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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인국, "너무 일만 했던 서른의 시작..아쉽지만 잘했다 싶어"

  • 입력 2016.12.05 06:29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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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MBC 수목미니시리즈 '쇼핑왕 루이'의 종영을 기념한 가수 겸 배우 서인국의 인터뷰, 전편에 이어.

전작 ocn ‘38 사기동대’를 큰 성공으로 이끌었는데 이후 일정 텀이 없이 바로 차기작에 뛰어들었다는 것은 어쩌면 정말 큰 모험일 수 있었다. 그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했을 텐데 다행히 시청률이 차츰차츰 오르는 것을 확인하면서, 그 때의 기분은 어땠을까.

“저는 사실 그동안 작품이 잘된 것도 있고 안 된 것도 있어요. ‘주군의 태양’에서 그 힘들다는 20%도 찍어봤고, 또 안 될 때는 연달아 안 되다가 얼마 전엔 또 ocn에서는 개국 이래 최고 시청률도 찍어봤고요. 그래도 시청률이 안 나왔던 초반에도 엄청 막 자책하고 그런 스타일은 아니에요. 안 되면 그냥 우리 스태프들 고생하는데, 그런 생각이 먼저 들어요. 그래서 현장에 가면 ‘내가 분위기 좀 띄워야겠다, 내가 뭐라도 좀 해야겠다.’ 그런 생각이 많이 들고요. 잘 되면 뭐 감회가 엄청 새롭고 모든 일이 행복하죠. 근데 이번 ‘쇼핑왕 루이’가 그 두 가지를 다 가지고 있었잖아요. 처음에 시청률이 안 나왔을 때는 정말 현장에서 그 시청률에 대해서는 아무도 얘길 안 하더라고요. 그냥 다들 일에만 집중하는 거예요. 그래서 ‘어, 이런 분들 아닌데 왜 이러지? 아, 오늘 시청률 나왔지?’하고 찾아보니까 5%정도 나왔더라고요. 그래서 ‘아 그런 거구나.’ 저도 일단 촬영을 하고 나서 감독님한테 가서 걱정하지 마시라고, 우리 드라마가 많은 사람들한테 분명 인정을 받을 것이다, 그렇게 얘기를 했었어요. 처음에는 사실 한 회 한 회가 엄청 긴장의 연속이었어요. 조금 오른다 싶으면 더 오를 수 있을까 과연? 근데 정말 신기했던 게 십 몇회까지 정말 한 번도 떨어지지 않고 계속 올라가더라고요. 그런데도 긴장이 되더라고요, 너무 예쁘게 올라가니까. 언젠간 멈추겠지 하면서도 마지막까지 너무 예쁘게 올라가줘서 되게 행복했죠. 정말 그 두 가지를 같이 겪은 작품이었어요."

그렇게 결국 수목극 1위에까지 올랐다. 착한 드라마의 대 반전이라는 평이 쏟아졌는데 당시 현장 분위기는 어떻던가.

“저는 당시에 얘기만 들었는데, 처음 1위했을 때 스탭 버스가 난리가 났대요. 그때 부산 촬영이었는데 다들 막 만세를 부르고 촬영하면서도 뭐 하나 화도 안 내고 분위기 잔뜩 업 돼서 신났었죠.”

더불어, ‘응답하라의 저주’를 깬 첫 장본인이기도 한데, 그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근데 사실 저는, 제가 그걸 무엇으로 깼는지도 모르겠어요. 그게 언제부터 만들어진 단어이며. 왜냐면 제가 ‘응답하라’를 하고 나서 ‘주군의 태양’이 20%를 넘겼고, 조연도 아닌 서브주연이었잖아요. 그러고 난 후에 그런 단어들이 보이니까 이거는 그냥 보는 사람들의 재미적인 요소구나, 그렇게 생각을 했어요. 지금까지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고요. 그래서 저는 그렇게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렇게 ‘38 사기동대’와 ‘쇼핑왕 루이’를 통해 이제는 ‘믿고 보는 배우’의 반열에 올라섰다. 시청률에서까지 큰 성공을 이뤘으니 배우로서의 입지도 단연 수직상승했는데, 그러한 자신의 앞으로의 행보를 스스로 진단해본다면 어떨까.

“일단은 뭐, 지금이랑 크게 다를 건 없을 것 같아요.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은데, 저는 그게 기대 돼요. 제가 뭔가 대중들에게 좀 더 많이 다가가게 되는 것 중에 가장 많이 기대가 되는 게 뭐냐면, 그렇게 해서 제가 하는 작품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문이 커졌다는 거? 그러니까, 저에게 좀 더 기회가 주어졌다는 거. 그런 것에 굉장히 감사하고, 제가 작품을 고르거나 연기를 할 때는 지금과 크게 변함은 없을 거지만 더 성숙한, 또 뭔가 다른 방법이 있겠죠. 그래서 점점 더 기대되는 게 뭐냐면, 제가 이제 군대를 가잖아요. 2년 동안 많은 사람들과 또 다른 감성을 공유를 해볼 수 있다는 거.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그 인물들의 세계관이나 감성을 우리가 공감을 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슬프고 같이 웃고 그러잖아요. 그런 것들을 지금은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곳에서 배우고 나오면, 그때 또 제가 음악을 하든 작품을 하든, 2년 동안 뭔가 달라져 있을 제 얼굴과 그런 부분들이 너무 기대되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배우분들이 좀 연령대가 있어요, 제가 그 나이가 됐을 때가 정말 기대돼요. 물론 좀 천천히 왔으면 좋겠지만요. 그리고 그동안 저를 돌이켜봤을 때, 작품이나 캐릭터를 보면 되게 잘하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특히 이번 2016년이 저 스스로도 눈에 보이는 거예요. 뭔가 내가 잘하고 있고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게 눈에 보이고 체감으로 느껴져서 너무 행복하고. 근데 단지 아쉬운 것은 딱 서른 살에 너무 일만 했다는 거. 그게 좀 아쉬움은 있는데 그래도 좋게 생각을 하면 20대부터 앞으로 열릴 30대까지, 어쨌든 20대를 잘 다져놨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뿌듯하긴 하더라고요.”

그럼 군 입대하기 전, 남은 시간들은 뭘 하고 싶은지.

“일단은 서른 살, 30대를 조금은 즐겨도 되지 않을까. 그리고 요즘 작곡가 형들하고 음악 작업을 많이 하고 있어요.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좋은 음악이 나온다면 많은 분들에게 들려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고요.”

최근 ‘정글의 법칙’에 출연하기도 했는데,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평소 생각은 어떤가.

“제가 사실 예능을 무서워해요. 그나마 마음이 좀 열리는 곳이 ‘정글의 법칙’인데 왜냐면, 제일 처음에 갔을 때 저한테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그냥 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더라고요. 그 방목스타일이 너무 마음에 드는 거예요. 쇼크쇼나 다른 예능에 나가면 어떤 질문을 하면서 뭔가 재밌는 것을 얘기해달라는 그 갈망의 눈들이 너무 부담이 되는 거예요. 근데 또 거기에 실망시켜드리고 싶지는 않은데. 그래서 뭔가를 얘기했는데 반응이 시큰둥하면 오히려 제가 상처를 받기도 하고. 그래서 홍보가 필요한 외에 제가 한 예능들을 보면 거의 리얼 버라이어티밖에 없어요.”

이제는 서인국에게 배우로서의 입지나 이미지가 더욱 확고해진 듯한데, 물론 지금도 가수로서의 활동을 병행하고는 있지만 스스로 나의 길을 잘 가고 있다고 생각하나.

“저는 약간 아쉬움이 있어요. 그 아쉬움이 어떤 거냐면, 저한테 관심을 조금만 더 주시면 제가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를 아실 수 있을 텐데, 왜냐면 표면적으로는 드라마는 일단 호흡이 길어서 딱히 그 드라마를 안 봐도 3개월 동안은 계속 언급이 되고 유지가 돼요. 근데 앨범은 활동이 길어야 한 달 정도거든요. 근데 생각해보니까 이번 년도 3월에 앨범을 냈어요. 제가 직접 프로듀싱을 해서 작사, 작곡에 참여를 했었고 많이 사랑을 받았어요, 근데 활동을 안 해서 좀 짧았죠. 얼마 전에도 일본에서 2회 콘서트를 했었는데, 그런 부분들인 것 같아요. 보면, 조금만 관심을 더 가져주시면 제가 음악적인 활동을 어떻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단지 표면적인 부분에서 드러나지 않으니까. 물론 제 부족함도 있겠지만 그런 부분은 조금 아쉽죠.”

그렇다고 해서 지금까지의 활동방식이 앞으로 크게 다라질 것은 없지 않겠나.

“그렇죠. 당장 어제만 해도 곡 작업을 하고 있었거든요. ‘38 사기동대’할 때도 노트북 들고 다니면서 음악작업하고 했었는데, 이런 건 이렇게 말을 하지 않으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잖아요. 진짜 말씀하신 것처럼 그냥 계속 이럴 것 같아요. 틈틈이 제가 준비하고 있는 음악이 나오면 많은 분들에게 음악을 들려드리면서 활동을 하고 또 작품으로 인사드리고. 계속 저는 이렇게 살 것 같아요. 그리고 군대를 기점으로 나중에 더 시간이 흐른 뒤에, 그때는 지금보다는 좀 여유가 많을 것 같아요. 그래서 그때는 뮤지컬이나 연극 같은 다방면으로 생각을 하고 있어요. 뮤지컬 ‘광화문 연가’를 하면서 그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는 것도 있고, 연기를 하다보면 선배님들과 얘기를 많이 하게 되잖아요. 그럼 연극 얘기를 그렇게 많이 하세요. 이번에 같이 하신 엄효섭 선배님도 그렇고 박철민 선배님도 그렇고, 미디어에서 연기하는 것과 무대에서 연기하는 게 다르다고. 무대에서만의 진함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걸 꼭 제가 느껴봤으면 좋겠다고 하시면서 같이 해보자고도 하시는데 정말 시간이 안 돼서 못한다고 죄송하다고 말씀은 드렸지만 너무 같이 해보고 싶은 거예요. 정말로 기회 되면 꼭 같이 해보겠습니다, 하고 말씀드렸는데 정말로 꼭 해보고 싶어요.”

엄청난 화제를 동반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1등을 차지하다보니 가수로서의 활약에 더욱 기대가 쏠린 것이 사실이다. 헌데 이후, 연기를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

“사실 연기는 되게 갑작스럽게 왔어요. 오디션 이후에 가수를 하게 됐잖아요. 앨범을 막 만들어서 왔는데 어떻게 노래를 들려드릴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거예요. 그게 정말 심각하게 힘들었어요. 사실상 빚은 쌓여있고, 앨범을 들려드릴 수 있는 방법이 전혀, 길목조차 없는 거예요. 뭔가 저를 막 차단시키는 느낌이었어요. 그게 2년 동안 너무 힘들어서 엄청 쌓여있었거든요. 가족들에게 얘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갑작스럽게 변했기 때문에 연예계에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다보니까 저를 이해해줄 만한 친구가 없었어요. 일반인 친구들에게는 뭔가 배부른 소리 같은 느낌이 있고. 왜냐면 다 같이 가수를 꿈꿨던 친구들이고 같이 음악을 했던 친구들이었으니까. 그래서 누구한테 얘기를 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러다가 드라마 ‘사랑비’라는 작품에 노래를 좀 하는 캐릭터가 필요하다고 해서 오디션을 보는데 제가 봐도 너무 이상하고 오글거려서 못 하겠다 생각하다가 그래도 기회가 왔는데, 감독님께 사투리를 준비했다고 해봐도 되겠냐고 했더니 해보라고 하셔서 준비한 걸 했어요, 그랬더니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설정 자체가 지방에서 올라온 캐릭터였거든요. 그렇게 해서 작품을 하게 되고 촬영을 하게 됐는데, 첫 연기를 할 때 윤아 씨를 보면서 ”쟤가 우리 학교 퀸카냐‘ 하는 대사를 하는데 굉장히 묘하더라고요. 2년 동안 아무 것도 못했는데, 연기라는 게 어쨌든 저한테는 가짜인데도 가짜를 표현하면서 뭔가 잔뜩 쌓여있던 것들이 해소가 되는 거예요. 간접적인 해소가 되는 느낌. 내가 답답해하던 것을 이 캐릭터가 대신 다 대변해주는 느낌이 들어서 내가 지금 숨 쉴 수 있는 방법은 연기할 수밖에 없는 거구나 싶어서 미친 듯이 빠져들게 됐죠. 그게 아니었으면 아마 계속 우울했을 거예요. 정서가 불안했었거든요. 저한테는 탈출구이면서도 제 안의 뭔가를 발견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제 마인드를 새롭게 만들어갈 수 있었던 드라마였고 정말 그 모든 것들이 다 설렜어요. 지금도 그 설렘은 있지만 그 때와 지금은 무게감이 너무 달라서, 지금은 너무 어렵고 너무 부담스럽고 어떨 때는 막 숨어버리고 싶은 정도로, 도망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는데 그 때보다는 당연히 프로페셔널한 건 좀 가지고 있겠죠.“

끝으로, 사실 서인국이라 하면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로 발돋움한 첫 케이스이다 보니 그 뒤를 따르는 후발주자들이 많다. 그런 면에서 앞으로도 본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 싶은데.

“음, 이 질문에서는 제 속마음을 조금 말씀드리면, 사실 저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서 제가 어떻게 가수가 됐는지의 과정들을 보여줬고 가수가 되고나서 다시 연기를 하면서 시각적인 부분에서는 나름 칭찬도 많이 듣지만 한편으로는 앞으로도 새롭게 나아가야 할 부분이 더 많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저는 사람이 태어나기 전부터 직업이 정해져서 태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을 해요. 자신의 노력에 어떤 기회나 선택으로 직업을 갖게 되는데 물론 저 같은 직업의 사람들은 어마어마한 노력이 필요하긴 해요. 다만, 가수 출신이나 모델 출신의 배우든, 또는 배우 출신의 아이돌이든 뭔가 다른 분야로의 도전은 그 사람에게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거고 또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잖아요. 해서 과거의 무엇 때문에가 아닌 그 사람의 있는 그대로를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거. 물론 그런 기회를 얻은 친구들은 그만큼 자신을 잘 보여줘야 하겠지만 뭔가를 새롭게 시작하는 친구들에게 조금 더 열린 기회를 주고, 누가 먼저냐,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느냐를 보기 보다는 지금 현재의 있는 그대로를 봐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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