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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밑바닥에서’, 제작자 김수로가 확실한 손해를 감수하는 이유

  • 입력 2017.02.15 10:39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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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가 오는 3월 12일까지, 막심코리키의 고전 ‘밑바닥에서’를 선보인다.

연극 ‘밑바닥에서’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창시자기자 러시아의 세익스피어라 불리는 막심고리키가 1902년 발표한 희곡으로 하수구 같이 더럽고 어두운 싸구려 여인숙을 배경으로 그곳에서 살아가는 여러 인간군상을 통해 그들이 그리는 희망과 희망에 대한 상처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특히, 이번 연극 ‘밑바닥에서’는 프로듀서 김수로가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로 독립한 이후 관객들 사이 화제가 된 뮤지컬 ‘인터뷰’, ‘스모크’에 이어 ‘손해를 감수한 고전’을 선보인다는 대목에서 눈길을 모은다. 신선함과 독창성을 추구하는 현 트렌드에 ‘고전’이라는 낡은 이미지는 이미 관객들 사이 흥미를 잃은 지 오래다. 헌데, 그럼에도 김수로는 왜 고전을 고집할까. 프레스콜을 통해 직접 전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지난 14일,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드림아트센터 2관에서 연극 ‘밑바닥에서’ 프로스콜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루까’ 역의 강성진, ‘메드베제프’ 역의 김수로, ‘페페르’ 역의 김정환, ‘싸친’ 역의 김결, ‘바실리사’ 역의 김로사, ‘나스쨔’ 역의 김사울, ‘나타샤’ 역의 김주연, ‘배우’ 역의 장한얼, ‘남작’ 역의 김진, ‘꼬스트일로프’ 역의 김한결, ‘끌레시치’ 역의 강민석, ‘안나 ’역의 윤정은, ‘끄바쉬냐’ 역의 서혜원, ‘부브노프’ 역의 서지예, ‘타타르인’ 역의 서경원, ‘알료쉬까’ 역의 신기환이 참석해 1막을 시연하고, 이후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먼저, 김수로는 왜 고전 ‘밑바닥에서’를 택했을까. “이 시대에 고전이 좀 많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대학교 때 배웠던 아서 밀러의 ‘시련’과 막심고리키의 ‘밑바닥에서’는 와 닿은 부분이 있었다. 모르는 고전을 하기 보다는 내가 좀 아는 고전을 보여줘야 관객들에게 자신감도 있을 것 같았고, 상업적인 색깔보다는 어떤 면에서는 공부가 되는, 또 어려운 시기이기만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어떤 용기를 가져봤다. 당연히 BEP(손익분기점)도 안 맞을 거고 상업적으로야 실패할 수 있지만 그런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좋은 작품을 올려서 관객들에게 다양한 연극이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었다. 나는 그래도 조금은 행보가 달라야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 시작을 했던 것 같은데 그래서 1,2년에 한 번씩은 꼭 고전을 올리고 싶고 고전을 통해서 관객들이 많은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가 말한 ‘나는 좀 달라야 되지 않겠는가.’에는 어떤 뜻이 있을까. 프로듀서 김수로는 지난 2012년 연극 ‘발칙한 로맨스’를 시작으로 김수로프로젝트를 시작해 현재 공연 중인 20탄 창작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까지 쉼 없이 대학로를 두드리고 있다. 지난 6년의 세월로 만들어진 김수로프로젝트라는 타이틀은 이제 대학로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되었고, 그와 더불어 신인배우들의 등용문이 되기도 했는데 김수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매 회 수천만 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워크샾이나 연극학교를 통해 직접 신인배우를 발굴, 양성하면서 공연계 인적자원의 개발에 특히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국내에 좋은 작품을 소개하면서 동시에 우리 작품으로 브로드웨이를 공략하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기도 하다.

“나는 좀 달라야 한다는 말이 뭐냐면, 뭔가 같은 행보를 가고 싶지 않았다. 무엇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나라도, 소극장에 열여섯 명의 배우가 나와서 정말 좋은 연극을 보여줄 수 있는 힘. 그런 것들을 해야 되지 않나. 사실 고전을 안 하는 이유가, 말하자면 분명 망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출연자들이 같이 하면 BEP가 많이 올라가는데 규모는 소극장 공연이어서 비즈니스 적으로 봤을 때는 나라의 지원이 없이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걸로 이미 다들 알고 있다. 그런 것에 상관없이 용기 있게 그냥 내가, 많은 것들에 공부가 될 수 있는 부분들을 보여주고 싶은, 그래서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이 많이 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그들이 보기에는 어려울 수 있지만 그래도 고전이라는 것이 이 시대에 봐야 그들의 가치관이라든지 성장과정에 있어 영향을 줄 수 있고, 또 대문호가 쓴 글을 자꾸 보고 접하고 느끼고 해야 지금의 어떤 상업 연극이나 뮤지컬을 봤을 때 그것에 대한 값어치를 조율할 수 있고 느낄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 올리는 것이다. 해서, 현실적으로는 굉장히 힘들기 때문에 자주는 못 올리지만, 사실 우리는 그동안 뭔가 한 작품이 크게 사랑을 받으면 기업적으로 뭘 크게 키워야겠다는 것보다 그것으로 또 다른 무언가를, 나눌 수 있고 베풀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하고 늘 고민을 하는데, 그래서 이번에는 이렇게 ‘밑바닥에서’를 올리게 됐다. 어제는 한 관객께서 ‘밑바닥에서’를 보시고 정말 재밌었다고, 고전이 많이 올라왔으면 좋겠다고 하시면서 체호프의 ‘갈매기’ 어떠냐고 하시는데 그것도 한 번 도전해보겠다고 말씀드렸다. 누군가는 계속 해야 되지 않겠나. 대극장에서 하는 것도 좋지만 대학로 한복판에서 캐스트 인원 하나 제외 없이, 거의 다 나오는 이런 고전, 계속 도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작품 ‘밑바닥에서’는 안용범 연출의 뮤지컬이 또한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같은 작품이 비슷한 시기 연극과 뮤지컬로 동시에 관객들과 만나게 됐는데, 연극으로 만나는 ‘밑바닥에서’는 어떤 매력이 있을까.

이에 대해 김수로는 "일단 이 작품을 할 때 왕용범 연출과 만났었다. 사실 이 ‘밑바닥에서’를 처음 만난 게, 대학교 때 왕용범 연출과 같이 했었다. 근데, 나는 전통을 고수하면서 연극을 하는 거고, 왕용범 연출은 학창시절에서 대학로로 넘어왔을 때 약간 각색해서 뮤지컬로 올린 거였다. 해서 일단 내용이 약간 다를 텐데 우리는 조금 지루하거나 반복적인 부분들을 제외하고 고전 그대로를 분석해서 내놓게 됐다. 해서 재밌겠다, 이 ‘밑바닥에서’가 연극도 나오고 뮤지컬도 나오면 이 작품에 대해서 모르는 관객들도 많이 알게 된다면 좋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을 해봤다.”고 전했다.

작품은 고전이지만 이번 ‘밑바닥에서’ 역시 김수로 프로듀서의 고집인 ‘신인등용’이 내포되어 있다. 이번 캐스팅에서의 초점은 무엇일까. “여기 있는 배우들은 ‘택시드리벌’부터 ‘헤비메탈 걸즈’ 등 김수로프로젝트를 많이 했던 배우들 중에 가장 그 역할에 잘 맞을 것 같다, 하는 점에 초점을 뒀다. 2년 전에 했을 때와는 또 다른 루까, 또 다른 싸친, 이렇게 좀 분석적으로 캐스팅을 했고. 또 사실, 완성도는 이번이 제일 좋은 것 같다.”며 “연극학교 3년을 운영하면서 전국에 150개 넘는 대학교의 학생들을 만나고 선발해 1기, 2기에 이어 올해가 3기다. 3기들은 현재 연극 ‘시련’을 연습하고 있다. 그것이 프로듀서로서 뭔가 사회에 뭐라도 보탬이 될 수 있는 도네이션(기부, 환원)이라고 할까, 그런 좋은 일을 하려고 선택했는데, 그중 1기 때 주인공 ‘페페르’가 오늘 사회를 맡고 있는 정익한 군이고, 오늘 ‘페페르’를 시연한 김정환 군이 2기 주인공이다. 그만큼 김수로프로젝트도 그렇고 제 작품에서도 그렇고 항상 신인등용을 과감하게 하고 있다. 그 신인들이 이것이 다리가 돼서 좋은 무대, 혹은 좋은 매체를 통해서 선보였으면 좋겠다는 것 때문에 우리 더블 ‘페페르’들이 정말 잘 해줬으면 좋겠고 많은 선배들에게 연기를 잘 배워서 앞으로 나아가는데 큰 도약의 발판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의미가 있다. 또 그 사이 선배들이 계속 시간을 내서 연습실에 일찍 와서 후배들과 멘토, 멘티로 1;1 트레이닝을 계속 했었다. 해서 선배들에게 굉장히 의미 있는 작업이 되기도 했지만 후배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작업이 됐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김수로는 “지금도 계속 공부하고 있다. 자문도 구하고 외국에 나가서 배우고. 뭔가 혁신과 개혁, 정말 좋은 문화에 큰 디딤돌이 됐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열심히 살다보면 결국 언젠가는 정말 좋은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제작자, 프로듀서가 될 수 있지 않겠나, 스스로에게도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혁신과 개혁을 꿈꾸는 사이 반드시 고전은 필요하다는 프로듀서 김수로의 소신은 연극 ‘밑바닥에서’를 통해 더욱 짙게 확인할 수 있을 듯하다.

한편,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가 선보이는 첫 연극 ‘밑바닥에서’는 오는 3월 12일까지,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드림아트센터 2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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