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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퍼지는 무서운 공포. 영화 <감기>

  • 입력 2013.08.08 10:09
  • 기자명 남궁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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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입국 노동자들을 분당으로 실어 나른 남자가 원인불명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사망한다. 환자가 사망한지 채 24시간이 되지 않아 분당의 모든 병원에서 동일한 환자들이 속출한다. 사망자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만 분당의 시민들은 무방비상태로 바이러스에 노출된다. 감염의 공포가 대한민국을 엄습하고, 호흡기를 통해 초당 3.4명 감염, 36시간 내 사망에 이르는 사상 최악의 바이러스에 정부는 2차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 재난사태를 발령, 급기야 도시 폐쇄라는 초유의 결정을 내린다. 피할 새도 없이 격리된 사람들은 일대혼란에 휩싸이게 되고, 대재난 속 사랑하는 이들을 구하기 위한 사람들과 죽음에서 살아 남기 위한 사람들은 목숨을 건 사투를 시작한다.   영화 <감기>는 급속도로 퍼지는 감기 바이러스 중 치사율이 높은 변종 바이러스에 의한 호흡기 감염을 다루고 있다. 감염 이후 50% 정도가 죽음에 이르는 변종 H5N1(조류 독감)은 무서운 속도로 사람들 사이에 퍼진다. 그리고 사람들의 공포 또한 무서운 속도로 '감염'된다.
  영화는 감기 바이러스의 무섭도록 빠른 확산속도와 치사율을 일찌감치 보여준다. 하지만 이 영화의 무서운 바이러스는 사람들간에 발생하는 '공포' 바이러스다. 사람들을 격리하고 수용한 상태에서 우후죽순처럼 번지는 루머와 불안감은 감기라는 1차적인 감염보다 훨씬 무서운 감염속도로 번진다.   폐쇄된 캠프에서 사람들을 선동해 군중을 동요시키는 사람, 한 편으로는 어떻게든 사람들을 구조하려는 사람, 그리고 가족을 지키려는 사람 등 격리수용시설에는 '불안'이라는 사람들의 심리가 이성적이지 못한 행동을 하게 만든다. 
  치명적 변종 바이러스는 백신을 찾지 못한 채 급격하게 확산되고, 국가적 재난상태는 미국 CDC(질병통제예방센터)의 개입으로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군사작전을 실행에 옮기고자 한다. 한국과 미국 사이에 체결된 전시작전통제권을 내세우며 '클린시티' 작전을 감행하고자 하는 미국을 저지하고 국민을 지키려는 대통령은 결의에 찬 각오로 재난사태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한다.   영화는 이제껏 위험성을 의식하지 못한 채 일상 속에서 혐오감 없이 받아들여온 ‘감기’가 사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엄청난 바이러스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의미를 새롭게 반전시키며 충격을 배가한다. H5N1 변종 바이러스로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며, 기침, 홍반, 고열 등을 동반한 이 감기 바이러스가 대한민국에서 발견되면서 벌어지는 영화 <감기>의 대재난은 상상 그 이상의 보다 현실적이고 충격적인 비주얼로 그려지고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가치에 대한 묵직한 물음을 던진다. 
  일상을 유지하던 평범한 시민들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살고 있던 공간이 바이러스로 오염되고, 생명의 위협을 받는 상태에 놓인다. 뿐만 아니라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는 도시를 폐쇄하고, 피할 사이도 없이 폐쇄된 공간에 갇힌 사람들은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자신과 가족을 지켜내야만 한다는 사명감으로 서서히 이타적, 혹은 이기적으로 변해간다. 영화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등장인물들의 시선으로 고스란히 담아낸다. 김성수 감독은 치명적 공포에 맞닥뜨린 사람들을 현실감 있게 그리기 위해 시나리오 개발 단계에서 '나에게 정말 이런 일이 터지면 어떻게 대처할까?'라는 질문을 자주 던졌다고 한다. 그 결과 탄생한 <감기> 속 캐릭터들은 스토리를 보다 풍성하게 만들며 보는 재미를 더한다. 또한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낸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은 관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영화 속 충격과 현실이입을 배가시킨다.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이러한 바이러스의 감염 공포를 다룬 <감기>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감기’라는 단어가 생존과 안전을 위협하는 거대한 공포로 바뀔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일깨워준다. 다양한 바이러스의 변종과 진화가 끊임없이 인류를 위협하는 감염의 공포를 그린 영화 <감기>는 8월 14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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