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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선보다 사랑스러운 아역

드라마 리뷰: 부탁해요 캡틴 5, 6회

  • 입력 2012.01.27 14:25
  • 기자명 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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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대세는 거의 결정 났다고 봐야한다. 새해벽두부터 진검승부를 벌였던 수목드라마 전쟁에서 MBC ‘해를 품은 달’이 압도적으로 앞서나가고 있다. 그런데 KBS ‘난폭한 로맨스’와 SBS ‘부탁해요 캡틴’에게는 추격할 수 있는 기회가 존재했었다. 아역에서 성인 역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찾아오게 될 ‘해를 품은 달’의 혼란을 동시간대 경쟁작들이 충분히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혼란이 시작되기도 전에 수목드라마 전쟁의 승패는 결정나버리고 말았다. ‘해를 품은 달’이 24.9%(5회) ▷ 29.3%(6회)로 상승한 반면에 ‘난폭한 로맨스’는 5.7%(5회) ▷ 6.4%(6회)로 지지부진하고 ‘부탁해요 캡틴’은 9.6%(5회) ▶ 9.4%(6회)로 시청률이 하락해 버린 것이다. 특히 ‘부탁해요 캡틴’은 부지런히 쫓아가도 모자란 시기에 오히려 뒷걸음질 침으로서 그나마 존재했던 실낱같은 가능성마저도 사라져 버렸다.

막상 ‘부탁해요 캡틴’ 5, 6회를 보면 시청률이 뒷걸음질 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게 느껴진다. 드라마 자체가 도무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전문직 드라마인줄 알았는데 전문성을 도무지 찾아볼 수 없고, 밝고 희망찬 명랑 드라마인줄 알았는데 막장설정이 폭풍처럼 몰아치고, 여기에 출생의 비밀+민폐 가족+4각 관계 등등 대한민국 드라마의 병폐란 병폐는 모두 한데 몰아넣은 상태이다. 알다시피 ‘부탁해요 캡틴’은 2011년 최고의 드라마라 평가받는 명품사극 ‘뿌리깊은 나무’의 후속으로서 방송되고 있다. 따라서 시청자들로서는 ‘뿌리깊은 나무’의 퀄리티를 ‘부탁해요 캡틴’이 이어가 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작 후속작이랍시고 방송된 드라마가 첫방부터 상조&막장 드라마에 갈수록 섞어잡탕찌개인 상황이니 시청자들이 외면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렇다면 ‘부탁해요 캡틴’의 실패로 인하여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사람은 누구일까? 단연 원톱 주인공을 맡고 있는 ‘한다진’ 구혜선이다. 아닌 게 아니라, 첫방이 방송된 직후부터 구혜선에 대한 비난의 융단폭격이 시작되었다. 연예매체들이 진격나팔을 요란하게 불어대고 여기에 일부 네티즌들이 뒤따르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마치 구혜선 때문에 드라마의 시청률이 안 나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남주인공 김래원이 그처럼 비난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동시간대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천일의 약속’의 경우에서 보듯이, 신하균이 신들린 듯한 연기를 했음에도 결국 ‘빛과 그림자’에게 동시간대 1위 자리를 내준 채 종영된 ‘브레인’의 경우에서 확인되듯이, 드라마의 성패를 결정하는 비중은 ‘작가>연출자>연기자’의 순이다. 따라서 작가-연출자에 대한 평가 없이 원톱 여주인공에게만 비난을 쏟아내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실제로 ‘부탁해요 캡틴’은 새로운 작가와 새로운 연출자를 투입하여 드라마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서 애를 쓰고 있다. 물론 이것이 과연 실효성을 거둘는지는 의문이지만 이와 같은 움직임만으로도 ‘부탁해요 캡틴’의 부진이 오직 원톱 여주인공인 구혜선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부진을 탈출하기 위하여 ‘부탁해요 캡틴’이 최선우적으로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는 집중력과 색깔 확보이다. 즉, 전문직 드라마면 전문직 드라마로서의 집중력 있는 스토리를 전개하고, 캔디 드라마면 캔디 드라마로서의 확실한 색깔을 내야만 한다. 지금처럼 이도저도 아닌 상황에서는 시청자들이 스토리-캐릭터-갈등에 몰입하기 힘들다. 더불어 어설픈 일본드라마 흉내는 그만두는 것이 좋다. 매회 비행기를 타는 승객들의 감동스토리를 어필하려드는 시도는 나쁘지 않았으나, 이를 작가-연출자가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6회에 등장한 왕따를 위한 기내방송은 손발이 오그라들 만큼 민망하기 이를 데 없었다. 요즘 시끄럽기 그지없는 왕따문제가 그런 감상적인 방식으로 해결된다는 발상자체가 작가의 역량부족을 고스란히 나타낸다. 이는 마치 학생들에게 실망을 느껴 사표를 던진 선생님을 잡기 위하여 학생들이 창문에서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수준이었다. 기본적으로 작가가 자신이 다루는 소재에 대한 충분한 취재와 이해가 되어있지 않다고 보아진다. 배경만 비행기일 뿐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고속버스 수준인 것이다. 따라서 ‘부탁해요 캡틴’이 계속 비행기를 소재로 삼을 거라면 우선 전문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력의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비행기내에서 뭐가 되고 뭐가 안 되는지 정도는 작가가 확실히 알면서 에피소드를 구성해야만 시청자들의 비웃음을 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시청자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구혜선도 ‘한다진’이란 캐릭터의 표현방식을 전반적으로 재검토를 해야만 한다. ‘한다진’은 전형적인 캔디 캐릭터이다. 캔디 캐릭터가 시청자들의 공감과 사랑을 받지 못하면 민폐 캐릭터로 돌변해버리고 만다. 현재 ‘한다진’은 시청자들의 사랑은커녕 공감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전혀 사랑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억지로 굵은 목소리를 내며, 몸에 힘을 잔뜩 준 캔디를 사랑해줄 시청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 시청자들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뽀송이’를 연기하는 아역처럼 굴어야만 한다. 보고 있으면 절로 미소가 머금어지고, 자꾸 손을 내밀어 쓰다듬어 주고 싶어지도록 만들어야만 하는 것이다. 따라서 구혜선은 ‘한다진’의 변화를 멀리에서 찾을 필요조차 없다. 딱 ‘뽀송이’만큼만 사랑스러워지면 된다. 만약 구혜선이 ‘한다진’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데 성공한다면, 최악의 경우 ‘부탁해요 캡틴’이 망하더라도 원톱 여주인공으로서 받게 되는 데미지를 최소한도로 줄일 수 있다.

[사진=‘부탁해요 캡틴’ 캡쳐] 



※ 본 컨텐츠는 토끼풀(TalkyPool) 공식 블로그에서 제공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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