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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지경 세상의 추악한 치부를 건드린다. <사이비>

  • 입력 2013.11.06 01:49
  • 기자명 남궁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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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음'에 관련한 문제는 인간이 세상에 존재하면서부터 시작되고, '믿음'에서 출발한 종교 또한 정답이 없이 끊임없이 논의되는 화두이기도 하다. 애니메이션 <사이비>는 수몰예정지역인 마을을 배경으로 기적을 빙자해 사람들을 현혹하는 목사와 그의 정체를 유일하게 알고 있는 술주정뱅이 폭군,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충돌을 통해 ‘당신이 믿는 것은 진짜’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본격 사회 고발 애니메이션이다. 특히 이 작품이 주목 받고 있는 것은 <돼지의 왕>과 마찬가지로 애니메이션에서 쉽사리 다루지 않았던 소재와 주제에 접근하기 위한 강렬한 그림체의 선택, 여기에 스릴러적인 사건의 전개를 통해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유연한 변주에 있다.    <사이비>라는 제목처럼 영화는 누구나 착한 사람이라고 믿는 목사 철우(오정세)의 거짓과 누구나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한 남자 민철(양익준)의 진실이 만들어내는 극명한 대비의 드라마와 날선 비판을 통해 종교와 인간 관계 속에 그려지는 선과 악의 경계를 도발적으로 그린다. 거짓을 말하는 선한 자와 진실을 말하는 악한 자를 등장시켜 인간의 양면성을 꼬집고, 기형적으로 변해버린 잘못된 믿음이 가져오는 비극적인 결말을 통해 선한 자와 악한 자를 구분 짓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극대화해 보여준다. 특히 이러한 묵직한 주제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장로와 목사, 술주정뱅이 세 사람이 몰고 올 예정된 파국을 향해 돌진하는 스릴 넘치는 전개가 애니메이션이라고 믿을 수 없는 긴박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이에 긴장감 넘치는 서스펜스가 빚어내는 전율을 만들어내는데 있다.   영화 <사이비>의 연출을 맡은 연상호 감독은 전작 <돼지의 왕>을 통해 인간의 양면성을 꼬집는 리얼하고 실감나는 스토리와 강한 주제의식이 돋보이는 뚝심 있는 연출을 선보이며 등장과 함께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올해 가장 뜨거운 문제작 <사이비>도 리얼하고 실감나는 스토리가 있는 수작으로 사실적인 그림체와 강렬한 비주얼, 거침없는 스토리 전개로 개성 있는 작품 세계를 선보인다.
  마을에서도 내쳐진 폭군으로 유일하게 장로의 정체를 알고 있는 술주정뱅이 김민철은 폭력적이고 모두가 증오하는 대상의 인물이다. <피와 뼈>의 기타노 다케시 같은 캐릭터를 그리고 싶었던 감독은 거대한 벽처럼 소통이 안 되는 인물에 감정이 풍부한 인물을 더하고 싶어 양익준을 캐스팅하게 되었다.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이야기를 많이 나누어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던 그는 한층 더 깊어진 감정연기와 폭발적인 열연으로 관객들을 매혹시킨다.   장로의 꼬임에 넘어가 사람들에게 믿음을 전파하는 진실한 목사 성철우는 서글서글한 느낌이 드는 동시에 뭔가 베일에 싸인 듯 선과 악을 알 수 없는 의문의 인물로 <돼지의 왕>과 <사랑은 단백질>에서 호흡을 맞췄던 오정세가 열연했다. 후반부에 모든 감정을 폭발시키기 위해 초반부에 농밀한 감정의 축적을 보이는 적역의 연기를 펼친다.
  마을 사람들의 보상금을 노리는 사기꾼 장로 최경석은 영화 내내 사건을 이끌어가는 중요 인물로 배우 권해효가 맡았다. 선한 듯 인간적이면서도 어딘가 비밀을 감춘 듯한 이중적인 매력 덕분에 캐스팅 된 그는 영화와 드라마 등 실사 연기에서도 드라마에 힘을 더하는 탁월한 연기자답게 녹음 첫 날부터 캐릭터와 혼연일체의 모습을 보이며 <사이비>에서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줬다.    김민철의 딸이자 맹목적인 믿음의 희생양, 김영선은 적극적으로 자기 인생을 바꾸려고 노력을 하지만 끝내 불우한 삶을 보내는 비극적인 인물로 개성파 배우 박희본의 혼신을 다한 연기가 비극적인 삶을 지낸 김영선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해내며 씁쓸한 사회 현실의 단면을 보여준다.
  속칭 '짜가'와 '짝퉁'이 판을 치는 요지경 세상에는 선하고 순한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이런 선한 사람들에게 '절대 악'을 숨기고 접근하는 '사이비'들은 그들에게 '잘못된 믿음'을 주입하고, 주입된 '믿음'으로 모든 것을 바치라고 종용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잘못된' 시작은 잘못된 방식으로 선한 이들을 잘못된 '사이비 믿음'으로 이끈다. 정체를 전혀 알 수 없는 잘못된 믿음으로 희생자가 되는 민철의 딸 영선(박희본)은 이미 맹목적인 신자가 되어 올바른 방식과 올바른 믿음조차 거부한다. 그리고 스스로 희생자가 된다.
  장르적 한계를 뛰어넘는 도발적인 주제의식과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으로 신선한 충격을 던지며 한국 영화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연상호 감독의 <사이비>는 '믿음'에 대한 새로운 화두를 제시하며 11월 21일 전국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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