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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멧둔재 트레킹
유형상 기자  |  fuco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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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6.24  10: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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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게의 등산하는 사람들은 빨리 정산에 올라 성취감을 맛보고 서둘러 하산을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느림이란 귀찮은 존재일 뿐이다. 길의 완주가 목표인 사람들은 길은 하나의 목적지에 가기위한 수단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또 다른 의미도 없다. 그 사람들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단지 걸을 뿐이다.

구부러지고 불편한 오래된 길은 똑 바른 새 길에 밀려 잊혀져간다. 그 새 길을 가는 우리는 그 만큼 속도를 내게 되고 따라서 그 만큼 보지 못하고 지나친다. 순간의 반짝임, 순간의 흔들림, 순간의 움직임, 느리게 걷는 길은 그 만큼 우리에게 많은 걸 보여 준다. 모두 빠르게 걸으면 놓치고 지나가는 순간들일 뿐이다. 느리게 걸으면 모든 사물이 느리게 다가온다. 그런 길을 오늘 걷는다.

며칠 전 바쁘게 살던 생활패턴을 바꾸고자 한적한 시골길을 걷기로 도보여행을 떠났다. 목적지는 평창 멧둔재, 멧둔재 옛길은 평창읍 노론리와 미탄면 창리를 연결하는 길로 42호선 국도의 멧둔재 터널의 개설에 따라 폐도 되었다. 폐도 된 지 20년이 지나면서 주변의 소나무와 잡목림 등 수목이 울창하게 자라 생태가 잘 복원 된 곳이다.

이 멧둔재 아래로도 터널이 뚫린 것은 1991년 12월. 터널이 뚫리기 전만 해도 비포장의 고갯길로 차를 넘는 데 40분 남짓 걸렸다하나 이제 10분도 채 걸리지 않으니 재 아래 미탄 사람들에게는 제법 큰 변화라면 변화일 것이다.

우리가 걷기 시작한 곳은 평창읍 노론리 쪽의 오물처리장부터였다, 이곳에서 시작한다면 대중교통으로는 따로 오기 힘든 곳 이라한다. 하지만 우리는 차로 이동하였기에 오물처리장에 차를 대고 걷기 시작하였다.

입구 안내간판에는 삼방산등산로라고 표기 되어있지만 멧둔재 옛길이 어려운 길 일거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등산로는 따로 있고, 이곳 멧둔재 옛길은 예전에 차가 다녔을 정도로 경사가 심한 곳은 아니다.
   
▲ 삼방산등산로 표지판
하지만 이젠 멧둔재 터널이 생겨서 40분 만에 돌아가던 길을 10분도 안 돼서 통과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이용하지 않는 길이 되었고, 차를 가지고 이 길을 간다고 해도 충분히 지나갈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멧둔재 옛길에 오면 자연스럽게 차를 놓고 걷고자 하는 마음이 생길 것이다.
   
▲ 지천으로 핀 고광나무
이 멧둔재 옛길을 걷기 시작 했을 때엔 마치 수목원으로 들어가는 듯 한 기분을 느낄 수가 있었다. 입구부터 하얗게 가득 메운 고광나무의 꽃은 기는 길목 내내 우리를 따라다닐 정도로 지천이었고, 아래 비탈로는 아카시나무 꽃향기가 바람을 타고 우리의 코끝까지 배달되었다. 또 가는 길목마다 어찌나 나무가 무성하던지, 일부러 더 많이 조성을 해놓았다고는 하지만, 그만큼 자연적으로 잘 관리가 되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된다.
   
▲ 흰꽃이 매력적인 물참대
   
▲ 길옆에 많았던 어수리
 길옆으로는 초여름 날씨답게 고광나무, 물참대, 어수리, 으아리등이 하얗게 수를 놓았고, 이제는 거의 씨를 맺어가는 쥐오줌풀이 연분홍색깔로 길가에 지천으로피어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길은 유순해서 오르막인지 모르게 올라서 어느새 산 아래로 동네가 보이기 시작했다.
   
▲ 한적한 길을 같이한 친구들
   
▲ 푸근한 흙길 멧둔재
그렇게 한 시간 남짓 오르니 삼거리길 안부가 나왔다. 그냥 길이 좋은 쪽으로 직진을 하였다. 여러 매체를 통하여 멧둔재가 복원이 잘되었다 소식을 들은 터이기에 의심의 여지가 없이 잘 복원된 길을 그냥 걸은 것이다. 길은 정상부근까지 돌고 돌아 잘 정비 되었다. 발아래로는 현기증을 느낄 정도의 가파른 계곡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 새로 닦아논 길-저길로 걸어들어갔다
   
▲ 갈수록 길은 고도가 높아져 하늘과 닿을 듯 하다.
그리 또 한 시간을 오르니 길이 사라졌다. 우린 사방으로 흩어져 길을 찾았다. 그러나 길은 더 이상 무슨 이유인지 정상부에서 끊겨져 있었다. 곰곰 생각해 보니 새로 뚫린 길 옆으로 어슴푸레 길이 보였던 게 생각이 났다. 우린 다시 길을 내려갔다. 세 갈래 길로 회귀하여 희미한 길로 접어들으니 그 길이 맞는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곳 우측으론 삼방산 탐방로 이정표가 보인다. 이곳에 멧둔재 옛길 표지판 하나 세우면 좋았으련만.........
   
▲ 계곡에 지천인 산괴불주머니
시계를 보니 무려 2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그러나 그 시간을 허비한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정상부에서 마주친 큰꽃으아리 군락, 우단 같은 그늘사초속으로 군락을 형성해서 핀 은대난초들, 길을 헤메다 만난 야생더덕 군락, 이 모든 것이 흘러간 시간을 거슬러 우리에게 행복으로 다가 왔기 때문이다.
   
▲ 은대난초
   
▲ 큰꽃으아리
다시 찾은 옛길로 발을 옮겼다. 그늘 숲속길이라 호젓하긴 했으나 옛길이란 얘기가 무색 할 정도로 길은 험했다. 아니 험하다기 보다도 언제 정비 했는지 모를 정도로 10여미터 간격으로 쓰러진 나무 들이 길을 막았다. 나무 밑으로 기어가거나, 아니면 우회를 해야 하는데 그것도 만만치 않다. 아마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20여개의 쓰러진 나무가 길을 막았던 것 같다.
   
▲ 쓰러진 나무밑을 기어나가고
   
▲ 길막은 나무를 헤쳐나갔다
40분 만에 숲속길에서 벗어나 기슭으로 난 길에 다다랐다. 여기서 부터는 사람 손길이 닿은 느낌이 들었다. 이팝나무와 마가목 등을 식재해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갑자기 뒤에서 “크헝” 하는 소리에 온몸의 피가 얼어붙는 듯한 공포가 잠시 온몸을 싸고돌았다. 일행 모두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앞서 갔지만 나는 사진을 찍다 뒤쳐졌기 때문이다.
   
▲ 국수나무
다시 “크르렁” 하는 소리가 났다. 가만히 들어보니 근처 노루가 있었는지 노루 울음소리였던 것이다.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서둘러 길을 재촉했다. 그리해서 10여분 더 내려가니 자동차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우측으로 커다란 공터가 보였다. 가만히 살펴보니 쓰레기 매립장이었다.
   
▲ 빨갛게 익은 올괴불나무 열매
그 옆 비탈로 난 길을 다시 10여분을 더 가니 일행들이 우왕좌왕하고 서있었다. 앞엔 커다란 흙더미가 길을 막았다. 앞으로는 진행을 막는 흙더미와 나무뿌리를 산더미처럼 쌓아 길을 막아놓고 좌측으로는 가파른 산, 우측으로는 낭떨어지, 진행 할 수도 그렇다고 뒤돌아 갈 수 없는 참으로 난감한 진퇴양난 이었다. 이렇게 길을 막을 양이면 아예 처음부터 안내문을 붙여 놓아 길을 들어서지 않도록 하던지 아니면 아래로 내려 갈수 있도록 우회길을 만들어 놓던지 평창군의 행정이 얄밉기만 했다.
   
▲ 앞을 가로막은 장애물
   
▲ 차도로 내려서는 것도 만만치않다.
그러나 뒤돌아 설 수는 없는 터, 앞으로 진행하면서 다시 우측으로 빠지며 길을 나섰다. 미끌어지고 구르기를 몇 번, 마침내 우측 새로 난 도로로 간신히 내려 설 수 있었다. 앞으로 진행하면 영춘가든이 있다는데 어디로 가는 것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공사하다 방치를 했는지 다시 차가 다니는 차도로 내려 갈 방법도 묘연해 공사장으로 무작정 걷다가 겨우 차도로 내려 설 수 있었다.

옛길을 걸을때 까지는 좋았는데 막판에 힘을 빼버리니 좋은 기억 한켠으로 불편함이 함께 자리했다. 차로 조금 나가니 미탄이 나와 그곳에서 4시경에 늦은 점심으로 배를 채우니 부러울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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