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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의 단절이 두려운 사람들의 슬픈 이야기. 영화 <디스커넥트>

  • 입력 2013.10.24 01:27
  • 기자명 남궁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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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S. 말 그대로, Social Network Service는 사회적 망을 갖추고 개인과 개인을 연결해주는 기능을 한다. 통신회선과 무선망이라는 기술적 진보를 바탕으로 탄생한 SNS는 바다 건너 멀리 떨어진 친구나 가족, 그리고 자신과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모든 사람들을 연결해준다.
  전세계 70억 인구 중 24억 명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고, 2014년 전세계 SNS 사용자 수가 18억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지난 3년간(2010~2012) 발생한 일반 사이버범죄가 30만 6,796건을 육박했고, 지난 2년간(2011~2012) 해킹으로 유출된 개인정보의 규모가 6,341만 7,100건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심각한 사이버 범죄의 실태를 보여준다.    이런 아슬아슬한 현사태를 반영하는 영화 <디스커넥트>는 생활도 편리하고 범죄도 편리해진 현실을 반영한다. 다큐멘터리 기법을 차용해 현실보다 더욱 사실적인 상황을 연출한 헨리 알렉스 루빈 감독은 영화의 세 가지 상황을 교차편집으로 보여주며 소통부재에서 발생하는 슬픈 현실을 담담하게 묘사한다. 어린 아들을 잃고 남편 데릭(알렉산더 스카스가드)과의 대화마저 단절된 채 힘겨운 시간을 보내던 신디(폴라 패튼)는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한 채팅 사이트에서 위안을 얻지만 채팅으로 인해 전 재산이 피싱 당한 사실을 알고 패닉에 빠진다.
  지방 방송국 기자 니나(안드레아 라이즈보로)가 특종을 위해 불법 성인사이트에서 화상 채팅을 하는 18살 미성년자 카일(맥스 티에리옷)에게 접근해 은밀한 거래를 통해 성사된 인터뷰는 화제선상에 떠오르며 CNN을 타게 된다. 기뻐할 시간도 잠시 니나를 찾아온 FBI는 미성년자 불법 성인사이트를 수사한다며 취재원의 정보를 요구한다.   마음을 터놓을 친구 하나 없이 음악과 SNS에만 빠져 있는 벤(조나 보보)이 못마땅한 제이슨(콜린 포드)은 벤을 골탕 먹이기 위해 가상의 인물, 미모의 제시카로 SNS에 등록한 후, 벤의 팬임을 가장해 접근한다. 늘 외로웠던 벤은 자신의 고민을 제시카에게 털어 놓으며 마음을 열고 급기야 제시카의 요청에 의해 의심 없이 자신의 나체 사진을 전송하게 된다.
  SNS가 초래한 비극과 허상을 집중 조명한 <디스커넥트>는 실제 소통이 단절된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고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모인 자리에서도 너나할 것 없이 스마트폰을 꺼내보고 있는 풍경이 일상화된 요즘, <디스커넥트> 속 소통의 부재로 인해 사건, 사고에 휘말린 캐릭터들의 고통스런 모습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어린 아들을 잃은 상실감에 대화도 단절된 채 고통받고 있는 부부 데릭과 신디는 전 재산 피싱을 당하고 난 뒤에야 서로의 눈을 마주보며 대화할 수 있게 된다. 단지 특종 기사에 이용하기 위해 성인사이트에서 불법 화상채팅을 하는 카일에게 접근한 니나는 모니터 밖의 카일을 만나게 되면서 죄책감에 시달린다.    또한 친구 한 명 없이 음악에만 빠져있던 아들 벤이 어느 날 갑자기 사고를 당하고 나서야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후회하는 아버지, 홀로 어린 아들을 키우며 과잉보호를 일삼지만 정작 아들 제이슨의 진심에는 귀기울여주지 않는 엄한 아버지 등 SNS를 통해 수많은 대화가 오고가지만 정작 진정한 소통은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을 반영한 비극적인 사연들로 관객들의 깊은 공감을 얻는다. 뒤늦게 지난 날을 후회하고 자신에게 닥친 비극을 이겨내기 위해 소통을 시작하는 캐릭터들의 모습은 진정한 소통을 위해서 인터넷과의 단절이 필요하다는 단호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상실, 비난, 두려움, 외로움 등으로 홀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이 세상에는 많다. 사람은 누구나 외롭고, 자신이 외롭다는 사실을 누군가 알아주길 바란다. 그리고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내고 공감해주길 소망한다. 외로움의 실체를 SNS라는 기계를 기반으로 한 무기물에서 풀려고 했던 사람들의 슬프고도 감동적인 이야기를 전하는 영화 <디스커넥트>는 11월 7일 국내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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