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today인터뷰①] 진화하는 김재욱, 더이상 ‘꽃미남’ 수식어는 없다

  • 입력 2017.03.28 08:51
  • 기자명 홍미경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예투데이뉴스=홍미경 기자] 희디흰 목련이 그 자태를 선보이려던 찰나, 느닷없는 돌풍과 빗줄기로 인해 봄이 오다 멈춘 날. 꽃샘추위라지만 음산하고 스산한 기운이 감돌던 3월의 어느 날. 배우 김재욱을 만나러 길을 나섰다.

인터뷰 장소로 가기 위해 들어선 강남의 어느 골목길. 한낮이었지만 짙게 드리운 먹구름과 미세먼지로 인해 더욱 음산한 기운이 느껴지며, 등 뒤에서 모태구가 예의 그 미소를 띠며 나타날 것만 같았다.

최근 종영한 OCN ‘보이스’(연출 김홍선, 극본 마진원)에서 사이코패스 살인마 모태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김재욱을 만나러 가는 길은 그러했다. 숱하게 인터뷰를 했지만 뭔가 남다른 느낌적 느낌이랄까.

그러나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극중 모태구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었다. 예의 꽃미소로 단숨에 기자들을 빠져들게 만들며 15년 차 배우의 내공을 실감케했다.

‘보이스’는 이제껏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수위 높은 잔인한 장면들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그만큼 현실적인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며 새로운 수사물 장르를 탄생시켰다. 무엇보다 잔인한 수사물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 장르물 드라마의 새역사를 썼다는 평이다.

그리고 드라마 성공의 가장 중심에는 소름 끼치도록 잔인한 사이코 패스 모태구를 완벽하게 만들어낸 김재욱이 자리한다. 비릿한 웃음과 함께 감정이 없는 것 같은 소름 돋는 사이코패스 연기는 감탄에 감탄을 자아냈다.

그는 MBC ‘커피 프린스 1호점’ 등을 통해 꽃미남 이미지가 강하게 각인돼 있었기에 이번 변신에 ‘인생 캐릭터 갱신’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섹시한 사이코 패스를 완성했다는 평가에 대해 그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했다.

김재욱은 “감사하다”면서 “섹시함을 의도하려고 했던 건 아니다. 설정이 그랬던 것 같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욕조 샤워 장면도 그중 하나였다. 모태구라는 인물은 굉장히 우아하고 고상한 상류층 사람이다. 그런 부류가 가진 고급스러운 느낌을 표현하고자 노력하기도 했고, 등장하는 장면에서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내기 위해 연기를 낮게 깔기도 했는데 그런 설정들이 섹시하게 보이게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보이스’에서 김재욱은 사건의 키를 쥔 인물이었지만 중간부터 등장, 극의 후반부를 이끌었다. 이에 대해 “부담감은 없었다”고 말한 그는 “태구가 얼굴을 드러내기 전까지, 배경이 되는 성운시라는 극중 세계가 너무 흥미롭게 만들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빨리 합류하고 싶었다”면서 “제가 출연하는 작품이면서도, 시청자의 입장을 느낄 수 있었다. 굉장히 짜릿한 기분이었다”라고 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절대 악인이자 사이코 패스 역할을 제안받고 수락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았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아니다”였다.

김재욱은 “캐스팅 제안받았을 때는 대사도 없었다”라면서 “악인이었지만 복합적인 인물이었다”라고 모태구 캐릭터와의 첫인상을 전했다.

이어 “보통 배우들은 일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닐 때, 앵글 안에서 혹은 작품 안에서 ‘어떻게 풀어 내야 하는가’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한다”면서 “모태구라는 인물을 어디까지 풀 수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다”라고 답했다.

이제까지 수많은 사이코패스가 드라마에 등장했지만 김재욱의 모태구는 급이 달랐다. 이에 대해 그는 “이번 현장은 김 감독님이 저를 전적으로 믿어줬다. 제가 생각하는 태구를 마음껏 놀게 해줬다”라면서 “호흡 잘 맞았다. 그런 서로의 신뢰가 남다른 모태구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태구에게 신뢰를 주는 느낌을 받았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행운이다”라고 제작진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김재욱이 꼽는 가장 잔인한 장면은 뭘까. 그는 “먼저 연기하면서 감정적으로 흔들린 부분은 고동철을 죽일 때였다. 그 장면을 찍을 때는 호흡도 가빠지고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다음부터는 매번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모태구는 드라마 사상 가장 잔혹한 인물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높은 지지와 많은 사랑을 받은 캐릭터였다. 이에 대해 김재욱은 “극 초반 인물 완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분명한 철학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면서 “영화 ‘다크 나이트’의 조커 같은 인물이 제가 생각했던 캐릭터다. 그렇게 철학을 지닌 인물이기에 단순한 악인과 달라 사랑받은 것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그 어느 작품보다 사랑받았지만 극 중반까지는 출연 소식을 알리 수 없어서 답답했다. 김재욱은 “범인에 대해서는 촬영장에서도 비밀에 붙여졌다. 비밀을 나만 아는 짜릿함 속에 지냈다”면서 “내가 출연하는 드라마인데 어디 가서 말하지 못하는 답답함은 둘째였다. 드라마 제작발표회조차도 언론 기사를 통해 보게 되면서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경험이었다”고 털어놨다. (today 인터뷰 ②로 이어집니다)

저작권자 © 연예투데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