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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롭고 아름다운 21세기 우주 서사시. 영화 <그래비티>

  • 입력 2013.10.08 02:11
  • 기자명 남궁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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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8년작,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오프닝 시퀀스는 인류의 진화상을 함축있는 이미지들로 제작해 영화 역사상 가장 인상깊은 SF 영화를 완성했다. 2013년,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GRAVITY)>는 20세기에 제작된 SF 영화와 다른 출발을 보여준다. 인간이 우주를 마음껏 유영하며 우주선 외부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롱테이크 장면은 또 다른 의미로 영화 역사에 기록될 영상들로 채워졌다.
   영화 <그래비티>의 내러티브는 그야말로 간단하다. 우주에서 임무 수행 중 표류하게 된 인간이 다시 지구로 돌아와야하는 생존의 고군분투를 다룬다. 그러나 영화는 간단한 내러티브로 지금껏 영화 역사상 볼 수 없었던 획기적인 기술진보의 촬영방식으로 광활하고 장엄한 우주의 아름다움을 영상으로 표현한 장대한 우주 서사시를 선사한다.
  지구로부터 600km, 기온은 125도와 -100도를 오르내린다. 소리도 기압도 산소도 없다. 우주에서의 생존은 불가능하다. 뛰어난 의료 공학 박사인 라이언 스톤(산드라 블록)은 허블 우주망원경을 수리하기 위해 처음으로 우주 비행을 나서고, 베테랑 우주 비행사인 지휘관 맷 코왈스키(조지 클루니)가 함께한다. 그러나 평상시와 다를 바 없었던 임무 수행 중 재앙이 닥친다. 폭파된 인공위성의 잔해로 왕복선은 파괴되고, 스톤 박사와 코왈스키만이 서로에게 묶인 채 어둠 속을 맴돌게 된다.
   귀가 먹먹해지는 침묵은 지구와의 모든 연결이 단절되었고, 구조될 가능성은 희박함을 넘어 기대도 할 수 없다. 공포가 패닉으로 바뀌면서 거칠어지는 호흡은 얼마 남지 않은 산소를 고갈시킨다. 그러나 광활한 우주 공간으로 더 나아가는 것만이 집으로 가는 유일한 길일지도 모른다.
  <그래비티>는 1시간 30여분간 상영되는 동안 극적 긴장감을 떨어뜨리지 않고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알폰소 쿠아론의 연출의 힘이 대단하다. 관객들의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치밀한 연출호흡과 360도로 회전하는 카메라 움직임에 따라 헬멧과 눈동자에 투영되는 지구의 아름다운 모습은 관객들의 탄성마저 터뜨리게 만든다.
   거기에 배우들은 마치 우주에서 실제 임무를 수행하는 '우주인'처럼 우주에서 마주친 거대한 생존싸움에 죽을 힘을 다해 도전한다. 외계인도 등장하지 않고, 전쟁도 일어나지 않는 상황이지만 <그래비티>는 극한의 환경에 놓인 한 여인의 생존분투에 초점을 맞춘다.
  극한의 고독과 극한의 고요함, 그리고 극한의 두려움. 곧 자신이 죽을 거란 예감을 느끼는 라이언은 이미 지상에서 겪었던 한 차례의 상실감을 이기지 못하고 삶의 의지마저 내려놓기까지 한다. 도움의 손길 하나 없는 곳에서 상실감으로 가득차 살아야한다는 욕구마저 희박하지만 라이언의 머리 속에는 어떻게 해서든지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본능과 이성을 총동원해 생존하기 위한 우주 유영을 시작한다. 표류가 아닌 살기 위한 유영을...
   영화 <그래비티>는 우주, 그 경이로운 공간에서 인생을 돌아보게 만든다. 화성시대를 앞두고 있는 인류가 이제는 우주 유영에도 익숙한 상태이지만 임무를 수행하는 도중에 발생하는 돌발상황에서 인간존재의 가장 밑바닥에 깔려있는 '생존'에 대해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라이언은 '중력'으로 인해 계속 지상으로 '추락'하지만 라이언이 살아날 방도는 '고요한 바다' 우주에서 벗어난 중력을 발바닥으로 느끼며 두 다리로 설 수 있는 '땅'을 느끼는 것만이 생존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광활한 미지의 '우주'에서 시작한 라이언의 탐험은 탄탄한 대지만으로도 생명력이 떠오르는 '지상'으로 회귀하기 위한 일생일대의 '임무'를 수행한다.
  상상할 수도 없는 극한의 환경에 놓인 한 여인의 인생과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그래비티>는 국내에서 10월 17일 IMAX 3D로 개봉, 관객들에게 실제로 우주에 있는 것과 같은 경험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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