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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남자가 해바라기처럼 바라보는 '우리 선희'. 홍상수 감독의 영화 <우리 선희>

  • 입력 2013.09.04 01:41
  • 기자명 남궁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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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6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한 홍상수 감독의 <우리 선희>는 감독의 특기인 일상을 파고들어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일을 극사실화한 작품이다. 영화는 "우리가 정리하고 정의하지 않을 수 없지만, 우리의 그런 정의 내리기가 또 우리의 한계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에선 우리의 이런 면을 좀 과장되게 드러내 보였습니다"라는 홍상수 감독의 말대로 주인공 선희가 만나는 세 명의 남자가 선희를 부르는, 선희를 일컫는 표현의 반복적인 상황을 보여준다.   영화과 졸업생 선희(정유미)는  미국유학을 위한 추천서를 최교수(김상중)에게 부탁하기 위해서 오랜만에 학교에 들린다. 최교수를 만나기 전, 선희는 과 선배인 상우(이민우)를 만나지만, 상우는 선희한테 함께 커피라도 마시면서 잠깐 이야기를 하자고 하지만 선희는 상우를 매몰차게 거절한다.
  한편, 캠퍼스에서 최교수를 만난 선희는 최교수가 평소 자신을 예뻐한 걸 알고 있는터라 그가 추천서를 잘 써줄 거라 기대한다. 그러면서 선희는 오랜만에 밖에 나온 덕에 갓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문수(이선균)와 나이든 선배 감독 재학(정재영)도 만난다.
  차례로 이어지는 최교수, 문수, 재학, 이렇게 세 남자와의 만남 속에서, 세 남자는 선희에게 좋은 의도로 ‘삶의 충고’란 걸 해준다. 선희에게 관심이 많은 남자들은 속내를 모르겠는 선희에 대해 억지로 정리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선희에 대한 정리들이 이상하게 비슷해서 마치 사람들 사이를 옮겨 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삶의 충고’란 말들은 믿음을 주지 못하고 미끄러지는 거 같고, 선희에 대한 남자들의 정리는 점점 선희와 상관없어 보인다.    세 명의 남자와 만나 술자리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며 인생사와 선희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지만 선희는 그 뿐, 남자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리고 추천서를 받아낸 선희는 나흘간의 나들이를 마치고 떠나지만, 남겨진 남자들은 ‘선희’란 말을 잡은 채 서성거린다.
  영화 <우리 선희>에서 최교수와 문수, 재학은 '우리 선희'를 '내성적이지만, 안목있고, 용감하다. 그리고 때로는 또라이같기도 하다'라고 정의를 내린다. 이 세 남자의 똑같은 평은 우리 선희를 바라는 해바라기처럼 선희를 찾아 두리번거린다. 마치 술자리 모임에서 매번 같은 노래를 듣는 것처럼 최교수와 문수, 재학은 선희에 대한 똑같은 평을 한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CG와 후반작업으로 많은 효과를 그려내는 요즘의 디지털 영화와는 달리 아날로그적 감성을 계속 유지한다. 그의 영화에 꾸준히 등장하는 장소인 북촌은 이제는 마치 홍상수 감독을 대변하는 동네로 자리잡은 듯 하다. 그의 영화가 아날로그 감성을 유지하는 것처럼 북촌은 옛것에 대한 향수와 전통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을 사는 일상의 사실을 뚝심있게 그려내는 홍상수 감독이 <우리 선희>는 9월 12일, 국내 관객들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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