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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지진희①편 "진언과 해강은 아이와 같았다"

  • 입력 2016.03.10 08:00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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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지난 주 종영한 SBS 주말 특별기획 ‘애인있어요’에서 최진언 역으로 분해 안방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배우 지진희를 만났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배우 지진희가 언론과의 인터뷰에 나섰다. 50부작이 이어진 장장 8개월여 동안 ‘애인있어요’는 초반 ‘막장’이라는 혹평에도 불구하고 이후 도해강(김현주 분)과 최진언(지진희 분)의 심리와 인과관계가 치밀하게 그려지면서 반전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 드라마 폐인을 자처하는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호평 속에 마무리됐다.

특히 지진희는 극중 그토록 사랑했던 아내 해강에게 더 이상 사랑을 느끼지 못하게 되면서 해강을 닮은 설리(박한별 분)에게 흔들리지만 결국 그는 다시 해강에게 돌아오는데, 그 모든 바탕에는 ‘오로지 해강을 사랑한 남자 최진언’이라는 설정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면서 어렵지 않게 ‘불륜남’이라는 오명을 털어냈다. 그가 설리에게 흔들린 것은 결국 ‘해강과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깔려 있던 것. 결코 쉽지 않은 인물임에도 지진희의 최진언은 그 모든 것을 설명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고 중반부에 접어들면서는 시청자들의 열렬한 응원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 덕분일까, 이날 지진희는 8개월의 긴 여정에 바로 이어진 빡빡한 인터뷰 스케줄 속에도 피곤한 기색도 없이 시종일관 노련하면서도 유쾌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취재진들의 질문에는 최대한 자세하게, 정성스러운 답변으로 일관해 역시 베테랑 연기자다운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이번 지진희와의 인터뷰①편에서는 작품 ‘애인있어요’와 관련한 그의 이야기를 묶어보자.

먼저, 50부작의 대장정을 마무리한 소감은 어떤가. "정말 긴 시간이었다. 긴 시간을 온전히 이 드라마에 몰입을 해야 되는 상황인데 그럼에도 아무 탈 없이 제작진, 배우들이 모두 만족감을 드러내면서 끝맺을 수 있어서 그 부분에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한다. 또 많은 분들이 봐주시고, 집중해서 봐주시고, 즐거워하셨고, 때로는 분노도 하셨던 그런 모든 부분들을 솔직히 말씀해주시는 것들이 굉장히 즐거운 경험이었다. 상당히 어렵고, 자칫하면 듣기 싫은 이런 일들을 깊이 생각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했다. 요즘 세대들, 그리고 내 또래 일명 많은 ‘X세대’ 분들, 그 분들도 다들 디지털에 강하시더라. 그 분들이 TV로만 보지 않고 다른 매체들로 충분히 보고 또 공감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한다. 긴 시간동안 스태프들, 연기자분들 정말 고생 많으셨고 대본을 받아볼 때마다 작가님이 정말 고민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쓰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참 감사했다.”고 전했다.

극 초반, 진언이 해강과 이혼하고 설리와 결혼 직전까지 가게 되는 설정이 있어 불륜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이에 대해 지진희는 “사실 초반에는 해강이가 얼마나 나쁜 사람인지가 덜 그려졌는데, 진언이 해강과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헤어지게 되는 거였다. 해강이 악마같이 변하고 돈과 권력을 위해서 힘없는 사람들을 죽이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랑하는 여자니까, 나를 사랑하는 여자니까 내가 지켜줘야지, 내가 감싸줘야지, 내가 옆에 있어줘야지, 사람들이 때리고 상처주고 하는 것들을 내가 다 막아줘야지 하는 마음이 사랑할 때에는 있었다. 헌데 그 사랑하는 마음이 깨져버렸다. 그 결정적인 사건이, 불이 났을 때 죽기 일보직전의 나를 구한 것이 해강이 아닌 설리였던 거다. 그렇다고 그것으로 설리를 정말 사랑하게 됐다고 할 수 없는 것이, 극중에서도 진언이 설리에게 ‘내가 지금 이러는 게 널 사랑해서인지, 내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 너를 도구로 쓰는 건지 모르겠다.’고 얘기했듯이, 설리와의 모습은 진언에게 그런 도피로써의 결혼이었어야 했다. 그런데 이미 초반에 그것만으로도 불륜 같은 느낌이 너무 세져서, 결혼까지가 의미가 없어진 건데 만약 해강이 더 강력하게 그런 모습이 보였더라면 아마도 결혼까지 했을 거다. 진언이 미국에 갔던 것도 결국 도피였는데 여기에 있으면서는 도저히 해강을 잊을 수 없는, 자신이 극복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그래서 도피를 한 거였고, 그 도피의 수단과 방법이 마찬가지로 설리였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애인 있어요’라는 말에 애인은 사랑하는 사람을 말하는 거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해강이었고 해강이 사랑한 사람은 나고. 설리가 사랑하는 사람도 나였다. 헌데 설리는 짝사랑이었던. 나도 사랑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는데, 사랑은 서로 사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짝사랑을 할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인연은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원래 마릴린 먼로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내 인연은 아닌 거다. 그냥 나 혼자의 사랑이지 않나”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극중에서 불륜이라는 꼬리표를 떼기까지 정말 조금씩, 조금씩 상황을 설명하며 역전해갔는데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 ‘아 이거면 되겠다.’ 하는 결정적인 순간이 있었느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여러 가지가 있었다. 굳이 불륜이라는 꼬리표를 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이 아니라 50부작에서 분명히 진언이의 진심이 보여질 거라고 생각했다. 진언은 20대, 30대, 40대까지 그냥 해강이 밖에 없는 사람이다. 백석(이규한 분)이 앞에서 한 얘기가 있는데, ‘내 아내니까 나는 안다. 누가 아무리 뭐라고 해도 내 아내니까 나는 안다.’ 아무도 몰라주는데 유일하게 나 혼자 주장하는 건데, 해강이도 뒤에서 그 말을 들으면서 그때 마음이 약간 ‘이게 뭐지?’ 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데 아마 시청자분들도 그랬을 것 같다. 특히 여성 시청자들은 해강에게 감정이입이 되면서 공감하지 않았을까. 자기가 기억을 잃고, 아니면 피치 못할 사정에 의해 헤어졌거나 다른 사람이 되어있을 경우 유일하게 나를 알아주는 남자, 진짜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되게 감동받을 것 같다. 그 부분이 아마 조금씩 흔들리는 부분이 아니었을까. 끈임 없이 진심으로 해강을 위했던, 그런 부분들에 아마도 조금씩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애인있어요’가 현실적인 이야기로는 다소 거리가 있지 않았느냐는 평에 대해서는 오히려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일 수 있다고 답했다. “우리가 상상치도 못한 일들, 사건, 사고들이 실제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지 않나, 이 이야기도 그냥 단순히 툭 튀어나온 게 아니라 사회적인 현상이라고 생각을 하고, 많은 이혼하는 부부들이 있고 다시 합치는 부부들이 있고, 그런 것들을 보면 완전히 동떨어진 일이라고는 볼 수 없는 것 같다. 무엇보다 이 이야기를 통해서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도 됐지 않았나 하는, 오히려 잊고 있었던 내 옆에 있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찾을 수 있는 그런 이야기가 됐지 않았나 싶다.”며 “‘사랑과 전쟁’ 속 이야기도 전부 실화라고 하더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진언과 해강의 사랑을 좀 더 깊게 설명하기도 했다. “진언이 뿐만 아니라 극중 모든 인물들이 단순히 그냥 나쁜 게 아니라 다 상황이 있고 설명이 있었다. 해강의 경우는 살아온 과정의 문제와 성공에 대한 욕심이 커서 문제가 되었던 거고, 진언은 아빠에 대한 트라우마, 엄마가 두 번째 엄마라는 주변의 질책과 멸시가 있었을 것이고. 헌데 그런 와중에 진언과 해강이 첫사랑이면서 진짜 사랑을 만났다는 것은 둘 다 정말 행운이 아니었나. 헌데 그러다보니까 사람이 애 같은 거다. 두 사람은 사랑하고 헤어지고 다시 사랑하고 헤어지고, 그런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성숙하면서 사랑하는 과정이 없었다. 그러다 이제 그런 것들을 배우고 성장해 가는 과정이 바로 드라마 속 이야기들을 통해 보여진 거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내 사랑은 이 사람이라는 것, 자신의 사랑을 찾아가는 것을 보면서, 우리 드라마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배울 수도 있었던 거고 자신을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우리 드라마의 특징은 그냥 허투루 볼 수 없었다. 쉽게 딱 보고 '아 멋있다' 그게 아니라 하나라도 놓치면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고 두 번, 세 번 보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해서 시청자들이 아기들 재워놓고 드라마를 본다는 이유가 자세히 보지 않으면 솔직히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쉽지는 않은 작품이었다.”고 덧붙였다.

50부 촬영 중 아쉬운 점이나 힘든 점은 없었느냐고 묻자 지진희는 “우리 드라마는 정말 힘든 점이 없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러면서 “드라마가 보통 밤을 새는 데 우리는 단 한 번도 그러지 않았다. 보통 12시 전에 다 끝났다. 한 시를 넘긴 적이 두 번 정도? 촬영도 일주일에 다섯 번 내지 여섯 번이었다. 그나마 여섯 번도 한두 번이고 거의 다섯 번이었다. 토, 일 쉬거나 일, 월 쉬거나 늘 이틀을 쉬었다. 정말 훌륭했다. 사실 사전제작을 해야 되는 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드라마 시스템에서는 정말 훌륭한 거였다. 해서 정말 우리는 다들 감사하면서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덧붙여 “시간을 굉장히 효율적으로 잘 쓰셨다. 이동거리를 최단으로 줄였고 촬영장소를 최대한으로 활용하면서 움직이는 시간을 아꼈다. 한 신을 찍자고 멀리 지방으로 가는 일도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영상이 나왔다는 거, 오히려 더 나았던 것 같다. 그런 자신감을 보여준 최문석 감독님이 정말 대단하다는, 경의를 표하고 싶을 정도고. 50회를 8개월을 진행하면서는 사실 내부적으로 갈등이 없을 수가 없는데 그런 것들이 거의 없었다는 거. 미묘하게 있을 수는 있지만 스태프들이 그걸 빠르게 논의해서 감독님이 그걸 바로 정리를 해주시니까, 또 그렇게 움직여지면서 배우들과도 호흡이 굉장히 잘 맞았다. 그런 부분에서는 오히려 다른 드라마를 걱정했을 정도였다.”며 최고의 호흡을 자랑한 현장을 전했다.

현장은 그렇게 훌륭하게 진행된 가운데, 개인적인 어려움은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첫째는 대본이 쉽지가 않아서 현장에 가서까지도 연구를 했었다. 이건 뭘까, 이게 이 느낌인가? 그런 부분에서는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했었고 둘째는 토씨 하나라도 틀리면 안 되는 부분이 있었다. 왜냐하면 이걸 정말 깊이 고민해서 쓴 대사이기 때문에 그걸 다르게 설명하면 느낌이 완전 달라져서 그것에 대한 압박감이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애인있어요’를 많이 사랑해준 시청자들에게 한 마디 전한다면, “이번 작품은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런 욕을 먹어 본 적도 없었고, 굉장히 색다른 경험과 충격, 감동이 동시에 있었는데 아마 그런 부분이 없었다면 50부를 온전히 끝낼 수 없었을 것 같다. 책임감도 많이 느꼈고 그것으로 인해서 좀 더 잘할 수 있는 힘이 되었던 부분이 분명 있었다. 내가 믿고 있었던 딱 하나가, 진언이는 오로지 ‘한 여자만을 사랑한다.’였고 온갖 욕을 먹어도 나는 ‘해강이를 사랑한다.’였는데 결국엔 그걸 이해해주신 점이 굉장히 감사했다. 재밌게, 진짜로 몰입해서 봐주셨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어서 정말 감동적이었고 고맙게 생각한다.”

작품에 대한 설명을 전하는 지진희는 일말의 망설임이 없었다. 제한된 시간 안에 최대한 자세한 설명을 더하고자 말도 참 빠르다. 질문의 요지를 파악하고 대답이 나오는 것이 거의 동시에 이루어지면서도 그 와중에 겹치는 설명도 없다.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능숙하고 노련한 배우들과의 인터뷰가 즐거운 대화가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의 설명을 들으며 50부 장면들이 머리에서 다시 빠르게 지나갔다. 진언과 해강이 실은 아이와도 같았다는 그의 설명은 특히 기자의 뇌리에 남았다. 스스로도 결코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고 언급한 드라마 '애인있어요'가 뭔가 단숨에 정리되는 후련함이 들기도.

아직 못 다 전한 이야기, 지진희의 인터뷰③편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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