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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쇼핑왕 루이' 서인국, "역전으로 증명한 청정드라마..뿌듯했죠"

  • 입력 2016.12.05 06:24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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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쇼핑왕 루이’를 통해 또 한 번의 연기변신에 성공한 가수 겸 배우 서인국을 만났다.

서인국은 지난 2009년 방송된 오디션 프로그램 M.net ‘슈퍼스타K’ 시즌1 우승자로, 프로그램의 화제와 함께 큰 주목을 받으면서 자신에게 우승을 안긴 곡 ‘부른다’와 함께 연예계에 입문했다. 이후 2012년 KBS 드라마 ‘사랑비’를 통해 연기자로 변신한 서인국은 이후 2012년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로 대박을 쳤고 이후 ‘주군의 태양’, ‘고교처세왕’, ‘왕의 얼굴’, ‘너를 기억해’까지 미니시리즈의 주연 자리를 꿰찼다. 그 사이 서인국은 뮤지컬 ‘광화문 연가’와 영화 ‘노브레싱’ 등에 출연하면서 연기자로서의 폭을 더욱 확장하기도 했다. 특히 올 한해는 출연작 두 편이 모두 큰 성공을 거두면서 배우로서의 입지도 수직상승했다. ocn ‘38 사기동대’는 ocn 개국 이래 최고 시청률을 갱신했고, 연이어 출연한 이번 MBC 수목드라마 ‘쇼핑왕 루이’는 수목극 최하위로 시작해 1위까지, 기적의 대 반전을 일궈내기도 했다.

애초 업계에도 시청자들에게도 크게 기대작으로 꼽히지 않던 ‘쇼핑왕 루이’의 대 반전은 단연 서인국의 남다른 활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쇼핑왕 루이’에서 타이틀 롤 루이를 연기한 서인국은 ‘꽃거지’ 재벌2세의 망가짐을 자처했다. 쓰다듬어주고 싶은 ‘멍뭉이’스러움에 나사 하나쯤 풀어진 듯 귀엽고 순수한 매력까지 장착한 루이는 그래서 더욱 순수 처녀 복실(남지현 분)과의 로맨스를 흐뭇한 미소로 응원하게 했다.

특히, ‘쇼핑왕 루이’는 재벌2세, 재벌2세의 기억상실, 시골처녀와 재벌2세의 로맨스 등 안방드라마의 대표 클리셰들이 나열되었지만 극중 인물들의 독특한 매력과 따뜻하고 밝은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에게 ‘청정 드라마’로 큰 사랑을 받았다.

그렇게 올 한해, ‘뇌섹 사기꾼’에서 ‘꽃거지’까지 2연타 흥행을 이룬 배우 서인국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먼저, ‘쇼핑왕 루이’를 성공적으로 마친 소감은 어떤가.

“일단 ‘쇼핑왕 루이’를 사랑해주신 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이유가, 저희가 첫 시청률이 5%대에서 시작을 했는데 사실 처음에 ‘쇼핑왕 루이’가 자체적인 기대감이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했어요. 소재가 진부하다는 얘기도 많이 나왔었고, 제작발표회 때 우리 드라마는 그런 드라마가 아니라고 말씀을 했었어도 워낙 박힌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제일 뿌듯했던 게 사실 그거였어요. 예를 들어서 만약에 처음에 10%가 나와서 마지막에 10%로 끝났으면 물론 성공해서 좋긴 하겠지만 이만큼 뿌듯하진 않았을 것 같아요. 5%에서 10%, 11% 이렇게 올라갔다는 그 말이 드라마 자체가 재밌었다는 증명을 하게 된 거잖아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너무나 뿌듯하고 드라마에 자부심도 가지게 되고. 그런 것들을 만들어 주신 것이 역시 시청자 분들이니까, 정말 감사한 생각을 합니다.”

재벌 2세 쇼핑왕에서 기억을 잃고 복실에게 빌붙어 사는, 그럼에도 순수하고 귀여운 루이로 분했는데. 그런 여러 모습을 가진 루이를 연기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

“처음에 캐릭터 접근 상식에서 굉장히 고민도 많이 했지만 되게 겁이 났었어요. 왜냐면 많은 시각적인 부분에서 드라마 소재나 설정이 좀 진부하지 않느냐는 말도 많이 있었고 기억상실증에 걸렸는데 알고 보니 재벌2세다, 또 시골에서 상경한 여자가 그 재벌2세를 만나서 사랑을 하는 신데렐라. 그런 것들이 진부하다고는 하지만 우리 드라마의 독특한 매력은, 그런 진부한 설정 속에서 기억을 잃는 과정과 기억을 찾는 과정과 그리고 그 안에서 사람이 살아가는 에피소드들이 굉장히 독특한 부분들이 많았거든요. 그런 속에서 특히 제가 원했던 건 뭐냐면, 재벌2세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너무 싫었었어요. 그래서 좀 다른 접근 방향을 좀 잡았었던 게, ‘할머니의 보호 아래’ 라고는 하지만 루이의 입장에서는 좀 불행한 사람이 아닌가 생각했거든요. 25년 동안 갇혀 살다가 드디어 밖으로 나왔는데 바로 기억을 잃게 되고, 그런 삶 속에서 성장하는 그 인생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정상적인 톤보다는 약간은 독특한 톤이 재밌는 요소가 되겠다 싶어서, 뭐랄까 표현하는 방식 자체가 다른 사람들이 있잖아요. 눈을 좀 자주 깜박이고 손을 가만두지 못하는 불안함 같은 것들이 나름 설정을 한 거죠. 그리고 강원도 사투리를 하는 복실이와 루이가 만났을 때, 그 독특한 것들이 만났을 때 너무 부딪히지 않게 하는 게 관건이긴 했어요. 해서 저희가 실제로 촬영 전에 리허설을 어마어마하게 했어요. 가지고 있는 성향들의 벽이 있잖아요. 그 벽을 조금이라도 융화시키게, 섞이게 하려고 서로 대사를 많이 맞추고 공간 활용도 많이 하고, 그렇게 하면서 점점 복실과 루이의 호흡을 만들어가는 작업을 했던 것 같습니다.“

진부한 소재임에도 독특한 재미를 느꼈다는 것이 일단 대본에서의 글맛이 있었지 않을까 싶은데, 처음 대본을 봤을 때는 어떤 느낌이었고 어떤 생각이 들던가.

“처음에 대본을 봤을 때 정말 특이했어요. 만약 책이라고 치면 굉장히 독특하고 정말 재밌는데 이걸 어쨌든 연기로 구현을 하려고 생각하니 막막하더라고요. 처음에 기억을 잃고 나서 2부를 보면 대사가 전부 질문밖에 없어요. ‘저 누구에요? 저 알아요? 너는 이름이 뭐야? 너는 왜 집이 없어?‘ 그런 식으로 모든 대사가 질문인데 질문에 갭을 두기도 애매하더라고요. 기억을 잃었으니까 정말 순수하게 궁금했을 텐데. 그런 부분의 접근이 힘들었었고, 대본에서도 일반적인 재벌2세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에 저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기억을 잃기 전, 잃고 나서, 그리고 다시 찾고 나서가 같은 맥락이었으면 좋겠다는 거였어요, 사람이 바뀌는 건 아니까. 기억을 잃는다고 해서 아예 다른 사람이 되는 게 아니고 기억을 찾았다고 또 다른 사람이 되는 게 아니니까 그 사람의 본질은 계속 가지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그래서 루이의 그런 독특한 설정들을 잡으려고 했던 거죠. 그 부분이 정확하게 표현될 수 있게. 그런 설정, 옷 같은 것들이 많이 필요한 캐릭터였죠. 이번 루이가 연기적으로도 많이 성숙해질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난 것 같아요.”

재벌2세임에도 기억을 잃게 되면서 거지꼴까지 연기했다. 외적인 부분에서도 전과는 사뭇 다른 인상을 줬는데.

“저는 그런 걸 정말 즐겨요. 망가지는 걸 너무 좋아해서 처음에 거지 분장을 했을 때도 제가 좀 더 하자고. 화면에는 잘 안 나왔는데 발가락, 발톱에 때까지 집어넣어서 분장을 했거든요.
겉에만 하는 게 아니라 분장 가루를 손가락에 끼면 진짜 때 낀 듯이 나오거든요. 머리도 포마드 왁스를, 잘 못 바르면 어마어마하게 떡 지는데 그렇게도 하고. 근데 방송에서 잘 안 나와서 좀 아쉽긴 해요. 얼굴 분장도 좀 더 하자하자 했는데 감독님께서 말리더라고요.“

수목극 최하위에서 차곡차곡 시청률이 올라 수목극 1위에까지 올랐다. 시청률 상승의 원인을 스스로 진단해본다면.

“지금 세대에 딱 재미를 줄 수 있는 코드였던 것 같아요. 저희가 얘기했던 게 우리는 힐링드라마다, 청정 드라마, 깨끗한 드라마다, 그런 얘기를 많이 했었는데 드라마를 보고 많이 웃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설정이 강한 장면들도 있었고 온몸에 파스를 붙이고 뛰어다닌 장면도 있었고 그런 드라마에서 잘 보이지 않던 요소들도 있었고 그리고 CG들도 아기자기하게 들어가고. 복실과 루이를 응원해가면서, 또 주변 캐릭터들을 통해 사람냄새를 맡을 수 있고. 해서 우리 드라마는 크게 별 생각 없이 응원해주고 웃을 수 있는, 그런 드라마로 맞아 떨어졌던 것 같아요.“

청정드라마였던 ‘쇼핑왕 루이’를 통해 스스로도 얻은 게 있을까.

“제가 이 드라마를 하면서 감동을 받고 제 인생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했던 신이 피아노를 치면서 ‘지금 이 순간’을 노래를 할 때였어요. 그때 할머니의 시선으로 집안을 쭉 훑는 앵글이 있었는데, 집안사람들이 같이 노래하면서 행복을 느끼면서, 그 다음 대사가 할머니가 집이 너무 북적북적하다고, 그러니까 집사님이 속 시끄러우시면 아무도 집에 들이지 않겠다고 하니까 할머니가 아니라고,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고, 왜 그동안 나 혼자 살았고, 왜 그동안 루이를 방치했는지 너무 후회스럽다. 지금이라도 북적북적 시끄러운 것이 너무 행복하다 하시도 돌아가시는데, 뭔가 주변의 소중함을 잊고 있는 느낌이더라고요. 너무 익숙하다는 거. 뭔가 낯선 사람에게는 최대한 매너를 갖추고 예의 있게 하면서 정작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가족에게는 굉장히 막 대한다는 거죠. 그런 부분에서 드라마를 보고, 지금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서 뭐 안 좋은 일들도 많고 불행한 일들도 많을 거고 행복할 일이나 웃을 일이 별로 없다고 하지만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자신이 놓치고 있는 것을 다시 찾으면 더 재밌는 일이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고 그래서 요즘 좀 주변을 둘러보게 되더라고요.”

쇼핑왕 루이였는데, 사실 쇼핑보다는 댓글 상담이 더 많았다. 혹시 쇼핑왕을 연기하기 위해 준비했던 것들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이라도 있을까.

“저는 그냥 개인적으로는 그걸 기대했었어요. 물건을 보면서 말을 걸고 하는 게 무슨 사연이 있어서 그런 능력이 있는 건가? 초반에 그런 기대를 했어요. 근데 감독님과 얘기를 하면서 생각했던 게, 굳이 설명을 하자면 파리에서 혼자 살면서, 물론 학교도 다니고 했지만 늘 혼자였잖아요. 항상 김 집사님이 너무 같이 있으니까 왕따도 당하고 있었고. 그렇게 혼자 있으면서 어쩌면 나만의 시각적인 것이 아닐까, 그러니까 내가 그 친구를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굳이 또 갖다 붙이자면 이후에 제가 복실과 사람들을 만나고부터는 쇼핑을 거의 안 해요. 그게, 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쇼핑도 쇼핑이지만 지금 제 정체성을 확인해줄 수 있는 무언가 필요했던 거죠. 그래서 쇼핑을 했는데 주변에 사람들이 생기고 저의 존재를 확인시켜주고 다시 기억을 찾았을 때 가족들이 함께 있고. 그래서 엔딩이 마음에 들었던 게, 뭔가 그 호화로운 집이 아니라 옥탑방에서 엔딩이 나요. 루이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과 내가 스스로 사람이 된, 인간적으로 무언가를 느낀 옥탑방이라는 매개체 안에서 끝난다는 게, 뭔가 ‘따라란~’ 하면서 ‘그렇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 라는 게 어울릴만한 엔딩이었다고 생각이 들어요.”

남지현과의 케미가 좋았다는 호평도 많았는데,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었나.

“바로 말을 놓으라고 했어요. 실제 한 7-8살 차이가 있는데 저는 나이에 대한 선입견이 별로 없는 편이기도 해요. 해서 처음에 그냥 네가 편할 때 말을 놓으라고 했더니 처음에는 잘 못하고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서 하더라고요. 근데 앞서도 말씀드렸다시피 한 신마다 리허설을 열 번 이상을 했었고 그래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만들려고 하는데, 그러다보니까 더 가깝게 지내게 되고 서로 더 많은 얘기를 하게 되고, 그리고 16부까지 워낙에 루이가 복실이 없으면 안됐잖아요. 그러다보니까 둘이 계속 붙어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더 많이 친해지면서 복실과의 케미에서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많이 나왔던 것 같아요.”

13년차 배우 남지현은 어떤 연기자이던가.

“굉장히 놀랐던 게, 자기가 준비해온 사투리가 있잖아요. 저도 경상도 사투리를 쓰다보니까 그 어감이, 리듬이 조금만 바뀌면 느낌이 확 달라지거든요. 물론 저는 강원도 말투는 잘 모르지만, (남지현 씨가) 그 강원도 말투 자체를 어느 선배님한테 배워오더라고요. 그 말투만을 배워 와서 연기를 하는데, 만약에 제가 그 사투리를 했었으면 그 외에 무언가를 표현하기가 굉장히 한정적이었을 것 같아요, 그 말투 때문에. 근데 남지현 씨는 그 많은 리허설을 하면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어떨 때는 또 갑자기 (촬영에) 들어갈 때도 있는데 그 모든 걸 수용하더라고요. 막힘이 전혀 없어요. 그만큼, 자기가 가지고 있는 감성이나 감수성이 어마어마하게 넓고 깊은 배우라는 걸 느꼈어요. 13년이라는 그 세월도 있겠지만 이 남지현이라는 사람 자체적으로 타고난 게 어마어마하게 있구나, 정말 대단한 배우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죠.”

'쇼핑왕 루이' 서인국의 이야기, 2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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