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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거스를 수 없었던 조선 초기 핏빛 역사. 영화 <관상>

  • 입력 2013.09.03 01:08
  • 기자명 남궁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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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첫인상은 중요하다. 사람에게 호감을 갖는 대부분의 계기가 첫인상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사람의 얼굴 모습만을 읽고 사람의 속내와 운명을 말하는 유명한 '관상(觀相)'은 신라시대에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고 전해지며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가장 활발하게 유행한 후 관상학으로 발전했다.   영화 <관상>은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천재 관상가 내경(송강호)과 처남 팽헌(조정석), 그리고 내경의 아들 진형(이종석)이라는 주요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몰락한 양반 가문으로 처남 팽헌과 하나뿐인 아들 진형과 산속에 칩거하고 있던 내경은 관상 보는 기생 연홍(김혜수)의 제안으로 한양으로 향하고, 연홍의 기방에서 사람들의 관상을 봐주는 일을 하게 된다. 용한 관상쟁이로 한양 바닥에 소문이 돌던 무렵, 내경은 김종서(백윤식)로부터 사헌부를 도와 인재를 등용하라는 명을 받아 궁으로 들어가게 된다. 궁에서 일을 하던 그는 아들 진형이 관직에 나가기를 만류하는 자신의 뜻을 거스르고, 당당히 과거시험에 장원 급제해 궁에 입성하게 된 아들과 마주친다. 그러나 진형은 몰락한 양반임을 숨기고 이름을 바꾸어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주어진 운명을 바꾸려 한다.    한편, 힘과 능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왕으로 책봉되지 못했던 데에서 자격지심을 안고 산 수양대군은 단명한 문종의 동생으로, 어린 조카 단종을 없애고 권력 찬탈로 조선의 새 왕이 되고자 한다. 왕위에 오르기 위해 늘 기회를 노리던 그는, 자신의 야심을 꿰뚫어 보는 내경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를 견제하게 된다. 내경 또한 수양대군(이정재)이 역모를 꾀하고 있음을 알게 되고, 그는 김종서와 함께 위태로운 조선의 운명을 바꾸려 한다.
  영화 <관상>은 왕의 자리가 위태로운 조선초기, 얼굴을 통해 앞날을 내다보는 천재 관상가가 조선의 운명을 바꾸려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관상이라는 큰 기둥을 중심으로 시대를 뒤흔든 역사적인 사건과 역사의 광풍 속으로 뛰어든 어느 한 사람의 기구한 운명, 그리고 뜨거운 부성애, 각기 다른 얼굴만큼이나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욕망까지, 하나의 거대한 스토리를 담아내고 있다. 
  특히 관상가가 궁에 들어가 인재를 등용하는 일에 비범한 능력을 발휘하고, 나아가 관상으로 역적을 찾아낸다는 설정은 관상이라는 소재와 역사적 사건과의 깊은 연관성에 대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뿐만 아니라 단순히 흥미로 보는 개념을 뛰어넘어 어느 개인과 나라의 운명까지 좌지우지하는 관상의 힘에 놀라움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는 드라마의 고저도 없이 그저 밋밋한 시대극으로 결말을 내린다. 영화는 내경의 입을 빌어 바람을 거스를 수 없는 파도처럼 시대를 거스를 수 없는 사람의 세상사를 읽지 못했던 관상가인 자신의 처지를 탓하고, 시대의 파도에 휩쓸려가는 한낱 작은 인간이란 존재임을 깨달게 될 뿐이다.
  만나면 만날수록 진국인 사람이 있는 반면, 호감형 첫인상이 후에 나쁜 방향으로 바뀌는 경우가 있는 우리 세상사. 사람의 됨됨이를 첫인상으로 파악할 수 없듯이, 영화 <관상>은 관객들에게 시대와 역사에 대해 잠시나마 생각하게 만든다.
  수양대군을 연기한 이정재는 <신세계> 이후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영화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악인의 면모를 보여준다. 또한 내경을 연기한 송강호 역시 한국인이 사랑해 마지 않는 배우로서 내경의 굴곡진 인생을 수려하게 연기한다. 조선시대 핏빛 역사를 드라마식으로 재현한 영화 <관상>은 9월 1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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