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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열정만으로도 벅찬 연극 「나에게 불의 전차를」
남궁선정 기자  |  zenos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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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1.30  09:4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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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10월, 아셈 개최 축하 공연으로 한중일 합동작품인 <춘향전>이 무대에 올랐던 적이 있었다. 중국의 월극(越劇), 일본의 가부키, 한국의 창극 형식으로 각 나라의 특색에 맞는 춘향전의 무대는 그야말로 새로운 시도였다. 13년 전, <춘향전>이 올려졌던 같은 무대에서 뜻 깊은 연극 한 편이 공연된다.
  2008년「야끼니꾸 드래곤」으로 일본의 각종 연극상을 휩쓸며 한․일 연극계를 강타한 연출가 정의신이 이번에는 「나에게 불의 전차를」을 통해 100년 전, 일제말기의 한국을 배경으로 양국간 젊은이들의 사랑과 우정을 밀도있게 그려낸다. 특히 지난 11월7일부터 12월 1일까지의 동경 아카사카 ACT Theater에서의 초연에서는 전회매진의 기록과 함께 전원 기립박수라는, 또 하나의 감동의 풍경을 그려내었다. 
  「나에게 불의 전차를」은 일제말기, 일본인으로부터 박해 받고, 같은 한국인에게조차 천민처럼 취급 받으며 멸시를 받아온 남사당패는 그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 전국을 돌아다니며 대중들을 상대로 서민들의 피로와 애환을 달래주던 유일한 예능단체였다. 남사당패의 꼭두쇠와 한국의 전통문화를 깊이 사랑하여 지키고자 했던 한 인물을 중심으로 민족, 정치, 전쟁을 넘어선 인간 드라마로 양국간 젊은이들의 우정과 진정한 문화 교류가 무엇인지를 감동깊게 그려내고 있다.
  1924년 조선. 경성과 가까운 지방도시에 신명나는 사물놀이를 하며 남사당패가 도착하고, 머리에는 상모를 쓴 우두머리 고대석(김응수), 이순우(차승원) 등 남사당패가 한 판을 벌인다. 마침 그곳에 훔친 보자기를 껴안고 도망가는 남자와 그를 쫓아 달려 오는 야나기하라 나오키(쿠사나기 츠요시). 순식간에 그 남자를 잡은 건 순우였지만, 남자가 보자기를 떨어뜨리는 바람에 나오키가 소중히 여기던 백자가 깨져 버린다. 범인을 잡은 고마움보다 백자가 깨진 아쉬움에 순우를 나무라는 나오키. 그러나 순우는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그런 나오키에게 흥미를 가지게 된다.
  며칠 후, 경성 근교의 나오키가 근무하는 학교의 교실에 마츠시로(히로스에 료코)가 오빠인 나오키를 걱정해서 도시락을 가져온다. 나오키는 마츠시로의 남편인 오오무라 키요히코(카가와 테루유키)가 마츠시로를 사랑하지 않은 수전노라며 헤어지라고 설득하지만, 마츠시로는 키요히코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전혀 말을 듣지 않는다. 그러는 가운데 전날의 일이 마음에 걸린 순우가 나오키를 찾아 온다. 나오키는 조선과 조선문화, 조선의 사람들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런 나오키의 마음을 순우는 솔직하게 받아들이게 되고 두사람 사이에 우정이 싹트게 된다.
  경성의 환락가, 키요히코가 경영하는 나이트 클럽 「불야성」에 술에 잔뜩 취한 아들 아키히코(다카다 쇼)는 어머니와 자신을 버린 아버지 키요히코에 대한 원망과 세상에 대한 원망, 그리고 새어머니인 마츠시로에 대한 연모의 마음을 접지 못하는 자신을 감당하지 못하고 술에 의지한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 밝게 노래부르고 춤을 추며 흥겹게 노는 가운데 뒷문에서는 키요히코가 대석에게 돈을 건네며 자신의 부모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키요히코는 남사당에게 거두어져 자라면서 대석과는 어릴 적부터 모두 재주를 함께 익혀온 어린시절 친구이자 마음의 친구였다. 민족 독립 운동의 일원으로 일하는 대석에게 키요히코는 자금뿐만 아니라 정보도 제공하고 있는 터였다.
  순우와의 만남으로 나오키는 남사당의 뛰어난 기예와 백자 등, 조선 문화에 더욱 더 빠져들어 가고, 대석이 속한 독립운동은 위험한 사건을 건너게 되면서 키요히코는 마음에 응어리처럼 남아 있는 옛 이야기를 통곡하기 시작하는데... 
                          
  정의선 감독의 「나에게 불의 전차를」는 한국과 일본의 내노라하는 배우들이 한 무대에서 한국어와 일본어로 소통하는 작품이다. 또한 한국과 일본 사이에 있었던 슬픈 역사의 한 페이지에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사건과 인물들과의 관계를 그리고 있다. 절망과 슬픔, 사랑과 우정이 녹아있는 이 작품은 용서와 구원을 이야기하고, 꿈과 희망을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각 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의 폭발적인 열정만으로도 무대를 꽉 채울만큼 무대에서 발산되는 카리스마가 관객을 사로잡는다. 210여분이 넘는 공연시간에도 관객들은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드라마와 배우들의 열정은 식지 않고 지속된다. 역사와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에 관한 묵직한 감동을 선사하는「나에게 불의 전차를」은 2월 3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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