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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철학과 현대인의 고통을 담은 놀라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아노말리사>

  • 입력 2016.03.09 00:17
  • 기자명 남궁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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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 남궁선정 기자]
  <존 말코비치 되기>(2000), <어댑테이션>(2003)의 각본과 <시네도키, 뉴욕>(2010)을 감독하고 <이터널 선샤인>(2005)으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천재 이야기꾼’ 찰리 카우프만, 그리고 TV드라마 [커뮤니티](2011)로 실력을 인정 받은 듀크 존슨 감독이 공동으로 연출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아노말리사>(원제: Anomalisa)는 감독의 놀라운 상상력, 철학적인 스토리, 아름다운 음악으로 단숨에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영화 <아노말리사>는 한 남자의 긴 밤 동안 펼쳐지는 꿈 같은 여행을 그린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다.
  남편이자 아빠 그리고 [고객을 어떻게 대할까]라는 저서로 존경 받는 작가 마이클 스톤(cv: 데이빗 듈리스)은 일상에 찌들어있다. 전문적인 고객서비스에 대한 연설을 위해 신시내티로 출장을 간 프레골리 호텔에서 인생의 반려자가 될지도, 되지 않을 지도 모를 제과회사 세일즈 담당자 리사(cv: 제니퍼 제이슨 리)를 만나면서 자포자기의 권태로운 삶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한다. 마이클은 리사와 대화를 나누면서 삶의 희망을 발견하고 새로운 인생을 꿈꾼다...
   영화 <아노말리사>는 찰리 카우프만이 ‘프란시스 프레골리’란 필명으로 작업한 연극에서 시작됐다. 이 연극은 라디오 플레이라는 설정으로 시작해 목소리로만 진행되는 독특한 방식으로 연극의 연출은 <인사이드 르윈>,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코엔 형제 감독이 맡았고 제니퍼 제이슨 리, 데이빗 듈리스, 톰 누난은 이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이다.
  영화는 찰리 카우프만의 다른 작품들처럼 기발한 상상력과 자아(自我)가 결합된 철학적인 주제를 담고 있다. 삶에서 느끼는 고독, 외로움, 진정한 사랑, 대인관계, 진정한 행복 등의 보편적인 감정에 대한 공감대를 찰리 카우프만 자신만의 스타일로 하나하나 완성해간다.
  <아노말리사>가 흥미로운 것은 영화 속 수 많은 인물들이 단 3명의 목소리로 완성되었다는 사실이다. 데이빗 듈리스가 연기한 마이클이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한결 같이 톰 누난의 억양 없는 단조로운 어투이다. 오직 제니퍼 제이슨 리가 맡은 리사만이 유일하게 자기만의 목소리로 서로의 특별함을 일깨워준다.
   찰리 카우프만은 어느 책에서 ‘프레골리 딜루젼(Fregoli delusion)’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이는 만나는 사람들을 같은 사람으로 인지하는 증상으로, 찰리 카우프만은 이것이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가장 공통적인 문제라고 공감했다. 또한 영화 속 주인공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점 역시 이와 같다면 대단히 흥미 있는 메타포(은유)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 한 명이 동일한 사람의 목소리를 연기하도록 했다.
  감독은 3명의 목소리를 통해 ‘인간관계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한다. 대단히 낯설지만 또한 대단히 창의적인 방식의 로맨스로 진정한 사랑에 대한 보편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갈 곳을 잃은 듯 외롭고 실의에 빠진 현대인들을 가슴으로 위로하는 깊은 감동 그 이상, 영혼의 울림을 선사한다.
   영화 제목 아노말리사(Anomalisa)란 변칙, 예외를 뜻하는 아노말리(Anomaly)와 여주인공의 이름 리사(Lisa)가 합쳐진 말로 일본어로는 천국의 여신이란 의미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마이클이 겪는 긴 밤 동안 펼쳐지는 아름답도록 부드럽고 터무니없이 유머러스한, 꿈같은 스톱모션 여행은 관객들에게 또 다른 희망을 전달하기도 한다. 
  익숙하게 보아왔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아노말리사>는 이마와 턱, 2개 부분으로 나눠진 얼굴판의 연결부위를 그대로 남겨 더욱 세련되고 풍부한 표정으로 인간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사실적인 캐릭터를 완성한다. 또한 옷은 천으로, 몸은 실리콘으로, 얼굴은 '집슨 파우더'라는 3D 프린트로 만들어 깊이감, 실제감, 모든 것이 작고 세부적이면서 아름답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실사 영화와 다름없는, 그 이상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완성도를 확인시켜준다. 
  찰리 카우프만의 독특한 인생철학, 그리고 현대인의 고통을 담은 놀라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아노말리사>는 3월 30일 국내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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