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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흔한 스타마케팅 없는 걸작

  • 입력 2015.11.25 04:43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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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24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배우 이지훈, 유연석, 고창석, 조재윤, 배다해, 문진아, 강연종, 이충주 등 뮤지컬에 출연하는 전 배우들이 참석해 작품의 하이라이트 무대를 선보이고, 이후 취재진과의 기자간담회가 이어졌다.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는 1940년대 파리 몽마르트를 배경으로, 평범한 우체국 직원 듀티율이 어느 날 벽을 자유자재로 드나드는 능력을 가지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1996년 프랑스에서 초연되어 이듬해 프랑스의 토니상으로 불리는 몰리에르상 최우수 뮤지컬 상과 연출상을 받은 바 있다.

국내에서는 2006년 초연을 시작으로 2007년, 2012년, 2013년까지 이어오며 박상원, 원기준, 조정서, 남경주, 임창정, 이종혁, 마이클리 등의 화려한 실력파 배우들이 이 작품을 거쳤다. 2015년에 새롭게 돌아온 ‘벽을 뚫는 남자’ 역시 이지훈, 유연석이 듀티율로 더블 캐스팅되면서 올해 역시 높은 예매율을 과시하며 순항 중이다.

 

하이라이트 시연에 나선 배우들은 실로 구멍없는 연기로 보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앙상블 없이 출연진들이 선보이는 1인 다역을 보는 맛도 일품이다. 착착 들어 맞는 연기 호흡과 서로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며 이중 삼중으로 쌓아올린 화음도 누구 하나 어긋남이 없었다. 짧은 하이라이트 시연이었음에도 아기자기한 짜임새가 충분히 드러난 무대였다.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먼저 임철형 감독은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속 듀티율의 벽은 소통의 벽이라는 생각을 했다. 전체적으로는 소박한 이야기를 따뜻하고 재밌게 접근하려고 했다. 크게는 일반적인 사람과 과장적인 사람으로 나뉜다. 듀티율은 스스로 벽을 치고 사는 사람, 듀블은 사람에게 상처받고 지하로 숨어있는 사람, 1인 다역으로 출연하는 배역들에서는 서커스의 광대를 보듯 일반 적인 사람과 다른 인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해를 거듭하면서 듀티율에게서는 특히 멋스러움을 담고자했다. 외형적인도 물론이지만 그보다는 내면적인 멋스러움에 중점을 뒀다.”며 2015년 ‘벽을 뚫는 남자’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듀티율이 이사벨을 처음 만났을 때는 사랑이라기보다 연민으로 봤다. 벽을 뚫는 능력을 가진 이후 듀티율이 자신의 능력을 어떻게 사용하게 될지, 또 주변 인물들과 어떻게 소통하게 되는지 등이 이 작품의 주요 포인트가 될 것 같다. 관객들이 올 겨울에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의 따뜻한 이야기와 함께 하시면 좋겠다.”며 관전포인트를 전하기도 했다.

 

배우 고창석과 조재윤은 극중 듀블, 변호사, 형무소장, 경찰 역으로 1인 4역에 나선다. 분장부터 남다른 인물들이다. 그중 고창석은 인터뷰에서 앞서 형무소장 분장으로 기자간담회에 응했다. 이에 고창석은 “말로는 배우들을 소중히 생각한다면서 이런 몰골로 기자간담회를 하라고 한 쇼노트(제작사)에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이에 제작사 측은 “평생 사진이 남는 건데 미처 생각지 못했다. 죄송하다.”며 급 사과에 나서 웃음을 자아냈다.

고창석은 ‘벽을 뚫는 남자’ 세 시즌에 출연 중이다. 특히 ‘벽을 뚫는 남자’를 사랑하는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에 고창석은 “이런 아기자기한 느낌이 좋았다. 무엇보다 무대를 좋아하는 것은 관객들과 눈을 마주치며 연기하는 것이 좋고, 다른 대형 뮤지컬들은 너무 멋있어서 가슴을 좀 누르는 면이 있는데 ‘벽을 뚫는 남자’는 따뜻하고 소탈한 느낌이 있어서 하면 할수록 재밌어 계속하게 되는 것 같다. 지금은 형무소 분장인데 연기를 잘 한다고 말씀해주시는 부분에서는 다른 역할들도 분장이 반을 해주기 때문에 사실 연기력을 논할 것은 없고 중간에 경찰 역이 가장 맘에 든다. 관객들과 눈도 더 많이 마주치고 박수도 같이 치면서 함께 즐길 수 있어서 더 많이 신경 쓰고 있다.”고 전했다.

조재윤은 첫 뮤지컬 무대에 오른 소감을 전했다. “유연석 씨와 입사동기인데 첫 공연 전에 대기실에서 둘이 같이 있으면서 왜 안 떨리지? 이런 얘기를 하다가 공연 5분 전부터 떨림이 밀려와서 장염까지 오더라. 그래도 연극무대에 섰던 것이 도움이 됐는지 다행히 잘 해나가고 있다. 주변에서 뮤지컬 무대에 서는 게 자연스럽고 좋더라는 말을 들으면서 기분 굉장히 좋았고, 워낙 출연진들이 잘 하는 분들이라 나는 그냥 숟가락 하나만 얹어가고 있다. 굉장히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고, 앞으로 더욱 발전하는 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소속사 식구들 이번에 다 공짜로 왔던데 다음부턴 유료로 와라.”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사벨로 분하는 배우 문진아는 그간 많은 작품들에서 연기했던 캐릭터들과 전혀 다른 역할을 맡게 된 소회를 전했다. “전 작품들에서는 캐릭터들도 세고 무대에서 소리로 다 풀고 나오는 연기를 많이 했는데 이사벨은 그와는 전혀 다른 인물이어서 감정적으로 힘들다는 생각도 했다. 마음속으로 깊이 내제되어 있는 사랑과 자유를 가사로 담은 것이 많이 힘들었던 것 같은데 열심히 고민한 만큼 충분히 만족스럽고, 관객들도 그렇게 봐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역시 이사벨을 연기하는 배다해는 거의 민낯으로 무대에 서는 이사벨을 연기하면서의 소감을 전했다. “이렇게 분장이나 메이크업이 거의 없기는 처음이다. 그냥 감독님의 안목을 믿고 있다. 오히려 별다른 분장이 없다보니 무대에서 더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기술적으로 뛰어난 배우도 아니고 연륜이 있는 배우가 아니어서 이사벨을 연기하면서는 남들보다 감정 소비를 많이 하는 것 같다. 깊숙이 들어갔다 나와야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이사벨과 최대한 가까울 수 있도록 개인적인 아픔을 꺼내 연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듀티율로 분한 이지훈은 “이번 듀티율들은 키도 크고 멋있어 보일 수 있는데 그런 멋스러움을 어떻게 듀티율에 가깝게 보일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1막에서는 수염도 기르고 머리도 지저분하게 나오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데 2막에서는 연민으로 시작된 사랑 이후에 큰 변화를 보여주자는 부분에서 1막의 망가짐이 필요했던 것 같다. 1부에서는 모습이나 몸짓에서도 사람을 똑바로 대하지 못하는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집에 가면 어깨가 왜 이렇게 아픈지 했는데 1막에서 어깨를 꾸부정하게 하고 있는 연기 때문이 아닐까 싶더라. 그러한 내적인 변화에 중점을 두고 앞으로도 연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뮤지컬 새내기’ 유연석은 드라마, 영화 등 미디어로 바쁜 시기에 공연무대를 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유연석은 “초등 4학년 때 ‘개똥벌레라’는 연극을 했었는데 그 때 객석의 학부모와 학생들의 박수가 너무 짜릿했다. 이후 대학에서 많은 관객들 앞에서 처음 무대에 섰을 때 그 때의 느낌을 다시 받게 된 것이 굉장히 큰 감동이었다. 이번 뮤지컬에서 커튼콜 때 ”성공이야 멋지게 해낸 거야“ 라는 가사가 있는데 여러 가지의 의미로 느껴지더라. 많은 생각이 들었고, 첫 공연 후에 전문적으로 노래를 배운 사람이 아닌데 ‘괜찮다, 잘 하더라’라는 말씀을 들었을 때 정말 좋았다.”며 남다른 소감을 전했다.

공연 무대만의 매력으로는 이 같이 말했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할 때는 녹화가 되기 위한 시간에 집중해서 연기를 마치고 나면 웬만해서는 다시 반복하는 일은 없고 이후 방송이나 영화 개봉을 기다리게 되는데, 그에 비해 공연은 한 번 뱉은 연기를 연습부터 수백 번 뱉게 되고 이후 공연에 서면 관객들의 반응을 받고 또 이후에 개선이 되고, 그런 부분이 배우에게 굉장한 훈련이 되고 배우에게 많은 것들을 채워준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 공연이 끝날 때까지 더 많이 얻어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김형철 감독은 두 듀티율에 이지훈, 유연석을 캐스팅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연출의 입장에서는 직관이나 성향 같이 그 배우를 바라봤을 때 느낌이 중요한데 유연석 씨를 처음 봤을 때 굉장히 소탈하고 솔직한 대화에서 이미 듀티율을 느꼈다. 이 배우가 듀티율을 잘 표현하는 건 그런 솔직함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를 만나기 전, 이미 두세 달 전부터 연습을 하고 있었고 첫 대화에서 이미 작품에 대한, 노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에 호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인지도를 떠나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여 줄 수 있는지가 문제였는데 그런 부분에서 충분히 봤고, 이지훈 씨는 워낙 다른 뮤지컬에서도 활약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여러 가지 생각을 표현해줘서 큰 힘이 되었다. 두 듀티율에 감사한 건 경험이 있고 없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너무나 열심히 해준다는 것. 또 고집하지 않고 들으려 한다는 것이 너무나 감사했다. 앞으로도 거듭 발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는 2016년 2월 14일(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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