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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품달’ vs '뿌나‘, 결정적인 차이?

드라마 리뷰: 해를 품은 달 7, 8회

  • 입력 2012.01.30 10:24
  • 기자명 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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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우려했던 대로 ‘해를 품은 달’도 아역의 저주를 피할 수는 없었다. 큰 호응을 얻었던 아역들로부터 캐릭터를 넘겨받은 성인 연기자들이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고 만 것이다. 그중에서 여주인공 ‘연우(&월)’역을 연기하는 한가인의 경우에는 데뷔 10년 만에 발연기 논란마저 불거졌다. 알다시피 전성기시절 미모로서 김태희와 비견되던 한가인은 연기력 때문에 비판받은 적이 없었다. 데뷔 직후부터 어렵지 않게 여주인공 자리를 꿰찼으나 연기력으로 비판받기 보다는 기대이상이라는 칭찬을 주로 받아왔다. 그랬던 한가인이 ‘해를 품은 달’에 첫 등장한 직후부터 발연기를 한다는 소리까지 듣고 있다. 오죽하면 한가인 덕분에 더 연기를 못하는 ‘민화공주’ 남보라와 ‘중전’ 김민서가 묻히고 있을 정도이다.

사실 시청자들은 애초부터 한가인이 여주인공 ‘연우(&월)’역에 캐스팅된 것에 못마땅해 하였다. 극중에서 ‘연우(&월)’이 ‘이훤’보다 2살 어려 보여야만 하는데, 실제나이가 6살이나 많은 한가인이 김수현보다 도무지 어려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화면에 잡히는 ‘월(한가인)’과 ‘이휜(김수현)’의 모습은 마치 큰누나-막내동생 같았다. 또한 한가인에게는 유부녀라는 아킬레스건도 존재한다. 절절한 남녀 간의 사랑이 펼쳐지는 드라마에서는 남녀 주인공 사이에서 발생하는 설레임이 매우 중요하다. ‘두 사람이 실제로도 서로를 사랑하고 있는 게 아닐까?’하는 설레는 착각이 생겨날 수 있어야만, 시청자들이 비로소 남녀 주인공의 사랑에 강하게 몰입되기 때문이다. 성공한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드라마의 방영이 끝나면 남녀 주인공 사이에 열애설이 불거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남녀 주인공 중에 공개연애 중이거나 심지어 결혼한 상태의 연기자가 존재하면 시청자들의 강한 몰입을 유도하는 설레임이 좀처럼 생겨나지 않게 된다.(물론 유부남과 공개연애중인 여성 연예인의 만남이었던 ‘최고의 사랑’ 같은 예외도 드물지만 존재한다) 아무리 잘나가는 여배우라고 해도 결혼하면 주로 아줌마 역할밖에 맡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워낙 젊은 나이에 그것도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시절에 결혼한 한가인은 결혼한 이후에도 드라마에서 절절한 사랑을 펼치는 여주인공역을 주로 맡아왔다. 하지만 그 결과는 결혼하기 이전과는 천지차이로 나타나곤 했다. 실제로 결혼직후에 출연한 ‘신입사원(2005)’을 제외하고 성공작이 전무한 것이다. 이처럼 외모적으로 큰누나-막내동생 같아 보이고, 김수현과의 사이에서 설레임마저 쉽지 생겨나기 어려운 유부녀라는 신분, ‘연우(&월)’의 한가인은 시청자들의 몰입을 깨버리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한가인은 거세게 불거진 발연기 논란을 봐도 알 수 있다시피 연기자체가 미흡했다. 사극발성이 안될 뿐만 아니라 대사가 두 마디만 넘어가도 감정 없이 국어책을 읽어댔다. 더불어 자신이 맡은 배역인 조선시대 최하계층 ‘무녀’라는 신분에 대한 이해가 전혀 안되어 있었다. ‘사농공상’이라는 신분제도가 존재하는 조선시대에 ‘무녀’는 개-돼지만도 못한 취급을 받았던 백정과 다를 바 없는 신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가인은 ‘연우(&월)’를 연기함에 있어서 마치 세도가에서 곱게 자란 규수처럼 말하고 행동하였다. 시청자들의 몰입을 깨버리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으면 연기력으로 이를 극복해도 시원찮을 판에 한가인은 오히려 발연기를 시전했으니 시청자들의 거센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이처럼 여주인공 한가인이 아역의 저주를 피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를 품은 달’의 시청률은 매회 상승하여 마침내 30%대 고지를 밟았다. 실제로 방송 8회 만에 31.7%를 기록한 ‘해를 품은 달’이 머지않아 40%대 고지마저도 점령할 기세이다. 작년 한 해 동안 주중 드라마를 통틀어(일일 드라마 제외) 시청률 40%대 고지는 고사하고 30%대 고지를 넘은 드라마마저도 전무했던 사실과 비교했을 때 실로 놀라운 기세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한가인이 아역의 저주를 피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를 품은 달’의 시청률이 이처럼 상승세인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뿌리깊은 나무 11, 12회: 신세경, 쩌리에서 여주인공으로]에서 ‘뿌리깊은 나무’의 시청률이 더욱 상승하기 위해서는 여주인공 신세경을 중심으로서 러브라인이 살아야만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뿌리깊은 나무’는 러브라인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채 종영되고 말았다. 그 결과 ‘뿌리깊은 나무’는 여성시청자들의 외면 아닌 외면을 받으며 시청률 면에서 아쉬움을 남겨야만 했다.

‘뿌리깊은 나무’에 비하여 대본-연출-연기가 모두 미흡한 ‘해를 품은 달’은 러브라인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 결과 ‘뿌리깊은 나무’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연기력 논란과 옥에 티들이 ‘해를 품은 달’의 초반부터 속출하고 있으나 시청률은 오히려 30%대 고지를 넘어 40%대 고지로 달려가고 있는 중이다. 대한민국에서 시청률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시청자들은 여성시청자들임에 분명하다. 그들을 꽉 잡고 있기에 사회문제시 되고 있는 막장드라마가 시청률 대박을 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여성시청자들로 하여금 드라마에 충성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절절한 러브라인의 제시는 필수나 다름없다. ‘뿌리깊은 나무’는 이 부분이 미흡했던 반면에 ‘해를 품은 달’은 이 부분이 그야말로 제대로인 상황이다. 그에 따라서 같은 사극이란 장르로서 비슷한 임금 이야기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를 품은 달’의 시청률이 ‘뿌리깊은 나무’를 뛰어넘고 있다.

[사진=‘해를 품은 달’ 캡쳐]




※ 본 컨텐츠는 토끼풀(TalkyPool) 공식 블로그에서 제공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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