고 있다.   첫눈에 반한 여인을 위해 새로운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도 창수는 살아왔던 인생의 습관을 버리지 못한다. 통도 크게 비싼 반지를 사고, 그 반지의 포장이 대단한 물건인 것 마냥 과시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수는 사랑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 삼류인생에도 희노애락이 있고, 사랑도 할 수 있다. 밑바닥 돌부리처럼 걸리는 인생일지언정 삼류 나름대로의 삶의 방식이 있다. 여자는 지켜줘야 하고, 사랑을 하면 그 사랑을 위해 목숨도 아깝지 않다는 삶의 방식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창수는 슬픈 목숨을 내 놓는다.
  첫사랑 여인을 위해 슬픈 목숨을 맡기는 창수는 죽을 각오를 하고 사랑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비겁하게 바닥을 기며 살아가더라도 비굴하지 않게 지켜야만 하는 사람을 위해 창수는 온몸의 털끝 하나까지 바르작거리며 발버둥을 친다. 오로지 자신이 느끼는 사랑을 위해서.    밑바닥 인생의 깊은 페이소스를 진지하게 보여주는 임창정은 마치 창수라는 캐릭터를 위해 기다린 것 마냥 비굴하고 비루한 삼류인생을 연기한다. 도석을 연기한 안내상은 피도 눈물도 없이 잔인한 조직의 2인자 역할을, 상태를 연기한 정성화는 창수의 비굴한 인생이 빛날 수 있도록 맡은 캐릭터를 잘 살린다.
  영화 <파이란><두사부일체>의 조감독으로 참여했던 이덕희 감독은 남자들의 뒷세계와 우정, 의리 그리고 사랑을 영화 <창수>를 통해 그려낸다. 슬프도록 모질게 사랑을 바라보는 남자 창수의 사랑이야기를 보여주는 영화 <창수>는 11월 28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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