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유쾌한 희망의 한 모금, 영화 <앤젤스 셰어>

  • 입력 2013.05.07 09:41
  • 기자명 남궁선정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앤젤스 셰어’란 ‘천사의 몫’이란 뜻으로 위스키나 와인을 오크통에 보관해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해마다 그 분량이 2~3%씩 자연증발하는 것을 가리키는 용어를 가리킨다. 켄 로치 감독의 영화 <앤젤스 셰어>는 2012년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한 작품답게 잘 숙성된 위스키처럼 향기로운 웃음과 감동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영화는 위스키 오크통 밑바닥에 가라앉은 찌꺼기처럼 사회의 밑바닥에서 희망없는 삶을 살던 네 명의 청년백수들이 사회봉사센터에서 만난 인연으로 시작한다. 직업도 없이 사고만 치고 다니는 청년 백수 로비(폴 브래니건)는 폭행 사건에 연루돼 법원으로부터 사회봉사 명령을 받는다. 여자친구의 출산으로 아빠가 된 그는 갓 태어난 아들의 얼굴을 처음 본 순간 아들에게 자신과 같은 삶을 되풀이하게 하지 않겠다고 굳게 결심한다. 어느 날 사회봉사 교육관의 집에서 난생 처음 몰트 위스키를 맛보게 된 그는 자신이 예민한 후각과 미각을 타고났으며 위스키 감별에 선천적 재능이 있음을 알게 된다. 사회봉사를 함께 하는 친구들과 함께 위스키 시음 행사에 갔다가 수십억을 호가하는 세계 최고의 위스키 경매가 곧 열릴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세 명의 친구들과 함께 자신의 타고난 위스키 감별 재능을 이용해 일생일대의 인생 반전을 계획한다.    네 명의 청년백수들의 캐릭터는 희망이라고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는 밑바닥 삶을 살고 있지만 알고보면 개성과 매력이 넘치고 유머감각마저 갖춘 ‘네 명의 친구들’이 더없이 생생하고 리얼한 연기로 영화를 더욱 빛난다. 눈에 보이는 족족 주머니에 넣는 날치기의 귀재 ‘모(자스민 리긴스)’. 그녀의 이번 죄명은 ‘애완동물 가게의 앵무새를 훔친 죄’이다. 싸구려 술에 만취해 기차역에서 난동을 피운 죄로 붙잡힌 상식 제로 ‘알버트(게리 메이틀랜드)’는 지성의 상징인 안경이 무색하게 올해가 몇 년도인지, 모나리자가 뭔지도 모르는 스코틀랜드 최강 백치남이다. 취중 공공기물 파손의 일인자 ‘라이노(윌리엄 루앤)’는 빅토리아 여왕 조각상에 이어 이번에는 술과 약물에 취해 웰링턴 공작 조각상에 올라탄 죄로 다시 재판정에 섰고, 이들 모두는 사회봉사센터에서 만나고 우정을 키워나간다.   거장 켄 로치 감독은 <앤젤스 셰어: 천사를 위한 위스키>에서도 생동감 있는 유머와 따뜻한 감동의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관객들이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에게 호감과 애정을 느낄 정도로 감독은 네 명의 캐릭터를 향한 따뜻한 시선을 결코 거두지 않는다. 특히 ‘범죄자’ ‘돈만 축내는 자’ 등 한심한 존재로 비쳐지는 이 사회의 젊은 청년들이 고민과 유머, 책임감과 선의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켄 로치 감독의 <앤젤스 셰어>는 직업도 미래도 없이 혹독한 미래를 직면하고 있는 전세계의 수많은 젊은이들에 관한 영화다. 가난과 폭력의 굴레에 시달리는 하층민의 삶을 다루고 있지만 심각한 사회적 주제를 진지하고 무겁게 다뤘던 전작들과는 달리 따뜻한 통찰과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예측불가능한 유머와 카타르시스, 따뜻한 감동이 담겨 있는 켄 로치 감독의 <앤젤스 셰어>는 5월 16일 국내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저작권자 © 연예투데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