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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품은섬 내도

  • 입력 2013.05.30 09:53
  • 기자명 유형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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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밥을먹고 늑장을 부리는데 빨리 배표부터 매표를 하라고 민박집 아주머니께서 독촉을 하신다. 밖을 나가 보니 내도행 선착장에 벌써 사람이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 우린 서둘러 표를 끊고 미리와 대기하고 있던 내도행 배에 올랐다.거제 내도는 참으로 묘한 매력을 주는 섬이다. 외도가 잘 꾸며진 화려한 꽃 동산이라면 내도는 꼭꼭 숨어있는 비밀의 숲과는 같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거제 내도 가는 길은 거제 구조라 선착장에서 배를 타면 된다. 구조라에서 출발하는 배편은 하루에 5편이 있다.내도행 배는 9시, 11시, 13시, 15시, 17시 5편이 있고 내도에서 나오는 배편은 09시 30분, 11시 30분, 13시 30분, 15시 30분, 17시 30분 5편이 있다. 거제 내도를 총 길이는 약 3키로 정도 되므로 한번 둘러보는데 약 1시 30분 정도면 충분하다하나 그건 대충 볼 때 얘기이고 우리처럼 여행을 즐기면 2시간도 부족하였다.선착장에 내릴때 배에서 방송을 하셨다. 내리자마자 왼쪽부터 돌면서 구경하는게 힘이 덩든다고 그러나 우린 내리자마자 누구라 할 것 없이 우측으로 계단을 올라 길도 희미한 곳으로 거침없이 올랐다. 동백나무와 이름 모를 난대림이 우거진 사이로 한줌씩 빛이 새어 들어온다. 간간히 풀밭위에 떨어져 뒹구는 동백이 우리의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새소리에 취해 바람소리에 취해 걷다 보니 희망전망대가 나왔다. 어제 내내 보았던 외도와 해금강이 보였다. 우린잠시 모델이 되어 본다. 오브제는 바람과 태양.다시 출발하여 가는 길은 바다와 친구가 되는 길 같았다. 나무가 가리는 듯 하다 다시 바다가 나오고 파도가 멈추는 듯 하다가 다시 부서지는 파도소리가 발걸음을 붕붕뜨게 만들었다. 휘익하며 부는 바닷바람은 절벽쪽으로 난 해송을 뒤 흔들어 뽀얀 송화가루를 날리게 했다. 문득 박목월의 시 “윤사월”이 생각났다.

 윤사월(閏四月)

                      박목월
송홧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집
눈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고
엿듣고 있다

음력 윤사월이면 양력으로 대충 6월이다. 이미 봄은 무르익을대로 익은 시기이고 여름의 초입이다. 인적도 없는 한적하고 고요한 시골 산골의 풍경. 저 멀리 산비탈에 보이던 외딴집에 외로히 사는 산지기 딸 눈 먼 처녀가 열린 귀로 윤사월 세상을 보고 있는 평화로운 정경이 떠올랐다.

어린시절 노란 송홧가루 날리는 산판에서 해 질 때까지 놀다 어둑해져서 집에 들어가면 어머니께서 회초리로 종아리를 때리곤 하셨는데 지금은 송홧가루 날리던 그 소나무도 없어졌을 테이고, 더 이상 꾀꼬리 노래 소리도 들리지 않고, 더욱 서글픈 건 회초리로 종아리를 때리시던 어머님도 더 이상 계시지 않으니 세월도 무척 많이 지나긴 했다. 회상에 잠기다 보니 연인길을 지나 신선전망대이다. 이젠 내도가 지척이고 해금강도 바로 보이는 것 같다. 좌측으로는 망산 끝에 자리한 서이말 등대도 보인다. 그곳을 다시 거슬러 연인길 삼거리로 오는데 나무마다 명찰을 달고 있다. 후박나무, 참식나무, 센달나무, 생달나무, 까마귀쪽나무... 머리가 점점 복잡해져 온다. 중요한건 모두 녹나무과이니 내가 보긴 그 나무가 그 나무겠지 하며 위안을 삼았다.

인길을 지나니 같은 배로 들어왔던 일행들이 왁자지껄 반대편에서 몰려왔다. 거꾸로 돌길 새삼 잘했다 생각이 든다. 그렇게 동백이 늘어진 길을 걸다보니 세심전망대가 나왔다. 지금껏 마음을 씻었는데 또 무슨 씻을 거리가 있겠냐마는 그래도 전망대에 올라 다시한번 쪽빛 남쪽 바다를 가슴에 넣었다. 이제는 가는 길, 대숲을 지나 내리막길을 내려가니 편백숲이 보였다. 바다에서 정화된 바람을 다시 편백이 정화를 하니 파란 쪽빛바다를 잔뜩 머금은 가슴이 단숨에 씻기운다. 선착장으로 향하니 이젠 사람이 몰린다. 이곳도 지심도 짝 나겠구나 하는 우려만을 남긴 채 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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