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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안남근, LDP 정기공연으로 안무가 데뷔 "많은 책임감 느껴"

  • 입력 2016.03.12 21:16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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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3월 11일부터 13일(일)까지 3일간,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LDP무용단의 16번째 정기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LDP무용단의 정기공연은 벨기에 출신의 유명 안무가 사무엘 르프브르(Samuel Lefeuvre)와 플로렌시아 데메스트리(Florencia Demestri)의 작품 ‘NERF, 네흐’와 Mnet ‘댄싱9’을 통해 스타무용수로 발돋움한 현대무용가 안남근의 첫 안무작 ‘나는 애매하지 않습니까? 당신에 대하여 - 부제 : Swan Lake’(이하 ‘Swan Lake’)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안남근이 첫 안무작으로 선보인 ‘Swan Lake’는 고전발레 ‘백조의 호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여러 명의 지크프리트와 여러 명의 오데트가 등장해 ‘백조의 호수’ 속 ‘사랑의 서약’ 대신 ‘슬픔의 노래’를 부르며 희극적 결말을 만드는 등 줄거리도 대폭 수정했다. 때로는 그로테스크하게, 때로는 블랙코미디 같은 상황과 움직임을 연출해 관객의 보는 재미를 배가시키고자 했다.

11일 오후, 드레스 리허설에서 만난 ‘Swan Lake’는 흡사 한 편의 연극 무대를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안무가 안남근을 포함한 13명의 무용수들의 다채로운 움직임부터 동화적인 새하얀 세트, 그와 대비되는 강렬한 붉은 장미의 오브제 활용은 더욱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에 12일 오후, 둘째 날 1부 공연까지 마친 안무가 안남근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안무가로서 첫 작품을 공연하고 있다. 소감이 어떤가. “아직 내일까지 공연이 남아 있지만 평소 같으면 준비한 작품을 올렸을 때 첫 공연을 하고나면 뭔가 끝났다, 기분 좋다 하는 후련한 기분이 있는데, 이번 공연은 뭔가 끝나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랄까, 어떻게 했는지도 모를 만큼 얼떨떨하면서 한편 덤덤한 상태다. 어제는 워낙 정신없는 상태에 인터뷰도 많고 생각할 게 너무 많았는데, 오늘은 그래도 좀 편하게 작품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첫 작품에 대한 주변 반응은 어땠나. “일단 재밌다, 좋다는 반응들을 많이 해주시더라. 무엇보다 ‘안남근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고, ‘딱 너 같이 짰다’는 말을 들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안남근스럽다’는 말을 스스로 정리해줄 수 있겠나. “나는 되게 진지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무용수로서는 평소 나의 움직임들이 다른 남성 무용수들에 비해 섬세하다거나 하는 면에서 중성적인 느낌이라는 평을 많이 듣는다. 그러한 전체적인 색깔이 하나로 확실한 느낌은 있다. 색깔도 빨강, 파랑, 검정 같은 원색을 좋아해서 평소 입는 옷들도 그렇게 입는 편이다. 좋아하는 색이나 스타일, 그런 딱 원하는 스타일을 입지 않으면 그날 하루 기분이 다소 우울하거나 무기력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다면 실제 모습과 무대 위에서의 모습에 어떤 차이가 있나. “평소 생활에서는 되게 많이 흘리는 편이다. 헌데 작품을 만들 때나 춤을 출 때는 예민해지는 편이라서 평소만이라도 정신을 풀고 싶어 한다. 해서 평소에는 매사 좀 밝게, 그러려니 하는 편이다.”

LDP공연으로는 고전의 재해석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들었다. 이번 작품을 기획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동료들과 한 맥주 집에 갔다가 그림이 걸려 있는 액자를 발견했는데, 남자 네 명이 양복을 입고 서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네 마리 백조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걸 작품으로 만들면 어떨까 장난삼아 얘기했더니 재밌겠다고 하더라. 그렇게 시작됐다. 원래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서 평소에도 관찰을 많이 하는데 일상에서 발견하는 재밌는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어서 잡생각도 많다.”

LDP 정기공연 무대에 첫 안무작이 오르게 됐다. 이번 시즌의 LDP 무용단을 대표하는 작품이 됐는데 준비하면서의 어려움은 없었나. “무용단을 대표해서 작품을 올리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책임감이 따랐다. 함께 동료로 오래 활동했지만 공과 사는 확실히 하기 때문에 내가 안무가가 됐을 때는 댄서들이 그만큼 믿어주고 그에 맞는 대우를 해준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진행이 힘들다. 특히 류진욱 씨가 형인데도 불구하고 솔선수범하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해줬다. 후배의 작품이긴 하지만 잘 이끌어주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작품이 나오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나. “작품 초반에는 동료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여러 장면들을 상상하고 상의했다. 보통은 전체적인 틀을 만들어 놓고, 무용수 각자의 재능을 발견한다면 개인 안무에서는 스스로에게 맡기기도 하고, 100% 자신의 안무를 주기도 하는데 나는 딱 반반이었던 것 같다. 아이디어와 소스를 주고 같이 해보자는 식으로 풀어가면서 작품을 완성했다.”

세트나 오브제의 활용이 눈에 띄었다. 특별한 의도가 있었나. “원래 지루한 걸 싫어하고 뭔가 다채로운 것을 좋아한다. 움직임으로만 풀어가는 것보다 그림을 좋아하기도 해서 이미지라든가 새로운 것들을 보거나 보여주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그런 모습으로 투영됐다. 빨간 장미는 보통 성인식 때 장미꽃을 선물 받지 않나, 성년의 날을 맞아서 지크프리트가 장미꽃을 받는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현대무용 공연 중에도 특히 최근 LDP 무용단의 공연은 객석이 만석이다. 방송의 여파도 있었겠지만 현재까지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데 많은 관객들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하나. “그래도 우리가 열심히 잘하고 있나보다 하는 생각은 든다. 무대에서도 항상 제 자리에 머물지 않고 계속 뭔가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시는 게 아닌가 싶다.”

안무가로서 첫 발을 내딛었는데 앞으로 어떤 작품을 만들고 싶은가. “앞으로는 좀 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작품으로 만들어보고 싶다. 개인적으로 나는 ‘감정의 시즌’이 있는데 몇 달은 기분이 좋고 즐겁다가 또 몇 달은 좀 다운되고 슬플 때가 있다. 그런 기분에 따라 작품의 성향도 다르게 나오는 편이어서 아직은 그 접점을 찾는 과정 중에 있는 것 같다. 어쨌든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것 밖에 없다는 생각이 크다. 워낙 다른 쪽은 허당이어서 여기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에 자꾸 부딪히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공연이 내일까지 계속되는데, 앞으로도 작품을 찾아줄 관객들에게 한 마디 전한다면, “더 나은 작품을 위해서 지금도 세트나 조명 등을 조금씩 수정하고 보완하고 있다. 해서 남은 공연에서 더 좋은 공연을 보실 수 있지 않을까, 현대무용 자체가 계속 발전하고 있으니까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공연에 찾아와주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한편, 16회를 맞는 이번 LDP무용단의 정기공연은 오는 13일까지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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